3월이 시작되면서 한달 동안 열심히 살아보자고 했는데 여전히 나는 게을렀고 그 게으름을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했다. 다른 인간으로 변해서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 그러려면 나는 변해야만 해. 라고 주문을 외웠는데도 새벽 5시 알람을 끄고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간 것이 3월에 대체 얼마나 많았는가 손가락은 단 열 개밖에 없는데 그 열 개로 한 바퀴 더 돌고 또 돌았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더구나 내 몸은 침대를 너무 사랑한다. 새벽 5시 퍼뜩퍼뜩 일어나면 4월에는 새벽 4시30분이다. 했으나 나는 새벽 5시 몇 번 일어났던가. 아 인간이여. 게으른 인간을 바지런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법의 물약 같은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함께 8년 동안 동거해서 아이들까지 두명 낳고 언제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고 새로운 인생을 꾸릴 수 있을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미셸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 아이들을 출산하고 키우면서 고등학교에 나가 공부를 하고 졸업을 했다. 아이들을 키우다가 대학에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학에 등록을 하고 장학금 신청을 하려했다. 대학은 말했다. 결혼을 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노라고. 너의 현재 상황으로는 장학금 신청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제도권에 들어온다면 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자신을 학대하는 남자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대학에 가려는 미셸에게 제도는 말했다. 넌 그 남자와 결혼을 해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학에 간절히 가고싶었던 미셸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대학에 간다. 결혼식 날 찍힌 비디오에서 결혼식의 주인공인 미셸은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을 읽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계속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날까. 미셸은 도망에 실패한다. 사랑하는 두 아이들 크리스티와 카일과 함께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미치광이 로키에게 살해당한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게 3월은 채 하루도 남지 않았다. 4월이 곧 시작된다고 한다. 봄이다. 가슴이 찢어질 거 같다.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시간이다. 4월도 3월만큼 휘리리릭 스쳐지나가면 어쩌나. 난 아직 게으른 인간인데. 딸아이가 학원에 가기 전에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한다. 휘리리릭 대충 만들어 주스랑 내놓는다. 떡볶이를 오물오물거리며 오렌지주스를 홀짝거리면서 이러이러한 상황에 처한 언니가 있었어. 미셸은 만 13세에 성인남자 로키를 만나 연애를 하고 성관계를 갖고 14세 출산을 했다. 미셸이란 언니가 있었어. 만일 네가 미셸이라면 엄마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겠니? 엄마가 만일 미셸이라면 엄마는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네게 미셸과 같은 경우에 처한 친구가 있다면 너는 어떻게 그 친구를 도울 수 있겠는가. 떡볶이를 먹어가며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언제든 늪에 빠질 수 있다. 지혜롭고 어리석은 것과 무관하게 인간은 늪에 빠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다. 그 늪이 사랑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언제고 그 늪에 자진해서 빠지기도 한다.
4월이 되면 요이땅 하고 책을 사려고 했는데 딸아이 필요한 문제집과 조카 문제집을 하루 빨리 사야해서 그냥 [200년 동안의 거짓말]도 질러버렸다. 4월에는 이 책을 읽고 더불어 읽어야 할 책도 휘리리릭 읽고싶다. 현재 마음으로는. 3월 책을 읽고나니 아 생각보다 어려웠다.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읽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정리를 한번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고 정리를 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읽어서 그런 것도 있으리라. 3월에 끝내야 했던 [등대로]는 아직도 오두카니 책상 위를 차지하고 나를 째려본다. 읽어야 할 책을 읽고 조금 더 자주 생각을 정리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이자. 현재 4월의 계획은 그러하다. [마인드셋] 부제는 이러하다. 원하는 것을 이루는 '태도의 힘'. 그러니까 이거야말로 마법의 물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마인드셋을 제대로 갖추면 마법의 물약이고 뭐고 필요없는 것이야. 4월에는 책을 아주 조금 사고_ 솔직히 지금 막 3월에 구입한 리스트를 보고 내가 미친년이지 내가 미친년이지 하고 있다. 교보에서도 꽤 샀다. 그러니 플러스알파미친년이라고 불러야겠다. 4월에는 아주 쪼오금 책을 사고 도서관에 자주 다녀야겠다. 진짜루. 진짜야. 진짜라구. 그러면서 장바구니에 읽고싶은 책을 딱 한 권만 두 권만 세 권만 담아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