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프랑스어책 읽기 모임)가 읽고 있는 페미니즘 책 책 뒤에 단편으로 실린 거_ 보니까 거기에서 언니가 single story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계속 이야기해서 찾아보았다. 해석으로 보면 단편적인 이야기_ 라고 나오는데 한 단면만 보고 그 모든 것들을 지레 판단하려는 태도를 경계하고 주의하자는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자면 이탈리아 하면 우선 떠오르는 건 마피아? 파스타? 피자? 로마? 프랑코가 첫 수업에서 (물론 이탈리아어 다 이해못하니까 영어로 이야기) 너희들이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그것들은 이탈리아의 단면이다. 그것을 보고 이탈리아의 모든 것들을 지레 짐작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이탈리아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다. 그것을 직접 너희들이 찾아야 너희들이 그 기쁨을 모두 느낄 수 있다_ 하고 이야기.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탈리아를 놓치고 나중에 울어도 소용없음. 이런 식으로 농담 섞어 이야기했는데 치마만다 이야기도 비슷하게 다가온다. 굳이 여성주의, 인종차별의 관점에서만 놓고 보지 않아도 더 많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면 어떨까. 인간이기에 인간의 한계는 존재할 게 당연하고 나는 나로서 이 우물에서 계속 태어나고 자랐고 우물 안 음식을 먹으며 성장하고 우물 안 이야기들로 내 안의 이야기들을 완성했다. 우물이 우물인 줄도 알지 못한다. 우물이 바다인 줄 알고 살아가는 경우도 허다하고. 프랑스에 대한 애정을 이제는 그닥 갖고 있지 않지만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짧게 보낸 그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서 빠뜨릴 수 없다. 맨날 누텔라 퍼먹고 그래서 15키로도 찌고 그랬지만 프랑스어 제대로 공부 하지도 않았으면서 프랑스어 공부하기 싫다고 그랬지만 프랑스 촌구석에서 보낸 그 시간이 나를 만든 것도 사실이다. 그때 처음으로 나가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하고 제대로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가능하다면 남녀노소 구분 않고 외국에 나가서 잠깐이라도 살고 오는 거,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거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모습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은 남편과 나의 공통점인듯. 그래서 은퇴하면 외국 나가서 3년 살고 오자 이야기 하는 거고.

항상 돈과 시간이 넉넉해서 외국 여행하고 장기간 살고 그러면 좋겠지만 그게 또 안 된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소설 읽기, 다양한 시 작품을 읽는다는 건 이 좁디좁은 우물을 벗어나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읽은 알베르토 몬디의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 나온다. 한국은 자기계발서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들은 없다. 읽는 이들이 적다는 소리.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다고. 소설을 읽고 시를 읽고 희곡을 읽는 이탈리아인들이 훨씬 많다는 소리. 우리 이탈리아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시를 읽고 시를 읊는 걸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러한 생의 태도가 자기계발서를 저어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도 아 내가 시집을 좀 더 빨리 읽었더라면 전쟁을 겪는 동안 좀 이래저래 괜찮았을 텐데 하는 이야기 나오고 아 내가 시집을 읽고 현재 내 아내를 꼬신 거라우 하는 마을 주민 이야기 나온다. 아니 그래서 제가 연인을 만들기 위해서 시집을 읽고 소설을 읽자는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여기에서 어디가 옳고 어디가 그르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 나 역시 자기계발서 가끔 읽으면 환기되는 느낌도 있고 그래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다그치고 스스로와 경쟁을 한다는 게 옳은지 그릇된 건지 판단하지 않는다. 나는 다른 이들에 비해서 그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에 엄청 놀았고 당시 그 혜택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았고_ 그래서 지금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강박증, 완벽주의 이런 것들을 안고 있으면 스트레스로 온몸이 경직된다. 아 또 내 안에 이런 게 있었군 하고 놀라워하며 또 느슨하게 이완시키고. 요즘은 단테를 읽는다. 단테 이탈리아어로 읽으려면 이탈리아어 배워야 하지 않겠나? 하고 약 10년 전에 허세 떨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부끄러워서 이불킥을 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번 생에 단테 이탈리아어로 읽을 수 있을 거 같네?! 하는 이 느낌. 이 허세, 10년 전이랑 다를 바 없다. 10년 동안 이탈리아어 공부했으면 진짜 얼마나 좋아. 벌써 이탈리아어로 단테 100번은 읽었겠다 싶다. 얼마 전에 공부 이야기 할 때 이해되지 않으면 10번, 100번 읽기 이야기했는데 예순이 다 되어 이 나라를 뜨고 이탈리아에 자리를 잡고 싶어서 이탈리아어 공부를 할 때 100번으로도 되지 않더라 그래서 1000번을 읽고 읽고 읽으면서 썼다는 선배님(내맘대로 선배님) 말씀 떠오른다. 10번 해보고 100번 해봐, 그래도 안돼? 그러면 1000번을 하면 되는거야. 라는....... 그리고 뜬금포로 맺자. 자기계발서 말고 소설, 시, 다시 소설 읽읍시다. 우물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손 쉽고 가장 가벼운 점프 방법입니다. 좀 점프도 하고 그래봐야 내가 우물 안에서 사는지 아니면 다른 내가 있는지 그런 것도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친구들도 새로 마구 사귈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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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4-30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프랑스보다 이탈리아입니꽈! ㅎㅎㅎㅎ
누텔라는 악마의 음식이라는 말이 딱 어울림요.ㅋㅋㅋ
어젯밤에 나도 치마만다 글 쓰고 저장해두었는데 찌뽕이라고요~~~ 통했다~~ 나 혼자 막 이럼. ㅎㅎㅎㅎ

수연 2021-05-01 00:07   좋아요 0 | URL
오늘 언니, 영혼의 쌍둥이란 말을 들었어요. 멋지죠? 통했으니 우리도 ^^ 프랑스는 버리진 않으려구요 ㅋㅋㅋ 그럼 언니한테 혼날듯 해요. 나날이 단단해졌다가 여름 되면 부드러워지기도 하고 그렇게 계속 읽어요 함께.

공쟝쟝 2021-05-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탈리아사람들 꽤 멋있는데요? ㅎㅎㅎㅎ 히히. 단테.. (단테는 주단테...엄기준..펜트하우스.. 휘리릭~)

수연 2021-05-03 16:39   좋아요 0 | URL
단테....설마 그 주단테.....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