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Okay (Paperback)
Nina Lacour / speak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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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가 죽고난 후 혼자 남게 된 아이 마린. 마린의 친구이자 사랑인 메이블. 만일 내가 마린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대학에 막 입학하는 그 나이에 세상에 홀로 내던져졌을 때. 약간의 유산과 할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됐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떠올랐다. 와타나베가 중얼거리는 그 혼잣말은 열여덟 나이의 내게 기도소리처럼 다가왔다. 청춘의 방황과 절망에 대해서 피부로 느껴지는 소설이었기에. 지나고보니 왜 그렇게 불안하고 감당할 수 없어서 도망치고만 싶었을까 당시에는 스스로를 납득할만한 도면도 그릴 수 없었는데 역시 지나고보니 보이지 않던 공간들까지 보이면서 도면이 보였다. 천둥벌거숭이에서 막 그 껍데기를 벗고 스물이 되어 성인이 되었으니 어른이 되어라 책임 있는 삶을 꾸리도록 해라 이게 스물이었던 당시에도 논리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삼분의 이까지 읽은 시점에서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난리 부르스를 출까 했는데 결말이 압도적이었다. 마린에게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라도 이런 결말이라면 판타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슬픔에 가득 찼던 아이가 숨쉴 구멍을 발견했을 때 그 느낌이 어땠을까 과연. 사람이 사람에게 지옥이 되고 파라다이스가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번역본 없이 읽어서 가물가물한 구절도 꽤 있었다. 도서관에서 번역본 빌려서 재독해야지. 소설의 주인공은 마린인데 메이블이 정신력이 대단한 인물로 다가왔다. 제인 에어도 다시 읽어야겠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도 찾아보면서 꼼꼼하게 읽어야지. 실존의 불안을 넉넉하게 감싸는 게 기껏 타인의 사랑인가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좋았다, 나는. 만일 내가 메이블이었다면 끝없이 연락을 씹고 어떤 양해의 말 한 마디도 없이 뉴욕으로 가버린 마린을 찾아갈 수 있을까. 아마 힘들지 않을까. 청소년 소설이지만 소녀들의 성장사, 사랑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좀 더 거대하다. 꼰대의 시선으로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공동체에 대한 맥락에서 읽히기도 했다. 나라는 존재가 어느 누군가에게 숨쉴 구멍이 될 수 있는가. 그런 맥락에서도. 그리고 혈연과 맥락 없이 낯선 이들끼리 숨쉴 구멍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선거철이 다가와서 더 그렇게 읽혔는지도. 





+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생활, 극과 극,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의 극과 극적인 생활상은 다니엘 스틸의 소설에서도 줄곧 등장한다. [전념]에서 읽은 구절 겹쳤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이 천국 같으리라고 사람들은 상상하고 기대한다. 하지만 실상 기후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의 삶의 만족도도 다를 바 없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자신이 그 지역에서 얼만큼 소속감을 느끼는가, 여기에 내 가족과 내 친구들과 내 이웃들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가 이다.

+ 스물을 갓 넘긴 그는 독립적인 생활을 해야하는지라 모텔청소부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우리는 부모 도움으로 공부만 해도 되는 대학생이었다. 끝내 오프모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화려한 글빨과 어마무시한 다독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내가 이 나이가 되었으니 그도 지금 내 나이가 되었을 테고 어딘가에서 안정적인 일을 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겠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상하면서도 쿨한 엄마 노릇을 할 수도 있을 테고 소설을 쓰고 싶어했으니 소설가로 데뷔해서 글을 쓰며 살 수도 있겠다.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모텔 생활을 잠깐 하는 마린 이야기가 나올 때 그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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