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때 기억. 농구인가 배구 대회를 과별로 한다고 했는데 키 크고 덩치 좋은 여자들은 다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난 가만히 서 있었는데 누군가 툭 밀쳤고 조교가 동시에 너 나와 라고 지목해서 놀랐다. 나는 정말 운동 꽝인데 더구나 공으로 하는 놀이는 쥐약인데. 어깨가 유독 넓어 다들 고등학교 다닐 때 수영선수였냐고 했다. 장난하나. 물에 뜨지도 못하거든. 운동도 안 했는데 몸이 왜 이리 좋아? 라는 질문을 너무 많이 들어서 짜증이 났다. 유전이다. 하고 말했다. 어쩔래? 한판 뜰래? 라는 말은 단 한 번도 안해봤는데_ 엄마와 여동생들과 대중탕에 가면 엄마 빼고 셋 모두 사각 어깨에 넓은 등판을 지니고 키가 커서 딸내미들 다 운동하는가봐! 라고 아줌마들에게 자주 들었다. 아빠가 곰인지라 우리도 곰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걸 어떻게 하겠는가. 극도의 다이어트도 해봤지만 골격 자체 큰 건 어떻게 못하더라.

포지션을 정하고 어쩌고 하는데 손 들고 말했다. 저는 운동 싫어합니다. 공 갖고 하는 건 더 싫어하고. 키 크고 어깨 넓다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거 너무 안티 민주적인 거 아닙니까. 안 하겠습니다. 했다가 얼마나 두고두고 욕을 먹었던지. 그 기억 났다. 나이가 들면서 다이어트 욕망도 예전 같지 않고 실행력은 더 떨어지게 되면서 그냥 지금 내가 지닌 이 몸을 내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듯 주변인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_ 서로를 그저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요즘은 그런 생각 자주 한다.

"왜 수영을 그만뒀니?" 엘름 부인이 물었다.
"수영 시합에서 자꾸 이기니까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게 싫었어요. 그것도 그냥 주목받는 게 아니라 수영복 차림으로주목을 받았거든요. 몸에 한창 집착할 나이에요. 누군가 제게 어깨가 남자 같다고 그랬어요. 한심한 말이지만 세상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나이에는 그런 말을 다 사실로 받아들이죠. 사춘기 소녀였던 전 기꺼이 투명 인간이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절 물고기라고 불렀죠. 칭찬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어요. 전 내성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운동장에서 노는 것보다 도서관에 있는 게 좋았죠. 사소한 거 같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 P127

노라는 다중 우주에 대해 읽은 적이 있고,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었다. 인간의 뇌가 세상에 대한 복잡한 지식을 받아들여 단순화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무를 볼 때 우리의 뇌는 이파리와 가지가 복잡하게 얽힌 그 덩어리를 ‘나무‘라는물체로 해석한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세상을 매사가 간단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계속 단순화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단순화해서 본다는 사실을 노라는 알고 있었다. 인간은 세상을 3차원으로 본다. 그것이 단순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일반화하는 생명체이며,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살고, 마음속의 구부러진 길을 편다. 그래서 늘 길을 잃는 것이다. - P215

말이지가 고래 사진을 보내자 노라는 왓츠앱으로 이지에게 최근 어스트레일리아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늘 안전 운전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댄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대신 애쉬와 함께 산다는 데 감사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애쉬는 사랑스러웠고, 그와 함께 있으면 즐거움과 사랑과 웃음이 넘치는 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애쉬는 근무 시간이 길어도 퇴근하고 돌아오면 짜증을 내지 않았다. 설사 병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피를 보고, 췌장 수술을 한 날일지라도, 또한 약간 너드 기질도 있었다. 플라톤을 산책시킬 때 거리에서 노인을 보면 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가끔은 그의 인사를 무시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운전할 때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전반적으로 잠이 필요 없을 만큼 기운이 넘쳐 보였다. 이튿날 수술 일정이 잡혀 있어도 자신이 몰리를 재워야 할 차례가 되면 군말 없이 재웠다. 또 징그러운 의학 사실들로 몰리를 괴롭히는 걸 좋아했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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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24 1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깨 ㅎㅎ 어깨 넓음 얼굴 작아보여 좋다고 친구가 위로해줬어요. 얼굴도 어깨만큼 발달 돼서 그렇지 ㅠㅠ

vita 2021-07-24 22:5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찔림;;;;

붕붕툐툐 2021-07-24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무조건 긍정입니다!!

vita 2021-07-24 23:00   좋아요 2 | URL
아자아자 역시 툐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