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사는 이가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고 한다. 언제가 될지 지금은 솔직히 깜깜하지만 아침 에단 호크의 테드 동영상을 보다가 그 말에 방점을 찍었다. 다른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말하는 책을 읽지 말아요. 당신이 읽고싶은 책을 펼쳐서 읽도록 해요. 살아가는 건 그런 거 아닌가. 이렇게 살아야 하고 저렇게 살아야 하고 이렇게 살아야 잘 사는 거고 저렇게 살아야 잘 살아가는 거라고. 잘 살아가는 기준이 왜 어느 순간 규격화되어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 딸아이는 맨날 이 지구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해서 생각한다.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데 뭘 해야 지구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리의 미래는 어떨지에 대해서 끝없이 궁금해한다. 에단 호크의 말과 딸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뜬금없이 이탈리아에 가면 이 지구를 위해서 뭔가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해본다. 너무 억지스럽네. 아 쪽팔려. 얼마 전에 친구랑 이야기 한 건데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모두 의대에 가려고 한단다. 그럼 안 되는데 하고 걱정했다. 시인이 되어야 하는 아이가 공부를 좀 잘해, 그래서 의대를 가래. 그럼 의대에 가서 공부를 하면서 그 아이가 시를 얼마나 쓸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하는데 의사 하면서 시도 쓰시는 마종기 선생님 생각이 퍼뜩 나버리네;;;;;;; 그래서 시어머님 아드님을 괴롭혔다. 야야 여보야 의사 하면서 시 쓰는 거 어떠니? 하니까 왜 의대 가려고? 자기? 내가 지원해줄게! 얼른 수능 공부 다시 시작하자! 뭔 소리야?! 왜 의대를 가? 내가! 난 이탈리아 가야지! 이탈리아 갈 거야! 남편이 이야기했다. 그럼 자기야 이탈리아 의대를 가면 어때? 멋지지? 하는데 일순간 정신을 잃고 이탈리아 의대 들어가면 얼마 전 종합병원에서 속눈썹 하늘하늘거렸던 그 레지던트 오빠야처럼 멋진 오빠들이 엄청 많겠네! 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니야 이탈리아 의대는 무리다. 그냥 이탈리아 가서 좀 놀고 오는 걸로 하자. 하다못해 이 누나가 티라미수 장인이 되어서 돌아올게. 어떠니. 이탈리아 보내줘도 괜찮을 거 같지 않니? 했는데 갑자기 이탈리아어로 이건 뭐야 이탈리아어로 저건 뭐야 하고 물어본다. 아 하나도 모르겠다. 하니까 이것도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저것도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그런 게 다 가능해야지. 아 그렇네. 하고 노트를 펼치는데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 나한테 또 반한건가, 아직도 이렇게 지겹게 같이 살면서 또 이렇게 퍼뜩 반하는 게 가능한가 싶어 왜? 이 누나한테 또 반했니? 물어보니 아니, 그냥 재미있어서. 뭐가 재밌니? 자기는 꿈나무잖아. 계속 꿈을 먹고 자라 쑥쑥. 나이가 마흔다섯인데 열다섯처럼 계속 꿈을 먹고 자라는 거야. 신기해.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 그러겠지? 칠십이 되어 여보, 나 이제 라틴어 좀 공부해볼까 해. 라고 하겠지. 그런데 어쩐지 그 말이 딱 들어맞는다. 나는 죽을 때까지 꿈을 꿀 거 같다. 거기에는 어떤 낯선 외국어가 있을 거 같다. 지금은 이탈리아어에 충실하기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5-12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꿈이 무럭무럭 자라는 이유에는 시어머님 아들이 떡하니 있었군요.ㅋㅋㅋㅋ보기..아니 읽기 좋아요~♡

수연 2021-05-12 17:44   좋아요 1 | URL
시어머님 아들이 과연 저를 보내줄지 그게 가장 궁금해집니다. 제발 좀 보내주면 좋겠는데 ㅋㅋㅋㅋㅋㅋ

syo 2021-05-12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가족..... 👪

수연 2021-05-12 17:45   좋아요 1 | URL
나 이탈리아 가면 놀러와! 친구야! 아 민이가 쇼 삼촌 리뷰대회 1등 먹은 거 진심으로 축하해요! 전해달라고 했는데 깜박 했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