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하게 페이퍼를 쓰고 싶지만 커피와 에어컨과 더위와 맥주로 인해서 두통이 다가오고 있는 중인지라_ 짧게만 메모한다. 타이레놀 이알 두 알 삼키고. 다만 욕망의 진앙지, 친구들, 쟝님 이야기를 듣다 말고 모든 게 말끔해졌다.
나는 그의 손을 원한다. 담대하고 담대해 거침없이 내게로 올. 당신이 내게로 오겠다고 한다면 나 역시 담대하게 받아주겠어. 더 이상은 상상 속에서만 허우적거리는 짓 하지 않을 거야. 한 번으로 충분함. 마주하고 리얼리즘이랑 모더니즘 사이에서 내 욕망이 뭔지 알아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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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다정함 속에서 살아간다. 숨을 쉬고.
더불어 내가 그의 손을 원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그의 손에서 뿜어져나오는 다정한 열기를 원한다는 걸 동시에 알았다.
왜 나인가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내가 너를 원하니까, 라고 마음 속으로 대꾸하며 가만히 침묵했다.
만일 내가 뻗은 이 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를 거절해요, 혹여나 불편하다면 말이죠.
항상 내가 손을 뻗는다고 해서 그 손을 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나의 욕망을 추동하는 이들에게 강하게 끌린다.
그 욕망을 추동하는 그 힘의 발산지가 어떤 지점인지는 알아가면서 정확하게 캐치한다고 여겼고.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다른 인생을 살았을 테고 조금 더 일찍 서로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는 건
그 다른 인생을 함께 하지 못했음에 안타까워한다는 이야기일 텐데 아니,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우리가 지금 서로를 원하고 있으니 서로가 끌려 만남을 가지는 걸 테고
우리가 더 이상 서로를 원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무기력과 나약함과 비겁함에 도취되어 역시 같은 방식으로 엔딩을 고할 것이다.
편의점을 하는 사촌언니가 일주일 한 번씩 하루 유통기한이 지난 음료와 삼각김밥, 샌드위치를 갖다준다.
아침, 말끔하게 두통이 사라져 상쾌한 상태로 일어나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배가 고파 커피우유를 냉장고에서 꺼내 마신다.
지난 밤에는 꿈을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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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욕망들 속에서 내 욕망을 발견하곤 한다.
그것이 어떤 형태인지 더 이상 내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는 당신 안에서 내 욕망의 흔들리는 지점들을 정확하게 가늠해보고 싶어졌어.
그러니 만일 당신도 나를 알고 싶다면 좀 더 담대하게 내게로 와볼래? 하고 나는 말을 무심하게 던졌다.
친구가 조언했다. 일단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읽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