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회 마시는 술을 월1회로 줄일 수 있을까 남편과 이야기, 꼭 그래야 하나 하고 좀 뒤로 미루기로 했지만 술 때문에 몸이 망가진 경험을 두 번 해본 몸이라 그런 이야기를 나눔. 그러다가 꺼내온 드링킹.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 만난 모든 알코홀릭들은 다정한 이들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 나쁜 이들은 없어_ 라고 술을 좋아하는 이들끼리는 이야기하곤 하는데 알콜이 사람을 어떤 식으로 망치며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는지 자주 보는 남편으로서는 술은 지상 최고의 악_이라고 여긴다. 담배는 스스로의 몸을 망치지만 술은 알코홀릭과 그 주변에 제일 가까운 이들의 영혼까지 망치게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 말을 여기 이 책에서도 발견했다. 술과 담배에 취약한 몸이고 중독에 너그러운 내 영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몸도 두 번이나 망가져보았고. 아무리 술을 마셔도 결코 취하지 않았던 우리 아빠는 예순을 넘기자마자 지상을 떠났다. 술과 고기. 그로 인해 대장의 처음과 끝까지 암덩어리로 가득해서 배를 열자마자 메스도 대지 못하고 그대로 닫았다. 내게도 아빠의 피가 흐른다는 걸 여지없이 안다. 계속 읽는 동안 아빠와 약주를 즐기시던 우리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와 외증조할아버지를 떠올린다. 피부에 한그득 알콜이 들어찰 정도로 술을 마셔보았던 경험이 있고 알코홀릭 바로 이전까지 가보았기에 실제로 알코홀릭 바로 직전 단계라는 진단도 받았다. 주저하지 않고 읽고 있지만 여기에서 알코홀릭이었던 캐럴라인 냅이 서술한 모든 알콜 이야기는 내 이야기 같다. 알코홀릭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잘 생기고 멋진 우리 외삼촌은 알코홀릭이었다. 그래서 마흔이 채 되지 못하고 간에 복수가 그득 찬 모습으로 얼굴은 흙빛이 되어 돌아가셨다. 잠깐 친하게 지냈던 알코홀릭 언니는 술만 마시면 새벽 다섯 시까지 마시고 싶어했다. 집에 가기 싫어 하면서 계속 소주잔을 비웠다. 술에 취해 제정신을 잃고 인생을 갉아먹는 언니오빠들을 볼 적마다 저렇게 될까봐 무서웠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도. 결핍과 중독.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 






아버지도 술을 마셨다. 아버지는 훤칠하게 큰 데다 명쾌한 지성과 통찰력을 갖춘 엘리트였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가 두려웠다. 그것은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냉혹한 분이어서가 아니라, 언제나 알 수 없는 불안과 슬픔에 휩싸여 있어서였고, 또 늘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를 특히 귀여워했다. 그리고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나를 편애하는 건 아버지가 내게서 어떤 동질성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은 감각적으로도 느껴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아버지가 엑스레이 같은 신기한 투시 능력으로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면서 거기 깃든 공통의 어둠, 어떤 슬픔의 씨앗을 살펴본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 P54

"네 엄마랑 내가 합의를 했지."
돌아가시던 그해 어느 날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아버지와 나는 부모님 방에 딸린 발코니에 있었다.
"쌍둥이를 키우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어. 그래서 엄마가 베카를 맡고 내가 너를 맡기로 했단다. 그러니까 우리가 너희를 분담했다고 할 수 있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달 후 어머니에게 이 말을 전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노발대발하면서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합의 같은 건 한 적 없다."
어머니는 그것은 아버지의 망상 가운데 하나라고 단정 지었다. 실제로 살아 생전 아버지에게는 망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망상도 대개는 현실과 약간의 연결고리가 있는 법이다. 믿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믿어지는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이 소망한 바를 그렇게 표현한 건지 아니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믿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에게 그 합의란 것은 진실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나를 자신만의 아이, 마음 깊은 곳의 동맹군으로 여겼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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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5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는데 또 맥주가 땅겨서 냉장고로 슬금슬금 가는 중입니다. ㅎㅎ
그래도 우리 적당히 조절하면서 마시자고요. 이 좋은 술을 오래 오래 먹어야 하니까.... ^^

vita 2021-08-16 00:32   좋아요 1 | URL
술은 생각해보면 좋은 친구인데 저는 너무 가까이 지내서 몸 망가진 후 다시 되돌아오는데 거의 3-4년은 걸려서 이번에 또 망가지면 그때는 그냥 골로 간다 뭐 이런 생각으로 최대한 멀리 하고 있습니다. 술 좋아하는 친구들, 친척들이 너무 많아 언젠가는 매일매일 30일 동안 술을 들이부었던 적도 있었죠 ㅎㅎㅎ 알코홀릭에게는 적당히_라는 말이 불가능해요. 다시 마시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능하면 아주 최소한 마시려고 애는 쓰고 있어요.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오래 마시고 싶은 마음에 :)

시시프 2021-08-15 0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시자 한 잔의 추억

vita 2021-08-16 00:32   좋아요 0 | URL
치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