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관련 이야기, 태아일 때는 마치 사회의 아이인 것처럼 대하며 절대 떼지 못하게 하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바로 당신의 자식이 아닌가 하고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전형적인 사회의 모습을 거론할 때는 너무 통쾌했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공감. 임신과 출산 과정에 대한 문장들은 내 주변에 있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자연유산을 한 적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주 나이가 많이 들면 그때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낯선 존재로 인해서 내 몸에 새로운 생명력이 깃든다는 걸 육체적으로 느꼈고 그동안 마치 슈퍼맨이 된듯했다. 태아가 자연유산으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병원에 가기도 전부터 이미 알았고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하고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다. 첫사랑과 헤어져 일주일 동안 몸져누워있을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두 번째는 아빠 돌아가시고난 후. 그 태아를 잃고 얼마 되지 않아 지금 내 딸아이가 바로 찾아왔다. 임신과정은 지루했고 마치 괴물이 내 위장을 집어삼키는 것처럼 극심한 허기를 느끼곤 했다. 그래서 18키로 쪘다. 출산 과정은 순조로웠다. 분만실 들어가고 정확히 5분 만에 민이 나왔다. 의사샘도 칭찬했다. 5분 만에 나온 건 뭐 거의 초스피드라고. 분만실 들어가기 전에도 아프긴 많이 아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소식을 듣고난 후 병원에서 아파하면서도 내내 우느라 아파서 운 게 아니라 좀 몽롱했다. 육아 과정은 패스하자. 그때 산후우울증 떠올리기만 해도 괴롭다. 육아 잘 못합니다. 출산은 잘 했지만. 아이는 사랑스럽다. 가끔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심해서 서로 머리를 각자 쥐어뜯기도 하지만 딸아이를 낳고 기르고 곁에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다. 사교생활에 대한 제약이 있고 (온라인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강하다, 더구나 현재는 코로나 시국) 가끔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일을 꿈꿔보기도 하지만 현 남편을 버릴 생각이 없으므로 두 사람을 동시 사랑해야 하는데 내 에너지로는 충분하지 않은 일이다. 마음껏 인생을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해 라고 오빠들은 이야기하곤 하지만 오빠들아 나도 인생을 즐기고 싶지만 너희들은 육아를 해보지 않았잖아. 딸아이는 나의 축복이면서도 사슬이긴 하다. 이것도 팩트니까. 내 스스로 그 황금 사슬을 온몸에 두르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2장 어머니와 3장 사교생활 4장 매춘부와 첩_을 대충 두를 수 있을까. 매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바 없어 더 공부해야한다. 여기에서 보부아르 언니가 이야기하는 상황과 현 상황에 거의 차이는 없을듯. 첩 관련은 의도치 않게 6주차 정리하면서 하고싶은 말 얼추 했다. 대망의 6장이 남았다. 5장 성숙기에서 노년기로_ 지금 딱 내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다. 765페이지에 있는 글은 어우 뭐 제 이야긴 줄 알고 엄청 찔리면서 읽었지요. 나네 나 어우 내 이야기네 어우 쪽팔려 이렇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읽은 문장들입니다. 성숙한 노년기에 다다르기 위해서 읽고 쓰고 또 읽는 거라고 변명을 해봅시다. 인사동에서 들국화 노래 들으면서 소주와 국화차 섞어 마시던 스무살에는 결코 여성의 성숙기(갱년기를 에둘러 표현한 거죠?)와 노년기에 대해서 곰곰 생각하리라 궁금해하리라 대비하리라 상상한 적 없던 게 사실이었다. 찰나 타임머신을 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중년 여인의 삶을 잠깐 체험하는 건 아닐까. 6장을 마저 읽고 마무리짓도록 하겠다.

여자로 태어난 게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졌다는 말. 여자-되기. 뼈에 새기고 싶은 말.

두 눈동자에 새기고 싶은 여성-되기. 나는 그것을 스스로 원한 적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그냥 인간이고 싶다. 

























여자는 가사로는 결코 자기를 구제할 수 없다. 이 일은 그녀의 시간을 빼앗지만, 그녀의 삶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정당화는 자기 밖에 있는 자유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가정에 갇혀 있는 여자는 스스로 실존을 만들어 나갈 수 없다. 그녀는 개별성 속에서 자기를 확립할 수단이 없다. 따라서 그 개별성이 그녀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 아라비아인, 인도인, 또 많은 시골사람들에게 여자는 다만 잘 길든 암컷에 불과하며,녀가 제공하는 노동으로 평가되고, 미련 없이 바꿔치기할 수 있는 가정도우미에 불과하다. 현대문명에서 여자는 남편에게서 어느 정도 개별적인 개인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그녀가 나타샤처럼 자기 가족에게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몰두하여 완전히 자아를 버리지 않는 한, 자기가 단순히 일반적인 것(비개성적인 것)으로 취급받는 상황을 그녀는 괴로워할 것이다. 그녀는 단조롭고 특징 없는 가정주부 아내 어머니이다. 나타샤는 기꺼이 이런 헌신적인 삶에 만족하며, 온갖 대립을 물리치고 다른 사람들을 부정한다. 그러나 현대의 서구여성은 이와 반대로 남에게 ‘이‘ 주부, ‘이‘ 아내, ‘이‘ 어머니, ‘이‘ 여자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이런 존재로서의 삶이 사회생활 속에서 충족되기를 바라고 있다. (686-687)

날마다 얼굴을 맞대고 포옹하면 어떤 신기루라도 사라진다. 부부의 감정은 육체적 사랑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땅 위에 서 있다. (699)

모든 연애관계가 이와 같이 동화처럼 결말을 맺지는 않는다. 젊은 처녀가 아버지의 집에서 자기를 해방시켜 줄 해방자를 꿈꾸는 것처럼, 결혼생활의 멍에에서 해방시켜 줄 애인을 기다리는 아내도 있다. 여자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이제까지 열렬하던 남자가 냉담해져서 도망가는 이야기는 자주 듣는다. 남자가 어름어름하는 바람에 여자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원한과 반감에서 그들의 관계가 나빠지는 일도 적지 않다. 연애 관계가 안정되면 결국 가정이나 부부와 같은 성격을 띠는 수가 많다. 여기서도 권태·질투 · 신중함·책략·결혼에따르는 모든 결함이 발견된다. 그러면 여자는 이런 매너리즘에서 자기를 해방시켜 줄 다른 남자를 꿈꾸게 된다. 어쨌든 간통은 풍습이나 환경에 따라서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가부장제전통의 잔재가 남아 있는 우리 문명에서는 부부생활의 부정(不貞)은 남자보다도 여자에게 훨씬 더 가혹하다. (717)

아무튼 간통, 우정, 사교생활은 모두 결혼생활에 있어서 기분전환이 될 뿐이다. 결혼생활의 속박을 견디는 데 도움은 될 수 있어도, 속박을 깨뜨리지는 못한다. 그것은 거짓된 도피 방법에 불과하며, 여자에게 운명을 올바르게 개혁할 길을 조금도 열어 주지 않는다. (720)

그녀는 위선에 싸여 살지 않기 때문에 가정주부보다 영리해지기 쉽다. (737)

여자가 늙는 것을 인식하는 날부터 그녀의 상황은 달라진다. 그때까지 여전히 젊은 여자였던 그녀는 자기를 추악하게 변형시키는 재난과 악착같이 싸웠다. 그녀는 성을 잃어버린 대신에 완성된 다른 존재, 즉 나이 먹은 여자가 된다. 그때 갱년기의 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부터 그녀가 편하게 살리란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시간의 숙명에 대하여 싸우기를 단념했을 때는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지상에 자기가 머물 장소를 마련해 두어야만 한다. 여자가 자기의 사슬에서 해방되는 시기는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다. (753)

책을 가장 많이 사는 부류는 그런 여자들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독서를 혼자 트럼프놀이 하듯이 한다.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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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0-2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뼈에 새기게 되네요.

‘그녀는 지상에 자기가 머물 장소를 마련해 두어야만 한다.‘

내 머물 장소를 위해 오늘도 저는 일을 하겠습니다. 불끈!! (놀고 있지만..)

vita 2021-10-27 09:59   좋아요 0 | URL
저도 머물 장소를 위해 뭔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불끈!! (역시 놀고 있지만....)

2021-10-26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7 1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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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 1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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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 1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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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 1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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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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