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퇴원할 때는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알고 확신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내가 '분석'되었으니 모든 게 분명해질 터였다. 그런데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물음표뿐이었다. 닫힌 회의실을 초조하게 흘끔댔다. 스타킹의 솔기는 반듯했고, 검은 구두는 갈라졌지만 반들거렸다. 빨간 모직 정장은 내 계획들만큼이나 화려햇다. 오래된 것, 새로운 것......

 하지만 결혼은 안 할 작정이었다. 두 번 태어나는 - 치료됐고 길을 나서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진 - 데 대한 의식은 있어야겠지. 적절한 의식을 궁리하려 애쓰는데 닥터 놀런이 불쑥 나타나 내 어깨를 건드렸다. 

 "좋아요, 에스더."

 일어나서 그녀를 따라 회의실로 갔다. 

 문지방을 넘으면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을 쉬었다. 입원하던 날 강과 청교도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은발의 의사가 보였다. 얽은 시체 같은 얼굴의 미스 휴이도 보였고, 흰 마스크 위로 본 눈이 낯익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눈이 내게 쏠렸고 그 눈길은 마법의 실처럼 나를 방으로 이끌었다. (324-325) [벨 자] 



 























 넷플릭스 [아웃랜더]를 시작했다. 20세기에서는 간호사, 18세기로 건너가서는 약초를 잘 아는 치료사로 여주는 등장한다. 소설을 읽기 전에 밑바탕은 좀 알아둬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 수많은 약초 이름과 스코티쉬로 인해 따로 사전이 필요한 소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다른 책들을 읽다보니 계속 생각나서 드라마를 얼른 끝내고 소설을 시작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빠져들지 못하고 있는데 벨자를 읽고 [200년 동안의 거짓말]을 읽는 동안 모든 것들이 겹쳐져서 혹시 너무 강한 믿음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잣대만으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지렁이들에게 친히 모든 것들을 알려주겠으니 단상 앞으로 나오라 하고 말 그대로 치유에 대한 믿음만 갖고 있는 이들을 난자한 이름 또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그림자는 아니었는지. 


 몸을 치료해주고 마음을 치유해준 이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어느 순간 그들은 한 시대, 어떤 공간에서 '마녀'라는 아웃라인으로 묶여 모조리 화형을 당했다. 마땅한 명분이 없었기에 사람들을 미혹시켜 혼란에 빠뜨리게 한 악마의 시녀들이라는 이름을 갖다붙였다. 시대를 통틀어 운 좋게 치료가 가능했던 이들도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실패하고 좌절한 대상들은 침묵 속에서 아웃시켜버린 건 아닐까. 통계에서조차 어림짐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얼마나 많은 치료 행위를 한 여인들이 그 시대에 죽어갔는지 우리는 정확한 숫자를 어림짐작하기 힘들다. 정확히는 건지 읽다가 쏘울과 에고에 대한 문장에서 혹여 내가 옳다고 믿었던 믿음이 어떤 허상은 아니었을까 그런 의문이 생겨났다. 나는 '분석'되었으니 현대 의술의 대단한 힘으로 치유가 될 테고 정상인으로 돌아가 다시 내 인생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벨 자의 에스더가 품은 희망은 어디에서부터 그릇되었던걸까. 나는 '분석'되었으니 '전문가'인 그들에 의해서, 흐릿하던 모든 것들이 분명해지고 나는 다시 내 길을 갈 수 있으리라 여겼으나 그는 그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없는 자신을 명료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벨 자의 에스더가 말한 마지막 문장, '마법의 실' 혹여 그에게 실로 필요했던 것은 마녀라는 제한되고 부정적인 카테고리에 묶여져있었던 이들의 제대로 된 보살핌은 아니었을까. 




 























마녀 치료사들이 사탄의 마술을 행하는 사람이라며 박해받을 당시 의료"과학"의 사정이란 그런 수준이었다. 의사들이 여전히 점성술로 예측하고 염금술사들이 납을 금으로 바꾸려고 애쓰는 동안 뼈와 근육, 약초와 약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발달시킨 사람은 바로 마녀들이었다. 마녀들의 지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1572년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라셀수스Parecelsus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여자 마법사로부터 배운 것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자신의 약학 교재를 불태워 버렸을 정도였다. - P75

6명의 증인은 많은 의사들이 자신들을 포기한 후에도 자코바가 자신들을 치료했다고 단언했으며, 한 환자는 파리에 있는 외과나 내과의 어떤 명의보다 자코바가 외과 수술과 의료 기술에 더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언들은 그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무능해서 고발당한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감히 치료를 하려 들었기에 고발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 P76

비슷한 경우로 영국의 의사들은 "의료 전문직을 빼앗은 보잘것없고 주제넘은 여성들"에 대해 통탄하며, 어떤 여자들 "의술 진료"를 시도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할 것과 "장기 투옥"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14세기에 이르러 도시의 교육받은 여성 치료사에 대항하는 의료전문직운동은 유럽 전역에서 거의 달성된다. 남성 의사들은 상류층에서 확실한 의료 진료 독점권을 획득했다(산과는 이후 300년 동안 상류층에서도 여성 산파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남성 의사들은 대다수의 여성 치료사, 즉 "마녀들"에 대항하는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떠맡을 준비가 이미 돼 있었던 것이다. - P76

의사들은 마법으로 인한 고통과 "타고난 신체적 약점"으로 인한 고통을 구별하도록 요구받았다. 어떤 여성이 마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도 의사들의 몫이었다. 의사들은 종종 피고인을 발가벗기고 온몸의 털을 깎은 채 "악마의 표식"이 있는지 검사했다. 마녀사냥을 통해 교회는 비전문적 치료를 이단과 동등한 것으로 비난하며 의사의 전문성에 교회의 권위를 빌려주었다. "공부도 하지 않은 여성이 감히 치료를 한다면 그녀는 마녀이므로 죽어 마따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이 대학에 들어가 적절한 학업을 마칠 방법은 전혀 없었다.
마녀재판은 여성 치료사를 훨씬 뛰어넘는 도덕적이고 지적인 기반 위에 남성 의사를 우뚝 서게 했다. 이로써 여성은 어둠, 악, 마술의 편에 서게 된 반면 - P76

남성 의사는 신학자, 법률가와 동등한 전문가로서하느님과 법의 편에 서게 되었다. 마녀사냥은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날 남성 의사와 여성 치료사 간의 충돌을 극적인 강렬함으로 미리 보여 준 사건이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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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0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연님도 200년 동안의 거짓말 벌써 시작하신 거예요? ♡.♡

저도 곧 따라갈게요!!

그건그렇고, 오늘 인용문 보니까 아웃랜더랑 연결되네요. 아웃랜더가 과거로 가잖아요. 아직 백신이 발견되기 전이요. 거기서 마녀사냥 당하고 그래서 처형 당하는 여자를 목격하게 되는데요(혹시 책에서 그 부분 읽으셨을까요? 초반에 나왔던 것 같은데요.), 마녀로 몰린 여자의 팔에 백신 자국이 있었던 거예요. 그걸 보고 주인공이 ‘아 저 여자도 나처럼 현대에서 과거로 끌려왔구나‘ 생각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현대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가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함이 드러나는 존재는 처형의 대상이 됐던것 같아요.

오늘 인용문 보니까 얼른 책 읽고 싶어지네요.
화이팅 입니다!!

수연 2021-04-06 18:31   좋아요 0 | URL
잘 읽혀서 좋네요. 3월에 힘들어서 긴장하고 펼쳤어요 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얼른 읽고 코르셋 갈게요. 아웃랜더에서 말씀하신 장면은 아직 안 나왔어요. 소설은 무서워서 아직 펼치지 못하고 있어요.
 




















바람이 분다. 봄볕이 환하다. 나가서 아이처럼 아장아장 걷고싶다. 건지 깜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읽는다. 전쟁이 나기 전에 책이라고는 학교에서 읽은 교과서가 전부, 학교를 졸업한 이래로 생업에 치여 책이라고는 가끔 지역신문을 읽는 것이 전부였던 이들이 우연한 계기로 손에 손에 책을 든다. 영화로 처음 접했고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영화와 소설은 각기 다른 점들이 있기도 한데 소설을 읽다보니 영화도 다시 보고싶어진다.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책을 펼친다. 코로나가 사람들의 집합 활동을 금지하면서 다시 책을 펼치는 사람들 역시. 문득 책이란 건 뭔가 싶어 이른 아침을 먹고 기지개를 켜고 중얼거려본다. 아주 오래 전 과거에 살았던 작가_찰그 램_의 책으로 두 명의 사람을 얻게 되는 도시. 우정과 사랑.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다시 손에 펜을 쥐고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이메일도 편지의 일종이리라. 헤어진 옛사랑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편지가 쓰고싶어졌다. 그래서 편지를 써서 보낼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아니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편지란 말인가. 이메일이 있지 않은가 하면서 처음에는 저어했다. 아 그냥 좀 주소를 달라고. 이메일과 편지가 어떻게 같단 말이야. 하고 짜증을 냈다. 편지를 받은 친구는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았어. 이게 벌써 언제적인가 손가락을 헤아려보니 15년 전인가. 이메일도 종종 쓰고 전자북도 종종 읽지만 알라딘도 그렇고 네이버에 소소한 기록을 올리는 것도 모두 다 놋북으로 하지만 그래서 더 이상 연필을 손에 쥐고 뭔가를 적을 일이 극히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가 가진 물성을 사랑하는듯. 종이책에 침을 묻혀가며 종이를 넘기는 그 사각거리는 소리와 마음에 드는 구절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하나하나 헤아리면서 심장 위에 새기는 과정 역시 물성이 없다면 힘들 일이다. 편지는_ 나름의 필체에 담긴 성격과 순간의 감정 역시 느낄 수 있으니 그건 이메일과 비교할바 못된다. 적고 적고 적고 또 적고. 편지를 쓸 때 느낄 수 있는 그 온전한 시간감각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손가락 관절도 조금만 쓰면 삐걱거리는 상태인지라 얼마나 편지를 쓸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소설을 읽다보니 마구 편지를 쓰고싶어서 죽을 것만 같더라. 메리 앤 셰펴와 그녀의 조카 애니 배로스의 협업 소설. 메이 앤 셰퍼가 작품을 쓰던 도중 건강 악화로 조카가 그 다음 작업을 이어 완성한 작품. 메리 앤 셰퍼의 데뷔작이자 유작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 읽으니 더 저릿거린다. 책으로 출간되는 걸 보고 독자들이 이렇게 환호를 하는 모습을 보고 갔더라면 더 좋았으리라. 아니지, 그는 죽음에 한층 가까이 가는 와중에도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힐거야. 그들은 내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고 성장하고 그렇게 나아갈거야. 그건 당연한 거잖아. 아 그들과 함께 있지 못하다니, 안타깝고 아쉽지만 하늘에 가서도 내 소설을 읽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독자들의 모습을 잠깐씩이라도 훔쳐봐야지! 


잠깐 걷고 계속 오늘은 계속 소설을 읽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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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05 1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품 책이 훨씬 좋은데, 영화는 영화대로 좋았어요. 특히 주인공이 취재하면서 수첩에 자꾸 메모하잖아요. 그 장면이 좋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렇게 메모를 많이 하는데 왜 수첩을 저렇게 쪼꼬미 들고 다니는가, 그건 너무 말이 안돼, 큰 거 가지고 다녀라... 하였답니다? 후훗.

수연 2021-04-05 10:18   좋아요 3 | URL
락방님 말씀하신대로 영화도 좋았는데 소설은 와 정말 다 읽고 바로 읽고싶어지는 그런 마음입니다. 현재로서는. 저는 영화에서 쓰고 쓰고 쓰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미친듯 쓰는 그 씬이 정말 좋았어요. 근데 소설이 너무 좋아요!!!!!!!!!!

그레이스 2021-04-05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으신분 보면 왜이리 반가운지!
건지사람들과 주인공들이 책으로 이어진것처럼요^^

수연 2021-04-05 10:59   좋아요 3 | URL
앗 저도 그레이스님 리뷰 보면서 그 생각 했는데요! 신기방기 ^^

syo 2021-04-05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책 너무 웃기지 않아요? 특히 지금은 이름이 기억 안 나지만, 그 출판사 사장 비서님..... 개그 겁나 찰졌어....

수연 2021-04-05 11:00   좋아요 2 | URL
응 개그?! 제가 아직 거기까지 읽지 못했나 봅니다 ㅋㅋㅋㅋㅋㅋ 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좋네요. 얼른 다 읽어버리고싶다!!!

수연 2021-04-05 11:07   좋아요 2 | URL
수전!!! 비서 말고 직원!!! 방금 거기 읽었음 :)

syo 2021-04-05 11:10   좋아요 2 | URL
맞아, 수전! 그분 앞으로도 줄기차게 웃긴다?

수연 2021-04-05 11:16   좋아요 2 | URL
수전 말고도 편지 묶음 보면서 이렇게 자주 웃는 경우는 처음이야. 여기 나오는 이들은 유머를 뼈에 박고 나왔나봐 싶어. 진지충인 나는 슬퍼져. 슬퍼하면서 막 읽으면서 막 웃겨 죽겠어.

다락방 2021-04-05 11:24   좋아요 2 | URL
뭐지? 기억 1도 안나는데? 저 이 책 누구 빌려줬더니 안가져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몇 년전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서는 잇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서로 봐야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유머가 유머인지 모르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번역본으로 다시 살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쩐지 슬퍼한다)

수연 2021-04-05 11:26   좋아요 2 | URL
원서 펼치고 번역서 이북으로 사서 나란히펼쳐놓고 읽는다~ 지금 그렇게 읽는중 ㅋㅋㅋㅋㅋ 원서만 읽으면 모르는 구절들 넘 많아서 ㅠㅠ

다락방 2021-04-05 11:55   좋아요 2 | URL
땡투 드리고 전자책 구매했어요. 빠샤!!

수연 2021-04-05 12:01   좋아요 2 | URL
그대의 땡투는 사랑입니다~ ^____________^

라로 2021-04-05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구판 전에 다른 원서와 같은 표지의 책이 처음으로 번역이 되었을 때부터 이 책의 팬인 저는 ‘건지‘ 만 봐도 반갑다요.ㅎㅎㅎㅎ 저도 얼마 전에 이 책와 영화에 대한 글 쓴 적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의 기억이 안나...^^;; 하지만, 아주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집에도 원서도 있고 번역본은 저 책의 구판과 원서와 같은 표지의 첫음 번역된 책, 이렇게 있다요. 그런데 어딨두라??^^;; 이젠 전자책도 나왔군요!! 세월이 좋구나요!!ㅋ

수연 2021-04-05 16:56   좋아요 1 | URL
지금 읽으면서 알라디너들 리뷰, 페이퍼 읽고 있어요. 라로님 페이퍼도. 영화를 봤을 때도 좋았는데 소설은 더 좋아요, 기대했던 것보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람이 사람에게 바라는 건 이런 게 아닐까 공동체라는 건 이런 게 아닐까 그런 생각 하면서 계속 읽고 있어요. 라로님 책 많으니 찾으시려면 한참 찾으셔야 할듯요 ^^;;;

바람돌이 2021-04-05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도 봐야하는거군요.

수연 2021-04-05 23:59   좋아요 1 | URL
솔직히 영화 보고 좋았는데 소설도 영화 정도 하겠지 했다가 너무 좋아서 다른 책 안 읽고 이것만 붙들고 있어요 ^^;;;;; 울프도 읽어야 하는데;;;;;

붕붕툐툐 2021-04-0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 안 끌리나, 수연님 리뷰가 맘에 와닿아 읽고 싶은 책장으로 슈욱!!

수연 2021-04-06 09:04   좋아요 0 | URL
영화 먼저 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툐툐님 ^^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을 정리하고 싶은데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과 [200년 동안의 거짓말]을 읽다보면 좀 감이 잡히지 않을까 해서 겹쳐 읽으려고 꺼내놓았다.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없는 날인지라 창을 모두 열고 EBS 입트영 방송 지난주 일주일분 틀어놓고 미친듯 청소를 하고 넉다운. 곧 엄마랑 만나서 걷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려서 책도 빌려와야 하는데 몸을 아껴야 해 라면서 조금만 걸을듯. 두 시간 걷고자 했으나 한 시간만 걷고 와야지 오는 길에 와플 맛집 들려서 와플도 먹어야지 뜨거운 아메리카노랑_ 하면서 딴 생각. 근래 계속 몸이 안 좋았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읽고 마야 안젤루 조금 더 읽다가 막 숨이 컥컥 막혀와서 내장이 끊기는 건 아니었지만 위통 때문에 계속 고생스러웠다. 남편한테 맞고 동거남한테 맞아 피범벅이 되어 오는 여자들, 한국 여인들, 동남아시아 여인들. 응급실에서 일하는 친구 말로는 결코 맞았다고 하지 않아, 그런데 딱 보면 알지. 맞아서 온거. 그런데도 계속 거짓말을 해. 굴러 넘어졌다고 실수로 그런 거라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은 내가 맞은 것도 아닌데 내가 맞아 피범벅이 된 그런 느낌에 사로잡혀 화가 났다. 분노와 공포심에 압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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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04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같은 주제로 함께 읽기 완전 멋짐요!!♡ 😊

수연 2021-04-04 15:23   좋아요 3 | URL
미미님이 요즘 알라딘의 멋쟁이죠 😊 오랜만에 한글 읽었더니 한글책만 읽고 싶어지네요 :)

바람돌이 2021-04-04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살릴수 있었던 여자들은 전 도저히 못읽을 거 같더라구요. 너무 슬퍼서 이성적인 생각이 안될듯요.
나머지 두 책은 저도 관심가서 일단 보관함에 쏙 넣어놨어요. 수연님 리뷰를 기다려야지요. ^^

수연 2021-04-05 09:59   좋아요 0 | URL
읽는 동안 힘들었어요. 안 읽으시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영혼이 너덜너덜해졌어요. 다른 두 권은 서서히 읽고 있어요. 바람돌이님께 추천할 수 있는 리뷰를 써보겠습니다! :)
 
벨 자 (리커버 에디션)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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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워보이는 유리 단지를 가면처럼 머리 밖으로 쓰고 실비아 플라스가 말한 것들을 짚어본다. 유리 단지가 내게 무슨 기능을 할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콧대 도도하게 무시한다. 총명했고 아름다워 마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찬탄을 불러 일으켰던 만 19세 소녀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며 마주하는 풍경들 사이로 극도의 황폐함을 느끼게 한다. 유리 단지가 숨을 자유롭게 내쉬지 못하게 한다. 숨이 컥컥 막히는 와중에도 보고싶은 것을 보고 읽고싶은 것을 읽고 쓰고싶은 것을 쓰며 일상을 살아가다가 문득 어느 순간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실비아는 깨닫게 된다. 실비아 플라스가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고 자살하지 않았더라면, 엄마에게 이 소설을 탈고한 후 "돈이 될 만한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한편 완성했어요, 엄마" 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혹시 삶을 원하는대로 끌고 갈 수 있었을까. 실비아의 죽음 이후 엄마의 강한 출간 반대로 71년 실비아 본명으로 재출간. 공경희 번역가 후기에 언급되어있지만 그의 말을 듣기도 전에 전혜린과 겹쳐졌다. 읽는 동안 전혜린 에세이가 그 일기 구절들이 나란히 시뮬레이션. 다른 시대를 살았고 다른 공간을 살았으나 특출난 재능으로 자기 자신을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며 더 높이 날아오르고자 했다. 비슷한 운명들. 비슷한 꿈을 품었고 비슷한 재능을 지녔으며 한 남자의 아내였고 아이들의 엄마였다. 스스로를 이길 수 없어 세상을 등졌다는 표현은 이들에게 알맞지 않다. 당시 그들의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 세상을 그들이 버린 것이다. 읽는 동안 아팠고 괴로웠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내장을 강하게 쥐어짠다. 엄마라는 이름이 감옥이 되어서는 안될 일. 실비아 플라스의 엄마는 소설 속 에스더 그린우드 엄마와 얼마나 달랐을지. 질풍노도를 겪는 갓 어른의 시대에 진입한 이들에게는 읽기 힘들지도, 연약한 신경을 가진 이들도.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내 품에 껴안고 세상에서 환하게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다. 혹여 모든 것들을 가지려 한 그 욕망의 크기가 그들을 짓눌렀을까. 


아름답고 강하고 지혜로웠던 실비아 플라스가 느꼈을 그 고통과 환희의 흔적을 서서히 헤아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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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1-04-04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읽고 싶어하시는 책, 읽고 계시는 책 목록보면
정말 엄청, 책 빨리 읽으시나 봐요.
알라딘에는 왜 이리도 엄청난 능력자들이 많은지,
예전에 읽었던 책들과 정리해놓은 것들로 간신히 여러분들이 무슨 얘기하시나
따라잡고 있는 이 사람은 오늘도 자괴감 느낍니다.

수연 2021-04-04 12:56   좋아요 1 | URL
저 책 느리게 읽어요 제레미님;;;; 빨리 읽는다고 착각하시는 경우라면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밤 새워 읽은 경우, 또 하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읽는 경우, 아 하나 더, 대충 속독한 경우_ 이렇게 되는 거 같아요. 논문 쓰려고 읽는다고 치면 정독해야 하고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데 논문 쓰려고 하는 거 아니니까 속독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제레미님 자괴감 느끼신다면 저는 더 느낄래요 ㅎㅎㅎ 요즘은 그런 생각 자주 들어요. 미쿡 계시는 분들 글 읽고 그러고 있노라면 아 그때 재수했을 때 그냥 캘리포니아로 갔어야 했는데 싶은_ 아빠가 보내준다고 할 때 미국 갔어야 했는데 싶더라구요. 그래서 곧 쉰인데 아직까지 엄마 보면 막 그거 갖고 짜증내요. 나 그때 캘리포니아 보냈으면 얼마나 좋아?! 왜 앞길을 막고 막 그랬어?! 앙??!!!! -_- 이럽니다. 아 그리고 알라디너 능력자라고 하면 제가 몇 알고 있는데 어휴 말도 마세요. 전 친구들 보고 있노라면 그냥 입을 다물 줄 모르겠어요.

Jeremy 2021-04-04 14:05   좋아요 0 | URL
California 남쪽.북쪽 포함 30년 넘게 살았는데
전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나중에 은퇴하면 한국에서 일년의 반 정도는 살아볼까 고려중이에요.
가족중 먼 친척빼고는 아무도 없지만, 고국이고 살기 좋지 않습니까?

속독이 되셔서 책 빨리 읽으시는 건 어쨌든 엄청난 능력이지요.
정말 이상한게 미국에서 산 세월이 더 오래되고
이젠 공부나 책도 영어로 읽은 시간이 더 긴데도
전 아직도 한국어로는 뭐든, 훨씬 더 빨리 읽히는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Mother Tongue 의 강력함이란!


수연 2021-04-04 14:23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 별다른 일 없는데 만일 유동성 있게 거주가 가능하다면 제레미님 말씀대로 6개월은 한국에 6개월은 유럽에서 지내고 싶어요. 캘리포니아도 어린 시절 로망의 도시였으니 살아보고싶은데 가봐야 알듯 해요. 외국 나가서 살고싶다는 생각 짙었는데 날이 갈수록 옅어지는 거 보면 내가 살던 곳에서 사는 게 편하긴 하겠다는 생각도 하구요.

수연 2021-04-04 14:24   좋아요 1 | URL
영어 잘하고 싶어요 ㅎㅎㅎㅎ 그래서 요즘 애쓰고 있는데 막 생각처럼 몸이 따라와주지를 않네요 ㅠㅠ

난티나무 2021-04-0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본문 내용 슬퍼서 흑흑 악악 하다가 댓글 보고 어머 내 소원과 같네! 6:6 거주 로망!!! 방가방가~~~~^^;;;;

수연 2021-04-04 20: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개월은 프랑스, 6개월은 한국, 그 다음 6개월은 스페인, 6개월은 한국, 6개월은 이탈리아....... ^^;;;;;;; 헤헤
 

"늘 출판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출판사에 지원을 해야겠지요."
나는 예전의 총명한 장사 수완을 되찾을 실마리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읽을 줄 알아야 해. 몇 가지 언어를더 할 줄 알면 좋고,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 같은 걸로……..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알면 더욱 좋지. 매년 6월이면 편집자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수백 명의 아가씨가 뉴욕으로 몰려들지. 보통 사람보다 나은 뭔가가 필요해, 외국어를 몇 가지 배우는 게 좋을 거야."
제이 시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녀에게 졸업반 때는 외국어를 배울 짬을 내기 힘들다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나는 독립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우등생프로그램을 수강할 예정이었고,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강의를 듣고 고급 시 쓰기 세미나에 참석해야 했다. 그러면서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의 모호한 테마에 관한 글을 써야 했다.- P51

내 인생이 소설에 나오는 초록빛 무화과나무처럼 가지를 뻗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가지 끝마다 매달린 탐스러운 무화과 같은 멋진 미래가 손짓하고 윙크를 보냈다. 어떤 무화과는 남편과 행복한 가정과 아이들이었고, 어떤 것은 유명한 시인이었고, 또 어떤 것은 뛰어난 교수였다. 훌륭한 편집자라는 무화과도 있었고, 유럽과 아프리카와 남미인 무화과도 있었다. 어떤 것은 콘스탄틴, 소크라테스, 아틸라 등 이상한 이름과 엉뚱한 직업을 가진 연인이었다. 올림픽 여자 조정 챔피언인 무화과도 있었고, 이런 것들 위에는 내가 이해 못하는 무화과가 더 많이 있었다.
무화과나무의 갈라진 자리에 앉아, 어느 열매를 딸지 정하지 못해서 배를 곯는 내가 보였다. 열매를 몽땅 따고 싶었다. 하나만 고르는 것은 나머지 모두를 잃는다는 뜻이었다. 결정을 못하고 그렇게 앉아 있는 사이, 무화과는 쪼글쪼글 검게 변하더니 하나씩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P107

블라인드를 내렸지만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왔다. 엄마가 머리를 말아서 꽂은 핀들이 작은 단검들처럼 보였다.
유럽에 가서 연인을 만날 때까지 소설 쓰는 일은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또 속기는 한 단어도 배우지 않기로 했다. 속기를 배우지 않으면 속기를 쓰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
여름 동안 『피네건의 경야』를 읽고 논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리 준비하면 9월 말에 새 학기가 시작됐을 때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커피와 벤제드린을 밥 먹듯 하며 쩔쩔매지 않아도 되리라. 우등 코스를 택한 졸업반은 졸업 논문을 마칠 때까지 정신없이 보내기 마련이지만, 난 마지막 해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터였다. 문득 공부를 일 년 미루고 도자기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났다. 아니면 독일에 가서 웨이트리스를 하면서 독일어를 완벽하게 익힐까.
이런저런 계획이 산토끼 가족처럼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P165

나는 〈베이비 토크〉지를 초조하게 넘겼다. 페이지마다 통통하고 환한 아기들이 밝게 웃고 있었다. 대머리 아기, 초콜릿색 피부를 가진 아기, 아이젠하워처럼 생긴 아기, 처음으로 뒤집기를 한 아기, 딸랑이에 손을 뻗은 아기, 처음으로 단단한 음식을 먹는 아기. 성장하면서 겪는 온갖 사소한 일들을 하는 아기들. 그렇게 한 발 한 발 초조하고 불안정한 세상에 발을 내딛는 것을.
이유식과 시큼한 우유, 기저귀에서 나는 소금에 절인 대구냄새가 뒤섞인 냄새를 맡자 서글프고 마음이 아련해졌다. 여기 있는 여자들은 아기를 갖는 것을 아주 쉽게 여기는데! 나는 왜 이리 모성애가 없을까. 왜 도도 콘웨이처럼 울어대는 통통한 아기에게 헌신하는 꿈을 꿀 수가 없을까.
온종일 아기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면 미칠 것 같았다.- P294

내 스무 살 생일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요양원에 면회 왔을 때의 엄마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꾸짖는 창백한 달 같은 얼굴, 딸이 정신 요양원에 있다니! 엄마가 그런 꼴을 당하게 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래도 엄마는 날 용서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엄마는 순교자같이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떠나온 곳에서 시작하는 거야. 이 모든 게 나쁜 꿈이었던 것처럼 행동하자꾸나."
나쁜 꿈.
벨 자 안에 있는 사람에게, 죽은 아기처럼 텅 비고 멈춰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그 자체가 나쁜 꿈인 것을, 나쁜 꿈, 난 모든 걸 기억했다. 해부용 시신, 도린, 무화과 이야기, 마르코의 다이아몬드, 광장에서 만난 해병, 닥터 고든 병원의 사시 간호사, 깨진 체온계, 두 종류의 콩 요리를 가져다준 흑인, 인슐린 투약으로 9킬로그램이 늘어버린 체중, 하늘과 바다 사이에 회색 두개골처럼 튀어나온 바위.-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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