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다 읽었는데 나만 헉헉대다가 이제 막 읽었다. 천둥이 때마침 친다. 다시 한번, 이 인생을_ 이라고 치는데 천둥이 우르르르르르쾅쾅 친다.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놀라서 헉 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창문을 향해 바라보다가 기지개를 켜며 내게 다가온다. 올리브가 아주 나이가 많은 올리브가 타자기로 자신의 기억을 타이핑하는 마지막 장면이 좋다. 어느 정도 좋냐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좋다. 모든 게 시들할 그런 나이라는 게 존재할까. 시들한 척은 할 수 있겠지만. 한글책으로 한번 읽어 영어로 읽을 때 덜 어려웠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을 영어로 읽기는 처음인데 다음 책도 읽을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내 나이가 딱 중년인지라 죽음을 슬슬 두려워할 중년에 다다른지라 더 파고드는 구절들이 많아 좋았던 걸 수도 있다. 죽음은 언제 어떤 형식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일이라 슬슬 주변인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도 하고 그럼 목줄기에 오슬오슬 소름이 돋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접한 죽음은 실질적으로는 할아버지와 아빠 뿐이다. 할아버지의 몸에서 온기가 서서히 빠져나갈 무렵에 도착해 할아버지의 맨발을 만지며 할아버지 저 왔어요 하고 말했고 이미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아빠의 두 뺨에 얼굴을 비비면서 굳어가는 혀 너머로 간절하게 하고픈 말을 듣지도 못했다. 


 친구의 친구들이 작년에 많이도 갔다. 모두 심장마비로 갔다. 사십대 중반에 제일 많이 심장마비로 간다는 건 말로만 들었지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혼자 드넓은 아파트에서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고 너머 들었는데 심장마비로 간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아 부모님과 남동생이 사람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온통 소주병과 와인병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고 한다. 내 새끼가 이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또 외로웠을까. 얼마나 혼자 외롭게 죽어갔을까 싶어 친구의 친구 어머님은 입고 있던 셔츠를 두 손으로 찢으며 가슴에 핏자국이 밸 정도로 가슴살을 뜯으셨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다시 올리브를 읽으면서 내내 물어보았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온몸에 힘이 빠지는 시기도 아닌지라 모두 연락이 닿으면 하는 소리는 무조건 건강이다. 몸이 굴러가야 어떻게든 인생이 흐르니까. 술담배를 그토록 하던 친구도 갑자기 쓰러져 술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사람 곁에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그 무엇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 있다. 그 외로움을 어떤 형식으로 마주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내게도 그렇게 홀로 남겨지는 순간이 닥치리라.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지 않지만 인생은 다각도로 바라보는 게 좋은듯. 그러고보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노년을 구체적으로 마주하는군. 조금 더 이런저런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싶은 순간 떠오른 책은 그렇게도 나이들어가는 걸 두려워했다는 보봐르의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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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 퀸의 공작과 나_를 다 읽고 내 인생 다시 이렇게 뜨거운 밤이 찾아오겠는가 이토록 뜨거운 대낮의 사랑이 다시 가당키나 하겠는가 물어보지는 않았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바로 펼치고 두 장 읽었다. 사랑 하면 좋지만 지금은 사랑이 아니어도 할 일이 많은지라 아마도 그래서 물어보지 않은 거 같다. 연애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너는 왜 연애 안 하니 자꾸 물어보고 연애하는 친구들에게는 적당히 사랑해야 해 적당히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연애가 없어도 연애 대신 하고싶은 일들 리스트로 쫘악 작성한다. 김혜수 언니는 연애 언제나 할 거 같지만 연애하지 않는 혜수 언니도 멋지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어느 곳에 있어도 그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을 거 같다. 혜수 언니 헤어진 전 애인이랑 공식석상에서 포옹도 하는 여자야. 아 이 사람들은 헤어졌어도 이럴 수 있구나 이게 가능하구나 이렇게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포옹을 해. 우정의 몸짓에서 그 무엇을 더하거나 뺄 필요 없어보였다. 이런건가. 나이가 들어 그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건. 봄이 오는 게 빗방울이 아스팔트를 찰박찰박 때리는 그 광경에서 느껴졌다. 보도블럭에 고여있던 물웅덩이 건드리면서 운동화가 다 젖는데도 기분이 좋은거다. 봄이라고 미니스커트 입고 나온 친구 예쁜 다리 훔쳐보면서 아니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왜 이렇게 옷을 얇게 입고 다녀! 감기 걸리게! 하니까 하나도 안 추워! 진짜로 안 추워! 하는데 운동화 젖어서 짜증 날 법도 한데 기분 좋아 배실배실 웃고 있는 나랑 똑같은 마음인 거니? 그래서 춥지 않은 거니?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나는 자꾸 눈물이 나왔다. 그냥 계속 눈물이 나와서 커피숍 냅킨으로 눈물을 찍으면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술 마시면서 들어야 하는데 하고 머리 속으로 쩜쩜쩜 찍었다. 외로울 새가 있어? 외로울 틈새가 없는 시간도 있다. 할 일은 많고 그 많은 할 일을 하지 않고 대충 지내려고 해도 꼭 일이 쌓이고 쌓인다. 그리고 문득 외로워하기도 한다. 베르그송은 잘 지내는지. 빛과 소금 노래를 끝없이 불러주던 기타를 잘 치던 첫사랑은 아직도 내게 안 좋은 마음을 갖고 있을지 가끔 궁금하지만. 영어공부 하던 남편이 서재에서 나와 나 커피 마실건데 커피 내려줄까? 또 알라딘에 일기 쓰니? 또 내 욕 하니? 지난 사랑 이야기 또 하니? 묻는다. 여보 만일 나랑 헤어지면 넌 또 재혼할 거야? 또 연애할 거야? 물어보니 아니 하지 않아, 나한테는 자기밖에 없어, 이런 거짓말은 필요 없을 테고 귀찮잖아. 읽을 책도 많고 해야할 일이 많으니까. 그리고 우리딸이 싫어할걸. 너나 나 연애 하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는 성인이 되어 딸아이의 인생을 꾸려갈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밤새워 술을 마시거나 밤새워 독서토론을 하지는 않겠지? 설마. 왜 너는 나랑 헤어지면 또 연애하고싶어? 아니, 나는 친구들이랑 놀 거야. 책 읽고 커피 마시고 맛난 거 해먹고 세계 방방곡곡으로 여행 다닐거야. 응? 그런 건 굳이 나랑 헤어지지 않아도 할 수 있단다. 앗 그렇군. 봄인지라 더 이상 사랑이 가당키나 한가 묻는 순간도 있기는 하더라. 페이지는 사각거리고 갓 내려진 커피는 입을 아직 델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해는 쨍쨍거리는데 황사가 심하다고 한다. 서울을 뜨고싶은 마음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일이 가능할까 홀로 묻는다. 말콤 글래드웰이 그랬다. 너는 너 혼자 잘나서 너 혼자 잘 사는 거 같지? 아니란다. 우주의 기운이 너 잘나서 너 잘 살라고 그렇게 다양한 각도로 에너지를 보내주고있는 거란다. 시간과 공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너를 잘나게 봐주는 너를 사랑해주는 이들 덕분에 그렇게 오늘도 네가 잘날 수 있는 거란다 그렇게 그렇게. 오늘 우주 에너지 받고 짱짱해져서 밀린 책 후루루루루룩 읽어나가자. 지금 사랑이 있어도 사랑이 없어도 우리는 모두 한때 그런 마음을, 그런 뜨거운 눈빛과 그런 뜨거운 몸짓을 주고받지 않았던가. 





Almost, this was freeing.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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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3-2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건 굳이 나랑 헤어지지 않아도 할 수 있단다. 그렇지. 그렇다니까요. 그렇다구! 지금해 지금 다해! 울언니 다하자!

Vita 2021-03-29 17:34   좋아요 0 | URL
돈 벌어야 여행 가지요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3-29 17:36   좋아요 0 | URL
맞네 ... 나도 빨리 돈 벌어야지... (궁리중)

Vita 2021-03-29 17:37   좋아요 0 | URL
여행 다니면서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합시다. 어때? 🤔

psyche 2021-03-3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스커트 입고 봄비 맞으면서 막 걸어다니다가 커피숍들어가서 따뜻한 커피랑 맛난 케익 먹고 그러는 거 다른 데는 모르겠지만 이 동네에서는 못 합니다. 비도 거의 안 오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데가 별로 없어요. 다 차로 이동을 해야....ㅜㅜ
특히 술 마시고는 집에 올 수가 없으니 밖에서 술도 못 마시고요. 지금은 코로나라 어차피 못 하지만. 엘에이 뉴욕 샌프란시스코 같은 큰 도시에서는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미국 도시에서는 못한답니다. ㅜㅜ

쓰다보니 막 한국가서 돌아다니면서 맛난 것 먹고 한잔하고 그러고 싶어요!!!!

Vita 2021-03-30 11:23   좋아요 1 | URL
언니 한국 오시면 진짜 해요!! 맛난 거 먹고 막 걷고 커피 마시고 또 술 마시러 가고_저 대기조 할게요 :)
 






브리저튼 챕터 7 첫 문장, 얼마나 절묘한지. 사이먼 생각도 꽤 논리적이고. 다프네가 오빠 앤서니에게 사이먼 면전에서 사이먼은 똑똑한 바보라고 하는 문장도 웃음을 베어물게 만든다. 알쏭달쏭 해석이 힘든 문장을 마주해도 번역서가 옆에 없으면 찾기 어렵다. 문맥 흐름 따라 이해가 힘들면 그냥 넘긴다. 어차피 친구들과 즐겁게 하는 읽기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하고싶지 않다. 시험 영어도 아니고. 어려운 단어는 생각보다 꽤 있다. 형광펜으로 칠하고 칠하고 칠하면서 흐름이 끊겨도 단어를 찾을 때 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그런 것도 모두 칠한다. 마음에 닿는 문장 역시 칠한다. 이 문장은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언젠가 써먹도록 하자 그러지만 언제 써먹죠? 마늘 먹고 쑥 먹고 100일 동안 동굴 생활을 하고 사람이 된 그 전설에 대한 믿음일지도 모르겠지만 때때로 슬럼프도 오겠지만 같이 읽는 이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100권을 읽기로 했다. 100권 읽어도 거기에서 거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없는 걸 보면_ 또 100권을 읽지 그런 마음으로.

총21장, 딱 삼분의 일 왔다. 감사하고 행복하게 읽는 시간. 프랑스에서 날아온 책과 쬬꼬레뜨도 오늘 와서 기념샷 올린다. 프랑스어는 버릴까 말까 버릴까 말까 하면서도 쉬이 버리지 못한다. 까닭은 잘 모르겠다. 은인들을 만나서 그런 거라고 치자. 사강 읽는 동안 너무 힘들고 게으름 피워서 다시 또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했으나 이것도 가본다. 뒤늦게 합류하는 멤버가 있어 또 책 받는 시간까지 합치면 좀 지나서 할 수 있겠지만 한 문장 읽고 한 문장 보고 한 단어 찾아보고 또 모르는 게 있어 번역기를 돌린다고 해도 이또한 100권 읽으면 좀 자신감이 붙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 슬럼프는 또 언제 나도 모르게 스리슬쩍 내 안으로 스며들겠지만. 요즘 들어 느낀다. 알라딘에는 왜 이렇게 보물 같은 이들이 많은지. 원래 존재했는데 제가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거겠죠. 오늘 분량 완독 후 이제 한글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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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1-03-05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리저튼까지!!

Vita 2021-03-05 22:16   좋아요 1 | URL
잼나!

얄라알라북사랑 2021-03-05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쬬꼬레뜨가 프랑스어 책 제목인줄, 아래 사진 보기 전까지는 ㅋ저 불어 5년 배웠었는데 쬬꼬레뜨를 그리 ^^:;

Vita 2021-03-06 10:11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얄라님 ㅋㅋㅋㅋ 제까 쬬꼬레뜨를 사랑해서 ㅋㅋㅋㅋ 괜히 쇼콜라라고 할걸;;;;;;

바람돌이 2021-03-05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브리저튼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주는 그저그렇더군요. 책은 또 다를려나 싶어 수연님 글 보는데 원서라니....ㅠㅠ 프랑스어에 영어까지... 초콜릿 맛나기 드시고 힘내세요. 주말 푹 쉬시고요

Vita 2021-03-06 10:13   좋아요 0 | URL
넷플릭스로 살짝 보았는데 원작의 인물들과 좀 다르게 설정했더라구요. 소설에서 아직 야한 장면을 마주하지 않아서 이거 다 읽고 넷플릭스 제대로 볼까 하고 있어요. 바람돌이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요즘 영어 읽기 습관으로 만들려고 해서 더 자주 올리는 거 같아요 ^^;;;

psyche 2021-03-08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책에 불어 책까지! 응원합니다!!

Vita 2021-03-08 09:15   좋아요 0 | URL
한글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네요 프시케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