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펼쳤다가 오늘 다 가버렸네 -.-

상상력은 단속할 수 없다 - 폭력적인 포르노를 법적으로 단속할것을 요구하는 다수파 페미니스트들의 요구에 내가 동조할 수 없는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페미니스트 법학자 캐서린 맥킨논은 ‘포르노는 이론, 강간은 실천‘이라는 유명한 공식을 주장하기도 했다. Mackinnon 1987-1993리고 이 논리를 근거로 미국의 주류파 페미니스트는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내용의 포르노를 법적으로 규제할 것을 요구해오고 있다.
일본에서도 포르노 규제를 둘러싸고 일부 페미니스트와 만화가, 작가 사이에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났으나, 나 자신은 페미니스트 속에서도 소수파인 표현의 자유‘ 옹호파에 속한다. 예를 들어 나가야마 가오루는 ‘표현의 자유‘ 논쟁의 속편 격인 《2007-2008만화 논쟁 발발》永山·區間 2007에서 소수파 페미니스트 대표로 나와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上野 2007참고로 나가야마의 에로 만화 스터디스》水山 2006는 폭력적 포르노에 관한 통찰력 넘치는 명저이다. 이 책에는 ‘귀축계虎系’ 라고하는 폭력적 포르노가 소개되어 있는데, 귀축계란 신체를 변형하고 가공하고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타자를 능욕하고 싶다는 욕망을표현한 것이다. 그 자세한 내용을 읽다보면 인간의 상상력이 가지 - P100

는 한계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 그 안에는 ‘인간수人間’라는 사지를 절단당하고 개목걸이를 찬, 오로지 성적인 조련과 능욕을 당하기 위해 사육되는 인간이 등장한다. 하지만 텍스트는 그 ‘인간수의 고통과 슬픔까지도 표현하고 있다. 나가야마는 귀축계 포르노의 소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의 낙차를 경험함으로써 이중의 쾌락을 즐기는 것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지적을 한다. 가해자와 동일화하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는 쾌락은 깊이가 얕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고통에도 동일화함으로써 쾌락은 더욱 복잡하고 깊이가 깊어지는 것이다.
포르노 규제가 연령 제한 표시나 액세스 제한 같은 수법으로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그것이 아무리 잔혹한 상상력이라 할지라도 표상의 생산 그 자체를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단속하지 않는 것이 좋다. 표상과현실의 관계는 반영이나 투사와 같이 단순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꿈과 같이 보상이나 보완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상상속에서 줄기차게 살인을 저지름으로써 현실 속에서 누구도 죽이지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01

남근 페티시즘. 쾌락의 원천은 남근이다. 에도 시대의 춘화 속에 드러난 남근 페티시즘은 놀랄 만큼 강렬하다. 이성애뿐만이 아니다. 에도 초기에는 어린 소년을 대상으로 한 동성애, 아니 ‘소년애‘의 구도가 눈에 띄는데 이 경우에도 남근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국화꽃(항문)을 침범당하는 소년은 눈을 가늘게 뜨며 ‘화합‘의 표정을 짓는다. 항문의 성기 삽입에 익숙한 사람도 때때로 고통을 느낀다고 하므로 소년애가 ‘화합‘의 표정으로 그려져있다는 것은 ‘화합‘이 연극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일 것이다. 포르노의 정석 대로, 범해지는 상대가 그것을 환영하고 있다는 조건은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포르노그래피 텍스트 중에 여성의 쾌락 이외에 소년의 신체적인 쾌락에 관해 묘사한 텍스트는 내 식견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아직 본 적이 없다. 성기 삽입을 받아들이는 소년의 정신 세계나 인연의 깊이 등은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년은 연장자이며존경의 대상인 동성 상대에게 마치 하늘에 바치는 제물처럼 자신의 성적 신체를 바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푸코가 고대 그리스의 소년애에 관해 지적하듯이, 그것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기 삽입을 수반하는 교미 행위는 근본적으로 비대칭적인 것이다. 삽입하는 자‘와 삽입 당하는 자‘ 간의 비대칭성 아래에서 삽입하는 자는 남근의 주인, 삽입 당하는 자는 상징적으로 거세된 이, 즉 여성화된 자를 뜻한다. - P145

‘밤일은 점차 낮일‘을 침식해갔다. 회사 내에서 그녀의 화장은 점점짙어져갔고 복장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생활이 너무 가혹했던 탓인지 아니면 거식증이 재발했던 것인지 그녀의 육체는 병적으로 야위어갔다. 직장에서의 고립도 깊어져갔고 회사 사람들 역시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정시 퇴근이 가능했다는사실 자체가 직장 내에 그녀가 있을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대 후반, 직장에서 가장 무르익을 나이. 남자였다면 출세 경쟁이 한창일 때다.
그리고 39세. 마치 ‘여자의 유통기한이 다하는 순간을 노렸다는듯, 그녀는 살해당한다. 살해당하지 않았더라도 그녀의 삶 자체가완만한 자살‘이었음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체가 발견된 마루야마의 초라한 아파트는 OL들의 성지聖地가되었고, 그곳에는 꽃을 바치는 행렬이 몇 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 P237

‘아버지의 딸은 어머니의 무력함과 의존성을 혐오한다. 그러나 어머니와 같은 종류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딸은 어머니와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남편에 대한 어머니의 의존이 어머니의섹슈얼리티 봉인으로부터 성립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딸은어머니의 숨겨진 욕망을 읽어내어 금지를 범함으로써 어머니의 욕망을 대행적代行的이고 희화적으로 달성하려고 하지만 그것 역시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의미하고 있다. 90년대 원조 교제 소녀들의 배후에 존재하는 두 세대에 걸친 여성의 섹슈얼리티 억압을 읽어낸것도 하야미 유키코였다.
가정 내에서 최약자인 딸의 공격은 강자인 아버지나 어머니에게직접적으로 향하지 않는다. 약자의 공격은 더욱 약하고 저항하지않는 이, 즉 자신의 신체와 영혼, 섹슈얼리티로 향한다. 아들의 공격성이 단순히 타벌 또는 타자에 대한 상해 행위로 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게 자기 신체를 시궁창에 던져 넣듯 남성에게 바치는 성적 일탈(그 안에 매춘 행위도 포함된다)은 섭식 장애나 손목을 긋는 자해 행위와 같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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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1-11-28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상력은 단속할 수 없는 건 맞지만… 그 상상력이 타인을 불쾌하게 만든다면.. 포로노 속의 여성 폭력이나 소년의 동성애에 대한 희생은 참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저로서는..쩝

vita 2021-11-28 23:39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좀 다르게 받아들였어요, 현실의 경계와 몽상 사이. 물론 상상력의 범주에도 한계가 있어야겠지만 인간의 안에 깃들어있는 악마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 악마가 현실로 나오면 악마의 소굴이 되어버리고 말지만 상상 안에서 활동한다면 더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봉인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자의 생각도 그러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