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의사들은 일단 산과들이 제거되고 난 뒤의 상황을 넘겨받을 준비가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첫째, 산과 의사가 원한다 해도 수많은 가난한 노동계급 여성들을 돌볼 산과 의사가 미국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역사가 벤 바커벤필드Ben Barker-Benfield의 말마따나 "산파가 제거된다면 뉴욕 시 외곽의 뉴욕주에서는 출산의 25퍼센트가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1915년 적대감을 가진 한 산과 의사도 인정했다.또 산과 의사는 출산 과정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했다. 어떤 의사가 썼듯이의사는 산파와 달리 "구멍을 쳐다보면서 장시간 동안 환자 곁에 앉아 있으려 하지 않았다. 의사는 자신이 예정했던 것보다 분만이 지연될 경우에는 외과용 칼이나 겸자를 가지고 개입했고, 종종 산모나 아기에게 상해를 입혔다. 의과대학부속병원은 학생들이 정상 분만보다 좀 더 힘든 분만을 연습해 봐야 했기에 외과적 개입 쪽으로 더 기울었다. 출산이 전적으로 의료화되어 위험하게 약을 남용하고 과잉 진료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었다. 20세기 초에이르면 산파의 일을 의사가 넘겨받은 것이 대중건강의 역사에서 다소 문제성있는 일이었음을 의료 전문직의 몇몇 구성원들조차 이미 분명하게 알게 된다.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의 1912년 연구는 대부분의 미국 의사들이 당시 그들이 대체하고 있던 산파들보다 덜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의사들은 대체로 산파보다 경험이 적었고 덜 기민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분만 현장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P151

그러나 1900년에서 1930년 사이에 산파는 지상에서 거의 모두 사라졌다. 많은 주에서 불법화되었고 그렇지 않은 다른 주에서는 지역 의료 권위자들에게 시달렸다. 이러한 경향에 저항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아무도 없었다. 1830년대 대중건강운동에 함께했던 여성들은 출산 시 남성 조력의 부적절함과 위험을 고발했었다. 그러나 출산에서 여성 조력이 사실상 범죄로 바뀌고 있던- P151

이때에는 어떠한 항의도 없었다. 중간 계급 페미니스트들은 "불결한" 이주민산파에게 자매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오래전 의료 전문직이 만든규정에 따라 움직이기로 결심했으며 페미니스트의 에너지를 (정규) 의학교에더 많은 여성을 집어넣는 문제에 쏟았다. 엘리자베스 블랙웰은 완벽한 의료교육 없이는 어느 누구도 출산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주공동체 내에서 남성이 산파의 일을 넘겨받는 것에 대해 약간의 저항이있었지만 우리는 이것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여성은 자녀를 위하여 남성적, 제도적 돌봄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산파술의 제거로인해 단지 상류 계급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이 의료 전문직의 생물학적헤게모니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같은 방식으로 여성은 치료사로서 최후의자율적인 역할을 잃었다. 의료 체계에서 여성에게 남은 유일한 것은 고용인, 고객 혹은 "재료"로서의 역할뿐이었다.- P152

그러나 미첼 박사는 그녀가 준비해 간 병력 기록을 "자만심의 증거라며 묵살했다. 그는 환자로부터 정보를 원하지 않았고 "완전한 복종"을 원했다. 길먼은 자신에게 내린 그의 처방을 아래와 같이 인용한다.

"최대한 가정중심적인 삶을 살라. 항상 아이들과 함께 있어라." (단지 아기에게 옷을 입히고 있을 뿐인데도 그 행동으로 내가 몸을 떨며 울게 되는 것을 상기해 보라. 이 관계가 나한테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이 아기를 위해서도 결코 건강한 동반관계가 아니다.) "매 식사 후 한 시간 동안누워 있어라. 하루에 단 두 시간만 지적인 생활을 해라. 그리고 살아 있는동안 절대로 펜, 붓, 연필을 잡지 마라."

길먼은 집으로 돌아와 몇 달 동안은 미첼 박사의 처방을 충실하게 따르려애써 보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나는 위험하게도 하마터면 정신을 놓을 뻔했다. 정신적 고뇌가 너무나 견딜 수 없게 커져서 나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 나는 그 끝없는 고통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구석진 벽장과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가곤 했다. .. 마침내 시야가 선명해진 어느 순간" 길먼은 자기 병의 원인을 이해했다.

그녀는 아내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작가와 활동가가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위어 미첼 박사의 처방을 버리고 남편과 이혼한 뒤 아이, 펜, 붓, 연필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P156

19세기 후반기 중상류층 여성을 사로잡은 모호한 증후군은 의료적 관점에서의 질병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표현될 정도로 아주 널리 퍼져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이러한 유형의 여성이 기대 받던 삶의 방식 때문에 여성들은 쉽게 병들었고, 그 병이 다시 그녀로 하여금 기대되는 방식대로 계속살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연약하고 부유한 숙녀는 모든 계급의 여성들에게 이상적 여성상이 되었다. 샬롯 퍼킨스 길먼과 올리브 슈라이너 같은 똑똑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병약성과 상류 계급 여성의 경제적 상황 사이의 연관성을 깨달았다. 그들이관찰한 것에 따르면 가난한 여성들은 그 증후군으로 인해 고통 받지 않았다.
중상류 계급에서의 문제는 결혼이 "성적 · 경제적 관계가 됐으며 결혼 안에서여성이 재정적 원조를 받기 위해 성적이며 재생산적인 의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올리브 슈라이너가 직설적으로 "여성 기생주의"라고 불렀던 관계이다.
길먼의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부유한 아내들은 도도새 같은 하나의비극적 진화의 변종처럼 보였다. 부유한 아내들은 일하지 않았다.- P160

다른 많은 여성들에게도 정도만 다를 뿐 병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심지어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성적 ·경제적 관계는 여성을 육체적 삶으로 제한했고, 여성들이 자신의 에너지와 지성을 집중했던 곳도 바로 그 몸이었다. 부유한 여성들은 휴양지처럼 꾸며진 건강관리 클럽과 위어 미첼 같은 우아한 전문가들의 진료실에 북적댔다.-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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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박탈당하고, 부적절하다는 것에서부터 우스꽝스럽다거나 비정상이라는 평가에 이르는 혐의를 받으면서, 사랑받을만하지 않다는, 궁상스럽다는, 미쳤다는, 그리고 (최근에는) 자살행위라는 악담까지 들으면서, 여성스럽다고 비난받고, 여성스럽지 않다고 비난받고, 내용이 눈에 띄게 여성적이면 잘못된 경험을 갖다 쓴다고 비난받고, 그도 아니면 "고지식하다"거나 베꼈다고 비난받으면서, 무엇을 하든 이류 또는 (잘해 봐야) 이례적인것이 될 저주를 받은 채로 여자들은, 여전히 계속 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그렇게 하지?- P254

아나이스 닌의 전략은, 비정상적이라는 비난에 대한 응대였는데, 그것은 자신의 글을 새로운 장르이자 동시에 오로지 여성적인 글로 규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일기를 계속 써야 한다. 일기 쓰기는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창작이자, 남성적 마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여성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예외적이라고 활자로 선언하지 않았던 여자들조차 여자는 여성을 넘어 창조할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그들 자신을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인물로 창조해 냈다. 당대의 한 시각 예술가는두 명의 유명한 예술가들이 활용했던 이 기술을 소환한다.

루이스 네벨슨은 (……) 자신을 마녀/무녀로 창조했다. 그녀는 독특한 의상으로 스스로를 유일하게 만들었다. 마사 그레이엄 역시 똑같이 했다.- P268

여자들은 글을 쓸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이들(남자 작가들)이 보지못하는 진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19세기의 사실주의 옹호와 비슷하다. 졸라 같은 19세기 사실주의자들이 성별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 문제에 맞섰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러한 호소는 그야말로 밑바탕에서부터, 그냥 진실이다. 샬럿 브론테의 <빌레트>의 한 구절이 이런 식의 방어라 할 수 있다.


나는 생의 바닥을 흐르는 그 모든 기류와 그것이 내게 보여 준 첫 번째 교훈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로소 나는소설가와 시인들 머릿속의 이상적인 "젊은 여자와 실제의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드넓은 간극을 바로 보게 되었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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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서부영화 <용서받지 못한자〉(1992)는 1881년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한다. 카우보이가 성매수 도중 여성의 얼굴을 칼로 그어 흉하게 만든 사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여자가 자신의 성기를 보고 웃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 사건을 맡은 보안관은 가해자들이 원래 악당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온 성실한 사람들이라며 풀어준다(21세기한국에서도 많이 보는 상황이다). 대신 가해자들에게 말 몇필을 술집 주인에게 주라고 명령했을 뿐이다. 성 판매 여성은 술집 주인의 소유물이기에 술집 주인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죄 정도로 보았다. 이에 분노한 성 판매 여성들은 현상금을 내걸고 가해자를 죽일 사람을 찾는다. 아무리 남자들이 우리 위에 올라탄다고 해도 우리가 말은 아니라며.-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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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요, 들기 좋은 여자 말하는 거예요. 자기가 이렇게 휘두르면 휙휙 휘둘리고, 벽치기 하면 ‘어머 하면서 당하는 걸 좋아하는 여자요. 저도 그래서 묘하게 제 몸무게에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제가 마른 체질이라는 걸 알고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내가 이만큼 말랐어, 내가 이만큼 왜소해 하는 게 있었어요."- P194

"고등학교 때 애들이 저한테 와서 ‘네 허리가 그렇게 얇다며‘라고 말했어요. 너무 부럽다고요. 그런데 얇으면뭐 하냐고, 기능을 못하는데, 왜 미국 드라마 중에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 나오는 배우가 엄청 글래머러스한데 ‘나는 내 몸이 너무 좋다. 지금 몸이 기능을100퍼센트 잘하고 있다. 뛰기도 너무 잘 뛴다‘라며 수영복 입은 자기 모습을 SNS에 올렸거든요. 제 생각에도 이게 사실은 전부 기능의 문제 같은데, 자꾸 일부러기능을 못하도록 마르려고만 하니까 문제예요. 마르면 몸이 제 기능을 잘 못해요. 어깨도 허리도 팔도 다요. 뭐가 다 안 돼요. 서 있지도 못해요. 화장도 똑같아요. 이게 결국은 얼굴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막는 거랑 같아요. 땀 배출이라든지… 그러니까 코르셋은 자기 몸의 기능을 100퍼센트에서 소수점대로 줄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남자들을 이길 수가 없지."- P195

아름다움의 의식을 잊기에 너무 이른 나이도 너무 늦은 나이도 없다면, 여성은 삶에서 어느 때든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오미 울프,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P211

여성들은 간편함과 위생성을 이유로 들면서 단발을 해나갔다. 당시 유학을 마친 지식인 독립운동가이자 여성단체를 조직한 여성운동가로 이름이 높았던 허정숙은 단발운동에 동참하고 이를 주도한다. 여성을 중심으로 확산된 이 운동이 1921년부터 1924년까지 계속되다가 1925년 사그라들자 그사이 대중에게 친화되고자 머리를 다시 길렀던 허정숙은 또다시 공개 단발을 한다. 그는 편리성을 주장했을 뿐아니라 ‘한갓 남성의 희롱물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글을 함께 발표했다. 그가 1925년 8월 잡지 《신여성》에 ‘단발호‘를 특집으로 실으며 운동을 확대하는 동안 당시 조선일보>의 남기자를 비롯한 남성들은 여성의 단발을 해괴하다‘, ‘패륜이다, 불효이다‘라고 비난하고 단발한 여성들을 ‘모단골’이라며 희화화하는 데 그쳤다.- P253

본래 ‘신여성(modern girl)‘을 뜻하는 말이지만, 발음의 동일성 혹은 유사성을 이용해 머리가 짧은 여자(毛 + 短 + girl)‘이자 ‘못된 여자(못된걸)‘라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기도 하다.- P253

그러나 선택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인간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다. 개인이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곧 변화할 수있다는 의미이다.
레나타 살레츨,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P321

2017년 영유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00억 원 규모에 이르렀고 립스틱 판매량은 전년 대비 549퍼센트 증가했다.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의 집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월에서 11월까지 어린이 화장품 매출이 2017년 대비 360퍼센트 상승했다. 2019년 7월 기준, 가장 유명한 키즈 뷰티유튜버 ‘헤이지니의 구독자 수는 192만여 명에 달하고 인스타그램에 #어린이화장품이 태그된 게시물은 같은 기간기준, 1만 9천여 개이다. 1980년대 미국 패션 산업이 여성성을 찾을 권리‘를 필두로 성인 여성의 몸에 퍼부었던 공세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화장품 산업도 꾸밈을 선택할자유와 예쁠 권리를 앞세워 여아의 일상을 맹렬히 침습한다. 탈코르셋이 시작된 2017년과 맞물리는 무렵부터이다. 2010년 로드숍으로 시작한 뷰티 산업이 공략하는 나이대가 점점 내려가다 생긴 일이다.-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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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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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잡아서 찰나를 영원처럼 기록하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지. 가방을 꾸려 건지로 날아가고 싶지만 나는 도시여자이니까 건지는 여행만. ‘책‘이라는 도구로 만나 마음을 나누며 서로에게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되어 인생을 풍요롭게, 찰나를 영원으로 만들어놓은 이들의 인생 복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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