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깔짝깔짝 만지는 게 어느새 또 습관이 되어버렸다. 인스타 안한다고 했는데 일주일만에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흔 너머 공부를 시작한 어느 과학자 이야기, 모두 다 주변에서 말리는데 중학생 아들이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도 괜찮을 거 같은데 손을 잡아줘서 그래서 시작했다고 하셨다. 아줌마가 공부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애나 잘 키워, 집이나 잘 치워, 아니 왜 어째서 아줌마는 공부 꿈을 꾸면 안된다는 건지 왜 그렇게 무수하게 반대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뒤늦게 공부 시작한 그 아줌마는 쉰이 넘어 세계 석학 중 하나가 되어 모두가 실패를 말할 때 슬그머니 웃음을 지으며 연구를 시작한다. 내 이야기도 아닌데 가슴 벅참. 이런 게 바로 아줌마의 인생이지 캬. 결혼 전에는 꽤 잘 나가던 파티걸이 왜 어째서 결혼과 더불어 아이를 낳으면서 그냥 아줌마로 되어버리는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일단 결혼을 함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되면 사회 통로가 확 압축되는 걸 느낄 수 있다. 가정에 충실해, 이건 하나의 모토가 되어버리는데 내가 가정에 충실하지 않겠노라 단언하는 게 아니라 가정에 충실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이들은 알지 않을까. 너는 세상에 왜 이렇게 불만이 많니, 모든 걸 가진 년이, 라는 말을 송년회 자리에서 들었다. 아 나 모든 거 가진 년 됐다 순식간에. 그냥 내가 많이 꼬였나봐 그래서 불만이 많은가봐 호호 웃으면서 와인잔 들었는데 마음속으로는 와인잔 얼굴에 들이붓고 싶었다.니가 내 인생에 뭘 안다고 그딴 소리를 지껄이냐 하고. 그래도 사회성 많이 발전했다 스스로 기특해하면서 다른 아이들이랑 이야기. 세상 그 어느 천지에 모든 걸 가진 인간이 있겠는가 말이다. 고딩 동창아. 


쉰 넘어서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공부 시작한 의사 아저씨 이야기도 나온다. 내가 머리가 좋아서 잘 외워서 외국어를 잘 하는 거라고들 하던데 내가 머리가 좋으면 왜 퇴근하고 밤마다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겠습니까. 왜 이 짓을 밤마다 하겠습니까 하는데 아 그래 머리 좋은 사람들도 역시 공부를 끝없이 해야 머릿속에 들어가는가보다 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숙영언니는 한번 보면 모든 게 다 스캔이 되는 뇌를 갖고 있어서 나는 언니의 인성도 그렇지만 언니의 뇌가 제일 갖고싶어 했던 적 있는데 언니가 한번 봐서 모든 게 다 스캔이 되었던 게 아니라 목숨 걸고 공부해서 사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거였구나 하고 뒤늦게 또 깨달았다 캬. 그리고 제일 감동적인 이야기는 95세 할아버지 이야기. 여기 확 강조점 주면서 오늘 다이어리 기록했다. 주변에서 모두 아니라고 해도 누구 하나 슬쩍 해봐도 좋을 거 같은데 그럼 제대로 확 불붙을 수 있고 모두 이제 쉴 때 이제 쉬어라 충분히 일하고 충분히 고생했다 하고 그 말에 끄덕끄덕하면서 나 이제 쉴 때 나 이제 곧 저 세상으로 갈 때 라고 스스로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하나님이 나 부르실 날 기다리다가 30년을 통으로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허공을 쳐다보다가 그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인생 삼분의 일을 마네킹처럼 보내버렸다 내가 나를 놓아버릴 때 생기는 사건. 인생의 가장 커다란 구멍. 내가 나를 놓아버릴 때 생기는 사건 중의 대사건.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어떤 친구도 더 이상 사귀지 않고 100세 할아버지가 곧 저 세상 가버릴 것처럼 그것이 노년의 삶인 줄 알고서 65세부터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왔다는 것.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65세 퇴직을 했다. 이제 잘 늙어서 죽을 준비만 하면 된다 하고 아무것도 안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 30년이 제일 후회스럽다. 인생의 삼분의 일을 그냥 아무 일도 안 하고 관뚜껑 열고 들어갈 준비만 하면 된다 했는데 그러고 그냥 30년을 날려버렸다. (아우 내 인생 돌려줘)  그리고 나는 이제 영어공부를 시작한다. 10년 후에 내가 영어를 잘 하게 될 날을 꿈꾸면서. 나 아침부터 오열할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공부 한 시간 하고 아침밥 차리려고 했는데 그냥 6시30분에 일어나버렸다 아 피곤해 이러면서. 의사 아저씨는 쉰 넘어서 외국어 공부 시작하셨고 95세 파파할아버지는 희망에 가득 들떠 통으로 허공에 날려버린 30년을 아까워하면서 앞으로 내가 10년은 더 살 테니까 즐겁게 영어공부를 시작해볼까나 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리시는데 허리 쪼깨 아프다고 아 그냥 애나 잘 키우고 살림이나 할까봐 하고 허튼소리를 해버렸으니. 실의에 빠져 이제 내가 세상에서 할 일은 관뚜껑 닫을 일밖에 없어 하는 엄마 손 잡고 영어학원 등록시켜주러 나가야겠다. 이러다 나도 같이 등록하는 거 아냐. 등록할 거면 옆건물에 있는 독일어 학원 등록해야지. 무조건 오늘은 운동하고 커피 마시고 시장만 보고 세 시간 이상은 공부하기_ 그러니 다른 것들은 그냥 아까워도 통으로 날려버리고 다시 제로화. 나 이렇게 제로화시키고 새롭게 도전하는 거 너무 좋아하는데 이러면 아무것도 아닌데 힝 그러면서 신나서 운동화끈 새로 빤 거 운동화에 갈아끼우면서 콧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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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2-18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하도 여기저기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의 속편을 봐서 그런지 길버트를 스트라우트로
보았네요 ㅋㅋㅋ

수연 2019-12-18 16:48   좋아요 0 | URL
스트라우트도 읽고싶지만 지금 제게는 일단 길버트가 먼저라서 길버트 먼저 읽고 스트라우트는 내년에 꼬옥 도전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얄라알라북사랑 2019-12-18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숙영언니는 어떻게 검색할까요? 직접 읽어보는 편이 빠르겠어요
좋은자극받고 갑니다

수연 2019-12-18 16:49   좋아요 0 | URL
숙영언니는 제가 사적으로 아는 언니 이야기를 쓴 거라서 어디에 가셔서 읽으시기는 힘들 거 같아요, 언니가 쓴 글 찾아보면 나오기는 하는데 언니 공부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 거라면 무관해서 따로 링크는 안 걸게요. 뒤늦게라도 공부하면 공부하는 그 맛이 있는 거 같아요 지금 이 나이에 공부한다고 해서 교수가 되려는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2019-12-18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8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8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8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8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8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9-12-20 0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95세에 영어공부를 시작하신 분이 있으시다니! 아 이젠 머리가 안 돌아가 늦었어! 라고 생각했던 저를 뒤돌아 보게 하네요.

수연 2019-12-20 07:44   좋아요 1 | URL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는 핑계를 주면 안된대요. 저는 어릴 때 공부하지 않아서 그게 제일 후회되던데 지금 공부 못하겠어 나이들어서 투덜거리면 주변에서 다들 난리나요 아가가 공부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라고 ㅋㅋ 프시케님도 아자!
 



essen 먹다 (4격 동사) 

 ich esse 

 du isst

 er/sie/es isst 

 ihr esst 

 wir/sie/Sie essen 


 너는 뭐 먹어? Was isst du?

 그는 뭘 즐겨 먹어? Was isst er gern?

 너희는 뭐 먹어? Was esst ihr?

 당신은 뭘 즐겨 드세요?  Was essen Sie gern? 


 정관사 

 m.  der des dem den

 f.   die der der die

 n.  das des dem das

 pl. die der den die 


 나는 그 사과를 먹는다 Ich esse den Apfel.

 너는 그 바나나를 먹는다 Du isst die Banane.

 그는 그 과일을 먹는다 Er isst das Obst. 


 부정관사 

 m. ein eines eienm einen

 f. eine einer einer eine 

 n. ein eines eienem ein 


 너희는 한 케이크를 먹는다. Ihr esst einen Kuchen.

 우리는 한 수프를 먹는다    Wir essen eine Suppe.

 그들은 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Sie essen ein Eis. 


 vergessen 을 잊어버리다 (4격 동사)

 ich vergesse 

 du vergisst

 er/sie/es vergisst

 ihr vergesst

 wir/sie/Sie vergessen 


 나는 그것을 잊어버린다 Ich vergesse das.

 너는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Du vergisst das nicht. 

 그는 나를 잊어버린다 Er vergisst mich. 

 그녀는 너를 잊지 않는다. Sie vergisst dich nicht. 

 우리는 그것을 잊어버린다 Wir vergessen das. 

 그들은 그것을 잊지 않는다 Sie vergessen das nicht. 

 그는 나를 잊어버린다 Er vergisst mich. 

 나는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Ich vergesse das nicht. 


 시원스쿨 독일어 왕기초교재 2권 10강 공부 


 매일 말고 주1회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외국어 기초 메모해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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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2-13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네집 서잰지 모르지만 겁나게 부럽군요.
저는 옆으로 뉘어만 두는지라...ㅠ

수연 2019-12-13 18:57   좋아요 2 | URL
아 저기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어느 서점이에요 스텔라 케이님 서재 아니라 ㅋㅋ 저도 저런 서재 갖는 게 소원인데 나중에 정리할 거 생각하고 저걸 어떻게 다 읽나 그런 생각에 서재는 좀 단출하면 좋겠다 해요. 대신 저런 멋진 서점이나 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으면 좋을듯 해요. 채광 좋고 맛난 커피도 있고 크로와상 샌드위치도 팔고 책 관련 액세서리도 좀 근사한 걸로 있고 그 안에 있는 서점 주인이나 직원이나 도서관 직원들은 좀 잘생기고 똑똑하고 자상하고 친절하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저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거 같아요

stella.K 2019-12-13 19:12   좋아요 1 | URL
왜 서점일거란 생각을 못한 걸까요?
그저 어떤 부자의 거대한 서재일 거라고...ㅋㅋㅋ

근데 수연님 영화<노팅힐>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닙니까?ㅎㅎ
그런 사람 있으면 독서 방해되서 안 됩니다.
하긴, 작년인가? 강남 예스24에 책 팔러 나갔더니 거기 점원 하나가
되게 잘 생겼더라구요. 비슷한 또래였다면 번호 땃을지도 모르는데
아무리 잘 봐줘도 내 조카뻘 밖에 안 됐겠더라구요.
그냥 먼 발치서 책 고르는 척하고 힐끔힐끔 볼 뿐...
며칠 전 다시 나갔더니 역시 없더군요. 그럴 줄 알았다능.ㅋ

수연 2019-12-13 19:25   좋아요 1 | URL
노팅힐 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노팅힐 영향도 있는 거 같아요_ 그런데 미국 드라마 너의 모든 것_ 거기에서 보면 그 살인마도 엄청 지적이고 얼굴도 잘생겼고 앗 그런데 맞아 잘생겨도 친절해도 싸이코일 수도 있는데 제가 너무 외모에 후한 점수를 주나봐요 ㅠㅠ 이건 다니엘 슈틸 언니 책 너무 읽어서 잘생기고 노블한 뭐 그런 이미지 ㅋㅋㅋㅋ 아 아니다 그냥 트와일라잇 에드워드 때문에 잘생긴 남자 보고싶다 이런 욕망이 강해지는 거 같아요. 책읽기에 방해는 된다해도 음 그 잘생긴 얼굴 보려고 매일 드나들 거 생각하면 운동량도 좀 늘어날 거 같고 여러모로 좋을 거 같아요. 전 누구 얼굴 너무 잘생겨서 책읽기에 방해받은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아 아니다 ㅋㅋㅋ 대학교 다닐 때 같은 과 예비역이 겁나게 잘생겨서 ㅋㅋㅋㅋㅋ 매일 그 선배 얼굴 보려고 도서관에서 살았어요. 근데 그 선배에게 차마 대시를 못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흑흑 그냥 해버릴걸 대시 ㅋㅋ

stella.K 2019-12-13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완전 노티나는군요. 생각해 보니 <노팅힐>이 언제적 영화라고.ㅠㅠ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진짜 넘 잘 생기면 오히려 대시를 못하겠더라구요.
인생 한 번 살지 두번 사는 것도 아닌데 후회나 안 남게 막 대시도하고 그래야 하는 건데...
수연님하고 수다 떨고 있으니까 좋네요.^^

수연 2019-12-13 21:54   좋아요 1 | URL
노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나이 생각하지 말아요 어흑;;;;;;; 근데 지나고보니 대시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물론 선배는 진짜 성실파라서 지금 꽤 멋진 어른이 되어있지만 마음에 든다고 대시 다했으면 아 연애 기록이 너무 호화찬란했을 거 같아요 ㅋㅋ 종종 수다 이렇게 떨어요 스텔라님~ ^^

로제트50 2019-12-13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독어 공부 중인데 올리신
내용, 제 수준이어서 반갑네요 ^^;;
이거 텍스트로 써도 되겠죠?
댓글에서 미드 너의 모든 것 언급하셔서.
제가 요즘 보고 있는 중이라 더 반갑네요 ~

수연 2019-12-13 21:55   좋아요 0 | URL
오! 로제트50님 반가워요. 요즘 대세는 독어래요 ㅋㅋ 독어가 제일 인기 있고 그 다음이 스페인어라고 하던데요. 독어가 인기있는 날이 오다니 좀 신기해하고 있어요. 네 텍스트로 쓰셔도 무관할듯 해요~ ^^ 너의 모든 것 저는 중간에 끊겼는데 넷플릭스 다시 구독해서 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강상규 2019-12-13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관사와 부정관사는 4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입에
붙네요 ㅎㅎㅎ

수연 2019-12-13 21: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반갑습니다 강상규님 그게 바로 독어의 마력인가봐요 저는 아직도 헷갈리네요 ㅠㅠ
 



 







기록을 한다는 취지로 너무 너저분한 것들까지 모두 드러내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젯밤에는. 대중들에게는 이혼녀이고 삼류에로물에 다수 출연한 배우로 알려져있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참 좋았다. 당당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 눈빛이 제일 좋았던듯.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상 옷을 벗지 않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변신을 하는 모습들도 좋았다. 하지만 언제고 다시 작품 속에서 옷을 벗어야 한다면 벗지 않을까 다만 삼류에로물 따위 말고 일류작품이라고 불리우는 그런 작품성 있는 작품 속에서. 옆자리에서 밥을 먹으면서 힐끔힐끔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잠깐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옆에 앉은 딸아이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배우야, 짱 멋지지 않아? 귓속말을 했더니 저 아줌마 싸인 받고 싶어? 물어보아 응, 받고싶지만 지금 식사하시는데 실례잖아, 그러니까 괜찮아_ 했더니 그게 뭐 별거라고 하더니 종이와 펜을 갖고 냉큼 옆자리로 이동해서 실례합니다, 식사하시는데 죄송합니다, 배우님, 우리 엄마가 팬이라고 하는데 싸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극존칭 하는데 나도 풋 하고 웃고 맞은편 자리 앉은 애인도 풋 웃고 여배우와 동석한 이들까지 모두 웃음보. 너는 나를 모르겠지? 하고 물어보니 네, 몰라요, 근데 뭔지 모르게 엄청 멋져요. 싸인을 해주시면서 슬쩍 나를 쳐다보며 따님이 멋져요, 해서 감사합니다_ 더 이상 잘근잘근 깨물고싶은 순간들은 없다, 솔직히. 아가아가한 모습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나를 닮은 자그마한 아이가 어린이 틀을 벗어나려고 해서. 그런데 어제는 좀 근사해서 잘근잘근 깨물고싶었다. 


 강박적으로 영어공부를 하고싶은 순간들을 내다버리고싶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뭐가 있을까 하고. 노팅힐을 드디어 다 봤다. 나는 영국영어를 좋아하는듯. 그래서 찾다가 발견한 클립들에 넋을 놓고 보았다. 일단 아가들이 넘 귀엽고 영국아저씨 목소리 진짜 좋으며 한국언니 솔직발랄한 모습도 좋다. 영상미가 아주 제대로. 영상관련 일을 하는 아빠의 작품인듯. 순간들은 모두 꿈결처럼 사라져버린다. 그걸 알기에 소중하게 여겨야할듯. 작년 생일은 먹먹했고 2년 전 생일에는 죽고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행복해서 선물받은 카프카 책을 쓰다듬으며 토마토를 깨물고있다. 잘근잘근 깨물고싶은 순간들이 많아져야 나이들어서도 추억 꺼내들며 많이 웃을듯 하다. 이 모든 '꿈 같은 삶의 기록'들. 언니는 앞으로 꽃길만 걸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람 인생이 꽃길만 걸으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다만 절망스러운 순간들 잘 넘기시면 좋겠다. 고통을 어떻게 승화할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에 대해서 어젯밤 애인과 대화,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들일거야, 그래서 수시로 자살에 실패한 이들이 구급차 안으로 안으로. 어느 순간만 잘 버텨도 더 괴로운 순간은 닥치기 마련이다. 그걸 어떻게 형태를 바꿀 수 있을까 헤아릴 수도 없지만 인간이라면 그 안으로 들어가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할 수 없다고 여긴 일들을_ 하고 카프카를 읽으며 나는 헤아려본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지만 이해하고싶은 순간들 역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헤드랜턴을 켜고 굴 속을 탐사하는 탐험꾼이 된다. 언어를 공부하면서도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 되어 헤드랜턴을 켜고 굴 속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채 굴 속이 얼마나 깊을지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한채 하염없이 그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그런 마음을 품게 된다. 더구나 나는 여러 가지 언어들에 마음을 앗긴 상태인지라. 그래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영어공부를 하고 조금 더 영어를 잘하게 되고싶다. 독일어 진척이 된다면 오스트리아에 가서 일주일이라도 지내고오고싶다. 와인을 마시면서 아 오스트리아에서 한달 동안 살다오면 소원이 없겠다 하니까 나 같으면 가겠다, 민이 데리고 방학 동안에. 눈이 반짝반짝. 그렇지! 그렇네! 스페인어는 나날이 퇴보되어간다. 알던 단어들도 모조리 기억에서 사라져간다. 어떻게 문장을 만들어야하는지 그 구조도 모두 새까맣게 잊혀질지도. 아 어쩔 수 없어 나란 인간은 하고 어젯밤에는 자조했다. 그래도 술 취해서 독일어 단어 열개 외우고 잤다. 미친년처럼. 해가 밝다. 새벽에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모습을 창밖으로 가만히 응시했다. 죽고싶은 순간들에서 벗어나면 다시 잘근잘근 깨물고싶어진다,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어도 잘근잘근. 이 보잘것없는 모든 순간들, 이 되씹는 과정들, 그 모든 건 살아서야 가능한 행위들. 죽고싶어도 죽지 말자, 낯선 손을 잡고 속삭이고 싶은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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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열불 나서 죽을뻔, 외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뭐 두 시간 더 하면 뭔가 목표량 50프로에는 도달할듯. 

원어민 선생님의 발음은 확실히 오 뭔가 남다른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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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들기 전 커피 두 모금 마신 게 탈이 나서 새벽 세 시에 일어나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고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고 결국 잠을 설치고 딸아이 등교 준비를 하고 사과를 아삭아삭 베어물면서 오늘 뭘 할 지를 생각. 계속 다니엘 슈틸 책을 두 시간 정도 읽을 계획. 단어를 모르는 게 많아서 제대로 단어 정리를 하고싶다는 마음. 한겨울에 입던 패딩을 꺼내서 입히려고 보니 얼마나 자랐는지 낑겨서 결국 내 패딩 입혀서 등교시켰다. 소매가 좀 길어서 그렇지 몸통은 얼추 맞아서 엄마가 5키로 다이어트하고 네가 5센치 더 크면 우리 얼추 옷 같이 입을 수 있겠다 싶어서 쿡쿡 웃었다. 날이 차가워지면서 볼에 살짝 얹힌 기미를 제거하려고 했는데 내가 여기 살짝 낀 엄마 기미와 주근깨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빼지마 라고 해서 진짜 기미 제거하지 말아야 하나 하고 진심으로 갈등했다. 다니엘 슈틸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건데 휘둘리고 싶지 않다. 휘둘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볍고 낡아서 더 무게감이 없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밤에는. 더 가볍고 더 낡게 만들어 그 어느 곳에도 담기게 하지 마옵소서 하고 내 마음에 깃드려는 악한 것들을 물리쳤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친한 이웃분들이 댓글을 남기셨는데 그 중 센스짱, 더 가볍고 더 낡게_ 이건 기미를 빼지 않겠다는 뜻이고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뜻인가요? 빵 터졌다. 커피 마시다가 진짜 뿜을뻔. 


다니엘 슈틸을 읽다보니 좀 많이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에 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지만 아침밥을 먹으면서 나뭇가지 하나 뿐질러서 내 마법 지팡이 좀 만들어주면 어때 엄마 아 마법사 되고싶어 환장하겠다 하는 딸아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책의 힘을 절감하게 된다. 세상과 나날들의 중심축이 되어주는 건 오롯이 해리 포터다. 만 10세 여자아이의 머릿속에는 오롯이 해리 포터만이. 반에서도 학원에서도 해리 포터를 읽은 아이들의 그룹과 아직 읽지 않은 그룹으로 나뉘어 읽은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해리 포터 안의 용어들을 갖고 대화를 이어간다고. 알리스 머튼의 노 룻츠를 계속 들으면서 산책을 하는데 옛날 열망들이 오롯이 되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다니엘 슈틸을 읽으면서 이 통속적이고 아줌마용 소설이라는 핑크빛 책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다니는 동안 어린 시절에 열망하던 것들을 아직까지 몸 속 세포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좀 충격을 받았다. 결국 나는 이런 인간이 되고싶었던 거고 이런 인생을 꿈꾸었던 것이며 이런 풍경들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는 거 아닌가. 아 그랬던 거였구나 그랬던 거였어. 더 낡고 더 가벼이 만들어 그 어느 곳에도 담기게 하지 마소서. 그렇게 제발 플리즈 뽀르 파보르, 씰부뿔레, 빗뜨빗뜨. 


해리 포터 대체 언제 읽을겨? 대화가 안 통하잖아~ 오늘 아침 등교하면서 물어보길래 다니엘 슈틸 언니 책 다 읽고 바로 라고 약속을 해버렸다. 조앤 케이 롤링 작가님은 완전한 천재야, 세상에 이런 천재가 있을 수 있을까. 오, 사랑해요 작가님_ 하고 책을 읽다가 막 하늘을 보고 울부짖는 딸아이를 보면서 아 드디어 크는구나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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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1-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하나만 놓고 보자면 저는 해리 포터에 노관심이라 읽지도 않고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조카가 좋아하네요. 그래서 저도 처음부터 찬찬히 해리포터를 읽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모의 삶이 쉽지 않아요...

수연 2019-11-21 09:56   좋아요 0 | URL
저도 해리 포터 읽을 생각 전혀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해서 슬쩍 건드려보려고 해요. 겨울을 해리 포터와 함께 보내게 생겼어요. 이모의 삶도 화이팅.

단발머리 2019-11-2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 넘게 아이가 해리포터 이야기만 하는데도 같이 읽지를 못 했어요. 후회가 좀 되요.
제가 장담합니다.
1년 이상 해리포터 이야기만 해요.
두 분은 꼭 성공하시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수연 2019-11-21 09:56   좋아요 0 | URL
1권 읽어보고 읽히면 읽고 안 읽히면 패스하는 걸로 ^^ 근데 1년 이상 주구장창 이야기 들으려면 억지로라도 읽어야 하나 하고 갈등도 살짝 해봅니다 ^^;;

cyrus 2019-11-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안 읽어봤어요... ^^;;

수연 2019-11-21 09:57   좋아요 0 | URL
나도 판타지 안 좋아한다고 여겼는데 어쩌면 엄청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싶었어. 사이러스 삼촌도 기회 되면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