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어휘가 너무 많아서 쉽사리 완독하기는 힘들 거 같다. 그래도 번역본 도움 받으면서 읽으려고 꺼내놓았다. 소설 읽기 전에 영화 먼저 보았다. 감정선이 눈빛으로 전달되는 게 좋았다. 철저하게 토니의 시선으로만 서술되는 게 못마땅하게 다가온 건 어떤 까닭인지 모르겠다. 살아남은 자로서 자신의 치부를 덤덤하게 전 부인과 딸에게 드러내는 게 못마땅하게 여겨지는건지. 뻔뻔하다고 해야하나. 살아남은 자로서 이곳에서 선과 악의 경계 없이_ 기억의 왜곡. 그건 영화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드러나는 태도를 그저 껍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천천히 읽으면서 구절들을 가닥가닥 풀어놓을 수 있기를. 시인들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야겠다. 심술쟁이 영감은 그럼 마땅히 회개를 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_ 작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화자 역시 스스로 그렇게 말을 하고. 다만 그의 태도가 변하는 계기는 사라의 유언 덕분이다. 그 유언을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왜곡된 기억이 사실이라 여기고 평생 변하지 않고 살다 죽었을 테니까. 순수한 사람들만이 꾸려가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토니가 못마땅하게 다가오는 것 역시 내 안에 토니의 그런 뻔뻔함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잘 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살아가기를 원하기에_ 더 간절해지는 게 아닌가. 영화상 드러난 은유가 꽤 많다.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주워담을 수 있기를. 영화를 다 보고난 후 나는 런던에 가본 적도 없는데 런던에서 잠깐 지냈던 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런던 유학을 준비하던 오빠가 등단을 하는 바람에 런던에 가지 못한 이야기를 하도 생생하게 해줘서 그랬을 수도 있고 런던에서 얼마나 행복한 유학 생활을 했는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던 친구의 목소리가 생생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