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를 완독. 감히 올해의 책이라고 벌써 정해버렸다. 읽는 내내 용광로 안에 담긴 불물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사이 이 활자들 자체가 수액이 되어 핏줄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작은 아이였던 더구나 보잘 것 없는 아시아계로 태어나 이곳과 저곳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차별을 당하며 반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캐시가 마주한 경험들. 중국인년아 나가 뒈져_라는 처음 보는 백인 남성의 말에 씨발 이 백인새끼야 꺼져_라고 대응할 수 있는 태도. 나는 전혀 황송해하지 않는다. 너희들에게 굽신여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으리라. 예리한 칼날로 해체하는 솜씨가 얼마나 눈부신지 모르겠다. 완독 후 한참 잠들지 못했다. 마이너 필링스라는 단어 자체도 다른 식으로 다가왔다. 자기 자식만 아는 맘충이라든가 집안이 잘 되면 며느리가 잘 들어와서 그렇고 집안에 불운이 깃들면 며느리가 그 불운을 몰고 온다는 무지한 샤머니즘으로 그득한 말(사위가 잘 들어와 집안이 흥하고 못난 사위가 들어와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강간폭력을 당하고난 후 죽거나 침묵해야 하는 둘 중의 한 가지 방식으로 유령처럼 생존해야하는 까닭, 소비할 때만 여왕으로 받들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쓸데없는 부엌데기 취급을 받는 전업주부 등등 이런 것들이 소소하게 잠을 방해했다. 결국은 공존인데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1-09-22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두달 넘게 남았는데 올해의 책 자리를 거머쥐었군요!

vita 2021-09-22 20:59   좋아요 1 | URL
네 마이너 필링스를 능가하는 책을 발견할 수 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