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이들은 다 알고 모르는 이들은 모르는 이야기 하나, 그냥 독일에 너무 가고싶어서 독일어를 공부하다가 독일에 어떻게 하면 공짜로 갈 수 있는지를 모색하다가 **대에서 독일 정부가 장학금 대줘서 독일이나 프랑스나 영국에 연계된 대학으로 가서 1년 동안 공부할 수 있는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독일어 공부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모르던 일. 때마침 친구가 **대 교수님 영상도 보내주고 그래서 어디 한번 알아볼까 하다가 그렇게 거기까지 알게 된 것. 그래서 연구실 가서 교수님도 만나고 왔다. 내가 이 상태로 애매하게 독일에 가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 교수님이 보시기에도 그랬던지 한 시간 동안 별 소득 없는 이야기를 주로 듣고 왔다. 곁가지 이야기를 열심히 하셔서 아마도 그렇게 느낀듯.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독일 정부가 주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그곳에 가는 이들이 꽤 많았고 이미 다니고 있는 이들 중에 독일어 선생님, 의사, 기자, 인권활동가 등등 전업주부가 없다는 것 또한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된 계기였다. 좌절은 솔직히 오버고 과연 이 길에 내 길인가 싶은 회의감이 느껴진 게 더 사실인듯. 교수님을 만나기 전에 다른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오빠랑 일주일 전에 만나 와인을 마셨는데 오빠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상호교류야. 교수도 너를 보겠지만 너도 교수를 봐야지. 저 사람에게서 배워도 되겠다, 저 사람이랑 열심히 해보고싶다 이런 게 통해야해. 교수 보러 가는 거지만 너도 가서 그 사람이 어떤지 너랑 시간을 같이 보내도 괜찮을지, 네 인생의 부분을 주어도 괜찮을 사람일지 그걸 보란 말야. 가서 무조건 잘 보이겠다 이런 생각 말고. 결과적으로 오빠 이야기는 옳았다. 그리고 한동안 독일에 갖고 있던 애정을 접었다. 독일에 대한 애정을 접었다기보다는 독일어. 그러던 와중에도 계속 찾아서 읽었던 글이 있었는데 그 글을 쓴 이가 드디어 책을 냈다고 한다. 한곳에 대한 목표와 진심이 또렷해서 그 길로 계속 나아간다는 게 어떤건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글을 쓴 이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게 보여서 그래서 더 좋아하면서 읽었다. 도서관에도 일단 신청하고 나도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지금은 독일어 한 글자도 바라보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교재랑 사전이랑 다 서재 한곳에 구석탱이에 잘 숨겨놓았다. 내가 하지 않으면 언젠가 딸아이가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집 아가는 독일어 싫어한다. 나 독일어 배우는 동안 막 짜증 엄청 냈다. 독일어도 알고 보면 사랑스럽단다. 하고 우겨보지만 지금 제 마음은 독일어를 떠났습니다. 이번 생에 다시 독일어 단어를 외울 일이 과연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기초문법 다 공부해놨으니까 괜찮아 하고 스스로 허그해준다.
어제는 밀가루가 주는 쾌락에 몸을 내맡기고 완벽한 행복에 취했다. 날은 더웠고 팥빙수를 다 먹었더니 몸에서 오슬오슬 소름이 돋았다. 오락실에서 딸아이와 두더지를 미친듯 때리고난 후 기계로 손금 봐주는 걸 궁금해해서 하나씩 스캔. 파스타와 피자가 나오기 전에 레몬에이드를 마시면서 서로 바꿔서 읽었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서로 그러면서. 장난삼아 보았지만 중년 이후 장기간의 해외 생활은 노노, 절주와 절식은 반드시. 아니면 일찍 꼴까닥 할 수도.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신앙 생활은 인생에 크나큰 도움을 주니. 아 제가 요즘 안 그래도 진지하게 성당 가볼까 하고 있습니다. 교보만 가면 계속 성서 있는 쪽을 얼쩡거려서 어머 미쳤나봐 왜 이래, 내가. 하고 나를 다른 쪽으로 이끌고 얼른 도망친다. 새벽 다섯시 기상은 주3일은 성공, 주 4일은 실패. 80퍼센트의 성공률을 보이겠습니다 하고 있다. 100프로는 너무 무리야. 난 잠을 사랑한다. 내 침대도 사랑하고. 낮잠은 잘 때도 있고 건너뛸 때도 있는데 낮잠 자지 않고 밤에 숙면 취하는 게 몸이 더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낮잠은 건너뛰려고. 피자와 파스타를 다 먹고난 후 우리는 이야기했다. 밀가루 따위가 몸에 더럽게 안 좋다는 밀가루 따위가 우리에게 이토록 크나큰 쾌락을 안겨주다니. 우리는 역시 이번 인생 망한건가.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바람이 쌩쌩 불었고 들어오자마자 덜덜 떨면서 욕조 안에 물 받아놓고 같이 들어가서 씻다가 장난치다 꾸벅꾸벅 조는 딸아이 모습에서 갓난아기때 얼굴 보여서 신기했다. 나는 그대로인데 딸아이는 쑥쑥 큰다. 나는 그대로가 아니겠지. 서서히 늙어가고 있지. 콧털에서도 눈썹에서도 흰 가닥이 보일 때 더 이상 절망하지 않는다. 어쩌겠는가, 내 몸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늙어가는걸. 머리 다 말리고 쑥 올라와있는 흰 머리카락 하나 딸아이가 뽑아주고_ 각자 숙제 한 시간씩 하고 책이고 뭐고 얼른 자자 하고 각자 침대로 들어갔다. 5분 후 잠이 오지 않아 하고 내 침대로 기어들어와 오늘은 엄마랑 잘래 하더니 1분도 안 되어 코를 골더라. 그렇게 사랑스럽던 그녀가 아침이 되어 미친듯 짜증을 부리길래 같이 짜증을 부리다가 한판 뜨고 등교하심. 육아서 다시 봐야 하나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널뛰는 사춘기와 널뛰는 갱년기 관계가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체. 건지 읽지 말고 육아서 읽어야 한다. 그러라고 뇌가 명령함. 하지만 육아서는 재미없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성인도 아니고 현자도 아닌데 내 인내심 바닥을 체크하면서 아이를 상대하기가 어려운듯. 그냥 개인 대 개인으로 이야기를 해서 푸는 게 제일 낫다 그나마. 싸우고 풀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오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 보통 먼저 허그하는 쪽은 나인데 가만히 보면 소리지르는 것도 내가 먼저 그러는듯. 사수자리가 불이 많대,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크게 웃고 소리도 막 지르고 애정표현할 때는 거침없는거야. 근데 내 사주에는 물이 세 개인데....... 그럼 좀 조화로운 인간이 되어야 맞는 게 아닌가.


미드나잇 선 스토리 계속 이야기, 하지만 나는 건지가 더 흥미로워. 둘 모두 로맨스 펼쳐놓고 30분 동안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