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며칠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읽었다. 오늘 아침에는 딸아이가 읽다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었다. 예상했던 그대로였지만 별다른 실망은 느껴지지 않았다. 좀 덜 까칠해지기로 마음먹은건가 싶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건 현대인들이 무엇을 욕망하고 원하는지 너무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거 아닌가 싶다. 표피에 머물러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자꾸 들여다보려고 하고 집착하는 건 시대를 막론하고 나이를 막론하고 국경을 막론하는 거니까. 연달아 책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난 후. 줌파 라히리를 읽는 동안 중압감이 대단했는데 매트 헤이그를 초반 읽을 때는 그 중압감이 뭔가 극에 달했다. 살아가는 인생과 살고 싶은 인생들 사이의 간극들을 어떻게 메꾸어야 하는지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차라리 정답이 있다면 좋겠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이걸 고급스럽고 세련된 문학성으로 담아낸 게 줌파 라히리라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좀 더 날것에 가깝게 이지적이지 않은 이들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대중 드라마 톤으로 녹여낸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아침에 먹은 것들을 모두 게워냈다. 소설이 주는 중압감이 위장을 압박했다. 응급실에 가야하는지 걱정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시댁에서 평화롭게 쉬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딸아이를 달래고 아니야 엄마가 아파서 그러는 게 아니야 하고 달래주었다. 여름날 에피소드. 널브러져서 소설은 내게 뭔가 하고 곰곰 다시 질문했다. 커피 마시고 이제 정신 차리고 산책해야지. 여름이 되면 체력이 밑바닥이 되는 건 나이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널브러지는 동안 왜 토했어? 엄마 왜 갑자기 위가 아팠어? 하고 물어봐서 소설 때문이야. 하니까 처음에는 어리둥절. 설명을 듣고나니 소설은 조금만 읽어야겠다 라고 딸아이 스스로 진단 내림. 아이의 친구들 사이에서 비밀 연애가 있었던가 보다. 이별을 했다고 들었고 아이는 괴로워하고 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아. 왜 헤어진 건지 왜 비밀 연애를 했는지는 모르는 거야? 물어보니 응 몰라. 그냥 밝히고 사귀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깨지고 말면 어떻게 하지? 아이는 괴로워한다. 걔네 둘은 보지 못해도 너는 두 아이 모두 친구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물어보니 그렇다고. 그렇다면 뭐 거지 같은 경우라고 해도 일단 눈 감고 받아들여야지. 엄마도 그런 경우 있어. 일단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봐봐.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못해 서운하다. 최은미 소설은 도저히 현 상태로서는 읽지 못하겠다. 멘붕될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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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24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이젠 괜찮으세요 ? 소설의 중압감. 전 예전에 책 읽고 감정이입을 너무 심하게 해서 분노하다가 체한 적이 ㅠㅠ 더운 여름 건강조심하세요. 딸아이가 정말 예쁘고 고와요.

vita 2021-07-24 22:58   좋아요 3 | URL
다 토하고나면 편해지니까 좋아요. 아 물론 토하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닌지라;;; 오해하실까봐 ㅋㅋㅋ 우리 나이가 소설에 감정 이입 심하게 하면 안되는 그런 때인가봐요, 조심하자구요 미니님.

새파랑 2021-07-24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의 중압감이 어느정도길래 ㅠㅠ 갑자기 Vita님 글 보고 <이름 뒤에 숨은 사랑>책 꺼냈어요 ㅎㅎ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vita 2021-07-24 22:59   좋아요 3 | URL
소설은 진짜 좋았어요 새파랑님. 근데 읽는 동안 짓눌리면서 읽어서 좀 많이 답답했어요. 건강에 제일이라는 말씀 요즘만큼 실감하는 때 없습니다. 새파랑님도 더위 조심 코로나 조심 에어컨 감기 조심하세요.

바람돌이 2021-07-25 0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책 때문에 아픈건 안되는데.....
저는 아직 그런 경지까지의 소설은 없었는데, 아마 제가 몰입이 덜 되어서겠죠?
아 그래도 아프지는 마세요.

vita 2021-07-25 09:36   좋아요 1 | URL
과거의 경험들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그런 거 같아요. 지금은 멀쩡해요 바람돌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