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어렸을 때 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냐고 물어본 적 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하나 하던 중 인간에게도 원래 날개가 있었는데 일부러 실감나게 말하기 위해서 여기 이 부분 있잖아, 날갯죽지 있던 부위라고 말하며 여기에 날개가 있었거든, 인간에게도 원래, 그런데 이 날개는 단번에 자라지 않아, 책을 한 권 두 권 읽으면 서서히 날개에 뼈가 붙고 근육이 생기고 깃털이 만들어지고 그러는 거거든.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해서 막 날개가 자라는 건 아니고 날개에 영양분이 될 것 같은 좋은 책을 읽고난 후에 뼈가 붙고 근육이 생기고 깃털이 만들어지고 깃털이 더 많아지고 그러면서 날개가 자라는 거야.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오, 그러니까 책은 날개 밥이군! 엄마! 통찰을 하더니만 자신의 날갯죽지를 막 만지기 시작하고난 후 내 등 뒤로 돌아와 내 날갯죽지를 만지더니만 근데 엄마, 왜 엄마 날개는 아직도 안 생겼어? 책을 그렇게 많이 읽었으면서? 묻길래 이 날개는 보이지 않아, 갑자기 커다란 지혜가 필요할 때 그때 안 보이던 날개가 촤라라락 펼쳐지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오, 색깔도 다 달라? 아이는 눈이 더 커다래지면서 물어보았다. 응, 사람마다 크기도 다 다르고 색깔도 다 달라.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말고 그렇다면 글자를 몰라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다가 생각을 관뒀다. 때는 바야흐로 아이가 한글 쓰기를 막 시작할 때인지라 한글을 일단 알려야겠다 이 생각에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스스로 지어내다말고 문득. 그렇다면 내 날개는 어느 정도 크기인가 싶어 자신의 날갯죽지를 팔을 뻗어 꾹꾹 눌러보았다. 이야기가 먹혀들어서 아이는 한글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기역을 한번 쓰고 니은을 한번 쓰고 가를 쓰고 나를 쓰면서 가끔 팔을 뻗어 제 날갯죽지를 꾹꾹 누르면서 내 날개야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한글 다 떼고나면 좋은 책 많이 읽어서 멋진 날개가 되게 해줄게, 좀만 기다려, 내 예쁜 날개야.
책으로 만든 날개, 그렇다면 내 날개의 가장 크나큰 근육은 어떤 책으로 생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