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을 끝내고나니 이 시간이다. 서른이 채 되기 전에 들은 음악들.

스무살 여름에는 매일 섹스만 했다. 그래서 스무살과 여름_이라는 단어가 함께 있으면 저절로 섹스 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첫사랑과 하루키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알바와 토마스 만. 온전한 섹스만이 그득했던 스무살 여름. 몸을 갖고 있다는 기쁨과 다른 이의 몸이 그토록 생생하게 만져지고 느껴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쾌락의 나날들을 보냈다. 한 동네에 살았기에 매일 볼 수 있었고 매일 밥을 먹었고 매일 맥주를 마시거나 커피를 마셨고 읽고 있던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었고 유독 목소리가 좋았던 그가 들려주는 노래와 사랑의 속삭임을 들었다.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사람이었고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열정에 가득찼던 나의 몸과 그의 몸이었다. 그때 우리가 했던 약속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매일 매일 매일 섹스를 하자. 이 몸이 닳고 닳고 닳아 없어질 그 날까지 매일 섹스를 하고 매일 사랑을 해서 하나의 거대한 신전을 만들도록 하자.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흐르고난 후 매일 매일 매일 섹스를 하자는 약속을 새끼 손가락 걸며 했던 첫사랑과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남남이 되어 서로를 등한시하고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갔다. 아 그리고 떠올랐다. 스무살 여름 저 남자와 매일 섹스를 했다는 사실을. 내게 잔인하게 이별의 말을 내뱉었던 그에게 세상의 저주란 저주는 모두 내렸다. 분노가 힘이 되고 그 힘이 하나의 에너지가 되어서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의 가슴에 온몸의 무게를 다해서 칼을 꽂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별이 있기 전에는 곧 그가 입대를 한다는 사실, 매일 섹스를 할 수 있었던 그의 자그마한 골방, 라디오와 카세트 테이프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던 노랫소리. 그러한 모든 것들이 한데 섞여 하나의 완벽한 단편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기억하리라. 이 몸에서 마지막 숨이 다하는 날까지. 그렇게 나 홀로 수첩에 적기도 했다. 처음 외박을 하고 처음 그와 잔 날, 비가 엄청 내렸다. 그때는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엄마에게서 삐삐가 끝없이 왔다. 다음날 집에 들어가 엄마를 보았는데 미친듯 웃는 나를 보고 엄마가 내 등을 때리며 하시던 말씀, 아이구 이것아 한창 공부해야할 때인데 왜 하필 이때 남자를 알아갖고! 너무 놀라워서 어떻게 알았어? 엄마 하고 물어보니 얼굴에서 다 티 난다. 피임 꼭 해야 해. 하고 쿨하게 말했다. 애 생겨도 엄마는 안 키워줄거야. 너랑 네 남자가 책임져야 해. 아빠한테는 비밀이야. 남자친구 생겼다는 말 하지 마! 엄마한테 간단하게 잔소리듣고 고봉밥을 마구 퍼먹고난 후 동생들을 불러 모았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과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동생 셋을 불러다놓고 수박을 베어물면서 자! 오늘 이 언니가, 이 누나가 처음으로 남자랑 자고 온 날이니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보도록 하자꾸나! 나의 동생들아!

비가 내려서 우연히 첫사랑을 스치고 지나가서 중얼거려본다.

내 자그마한 아가가 스물이 되어 매일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어이가 없고 어이가 없어서 남편에게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하니까 품 속에서 평생 어화둥둥거리며 살 줄 알았어?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사랑할 줄 알면 괜찮아. 해서 내 자그마한 아가에게도 이야기했다. 무조건 스물 이하에는 안돼. 스무살 넘어야 해. 엄마도 딱 스무살에 섹스했어. 하니까 아 변태! 하고 소리를 지른다. 물론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지만 만일 그때 매일 섹스를 해서 아가가 생기면 그리고 너와 네 남자가 낳기로 한다면 엄마가 아가는 키워줄게. 다만 공부는 계속해야 해. 하니까 악 변태! 라고 또 그러길래 이 정도면 이성적인 변태란다, 그러니 이성적인 변태 엄마_라고 해주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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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2 0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기은 안돼요. 제발 피임교육부터!! ^^

vita 2021-08-02 10:13   좋아요 2 | URL
네 아가는 아무래도 스물에 무리일 거 같아요. 피임 잘 해서 나중에 제대로 된 성인이 되어 예쁜 아가 낳아 스스로 기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후후후

새파랑 2021-08-02 0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른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이네요👍

vita 2021-08-02 10:13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의 항상 다정한 말씀 감사드려요 ^^

2021-08-02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2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1-08-02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다 읽고 너무 좋아서 한숨 쉬었어요.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에 동의합니다 ♡

vita 2021-08-03 12:51   좋아요 1 | URL
다정한 달밤님🥰

mini74 2021-08-02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소설의 도입부를 본 느낌입니다. 누구 글일까 궁금해 하며 내려오다가 헉 비타님 이야기. 글 너무 잘 쓰세요 !!!! 체털리부인의 사랑에 보면 부모가 딸들의 얼굴을 보며 대번 알아보는 그런 대목이 나오지요. ~~

vita 2021-08-03 12:51   좋아요 2 | URL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지요 ㅋㅋㅋㅋ 좋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과거형이네요 슬푸다 🥺

syo 2021-08-03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답은 ㅅㅅ다..... 👍😎🔥

vita 2021-08-03 12:50   좋아요 2 | URL
아침부터 알라딘 곳곳에서 ㅅㅅ 이야기 건전해~ 🤗 산책하러 나가야지 쟝쟝님한테 잔소리 안 들으려면 ㅋㅋ

공쟝쟝 2021-08-03 18:21   좋아요 0 | URL
안됀다니까!!!

그렇게혜윰 2021-08-03 20:39   좋아요 0 | URL
소설

vita 2021-08-04 13:55   좋아요 1 | URL
혜윰님 답변도 마음에 드는걸요. 아침부터 소설 읽고 싶어진다 했는데..... 벌써 오후 두 시네.....

공쟝쟝 2021-08-0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맨날 맨날 막 여러번 막 그런 거는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 스무살 여름과 매일.. 섹스라니 ... 진짜 소설 같다요. ... 머찌다. ... 나는 소설을 읽는 데 누구는 인생으로 소설을 쓰는 구나 ... 아... 내 스무살은.. (기억하기 싫다).... 이번 생은.... .. 올 여름도...(덥다). ... 투덜투덜

vita 2021-08-03 18:27   좋아요 0 | URL
애인 만들면 매일 해요 쟝쟝님 매일 섹스 하면 이런 말 나온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_ 말고 나 매일 섹 하는 여자야_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03 18:51   좋아요 0 | URL
그 날을 위해 !!! 그 날의 체력을 위해 !!! 나는 !!! 달린다!!!!!

카스피 2021-08-0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은 뭐 스무살이면 완죤 성인이니 굳이 피임할 필요가 .....

vita 2021-08-03 19:00   좋아요 0 | URL
아니 카스피님 피임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성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임신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양도 스무살 성인인데요;;;

카스피 2021-08-05 17:35   좋아요 0 | URL
ㅎㅎ 물론 피임은 꼭 해야 되지만 제가 말한 의도는 서양의 경우 성인만 되도 바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와 달리 피임에 그닥 민감해 하지 않는것 같아서요^^;;;

vita 2021-08-05 17:37   좋아요 0 | URL
후후후후 제가 발끈했네요, 피임에
민감해야하는 여성의 입장이라 그런가 봐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