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요, 들기 좋은 여자 말하는 거예요. 자기가 이렇게 휘두르면 휙휙 휘둘리고, 벽치기 하면 ‘어머 하면서 당하는 걸 좋아하는 여자요. 저도 그래서 묘하게 제 몸무게에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제가 마른 체질이라는 걸 알고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내가 이만큼 말랐어, 내가 이만큼 왜소해 하는 게 있었어요."- P194
"고등학교 때 애들이 저한테 와서 ‘네 허리가 그렇게 얇다며‘라고 말했어요. 너무 부럽다고요. 그런데 얇으면뭐 하냐고, 기능을 못하는데, 왜 미국 드라마 중에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 나오는 배우가 엄청 글래머러스한데 ‘나는 내 몸이 너무 좋다. 지금 몸이 기능을100퍼센트 잘하고 있다. 뛰기도 너무 잘 뛴다‘라며 수영복 입은 자기 모습을 SNS에 올렸거든요. 제 생각에도 이게 사실은 전부 기능의 문제 같은데, 자꾸 일부러기능을 못하도록 마르려고만 하니까 문제예요. 마르면 몸이 제 기능을 잘 못해요. 어깨도 허리도 팔도 다요. 뭐가 다 안 돼요. 서 있지도 못해요. 화장도 똑같아요. 이게 결국은 얼굴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막는 거랑 같아요. 땀 배출이라든지… 그러니까 코르셋은 자기 몸의 기능을 100퍼센트에서 소수점대로 줄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남자들을 이길 수가 없지."- P195
아름다움의 의식을 잊기에 너무 이른 나이도 너무 늦은 나이도 없다면, 여성은 삶에서 어느 때든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오미 울프,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P211
여성들은 간편함과 위생성을 이유로 들면서 단발을 해나갔다. 당시 유학을 마친 지식인 독립운동가이자 여성단체를 조직한 여성운동가로 이름이 높았던 허정숙은 단발운동에 동참하고 이를 주도한다. 여성을 중심으로 확산된 이 운동이 1921년부터 1924년까지 계속되다가 1925년 사그라들자 그사이 대중에게 친화되고자 머리를 다시 길렀던 허정숙은 또다시 공개 단발을 한다. 그는 편리성을 주장했을 뿐아니라 ‘한갓 남성의 희롱물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글을 함께 발표했다. 그가 1925년 8월 잡지 《신여성》에 ‘단발호‘를 특집으로 실으며 운동을 확대하는 동안 당시 조선일보>의 남기자를 비롯한 남성들은 여성의 단발을 해괴하다‘, ‘패륜이다, 불효이다‘라고 비난하고 단발한 여성들을 ‘모단골’이라며 희화화하는 데 그쳤다.- P253
본래 ‘신여성(modern girl)‘을 뜻하는 말이지만, 발음의 동일성 혹은 유사성을 이용해 머리가 짧은 여자(毛 + 短 + girl)‘이자 ‘못된 여자(못된걸)‘라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기도 하다.- P253
그러나 선택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인간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다. 개인이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곧 변화할 수있다는 의미이다. 레나타 살레츨,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P321
2017년 영유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00억 원 규모에 이르렀고 립스틱 판매량은 전년 대비 549퍼센트 증가했다.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의 집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월에서 11월까지 어린이 화장품 매출이 2017년 대비 360퍼센트 상승했다. 2019년 7월 기준, 가장 유명한 키즈 뷰티유튜버 ‘헤이지니의 구독자 수는 192만여 명에 달하고 인스타그램에 #어린이화장품이 태그된 게시물은 같은 기간기준, 1만 9천여 개이다. 1980년대 미국 패션 산업이 여성성을 찾을 권리‘를 필두로 성인 여성의 몸에 퍼부었던 공세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화장품 산업도 꾸밈을 선택할자유와 예쁠 권리를 앞세워 여아의 일상을 맹렬히 침습한다. 탈코르셋이 시작된 2017년과 맞물리는 무렵부터이다. 2010년 로드숍으로 시작한 뷰티 산업이 공략하는 나이대가 점점 내려가다 생긴 일이다.-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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