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경이로움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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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포핀스를 읽고 있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읽은 구절에서 제인과 마이클이 메리 포핀스에게 어디를 다녀오신 거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무릉도원에 다녀왔단다. 하니 무릉도원이라고 한다면 동화와 같은 세상이니 신데렐라를 만나고 오셨겠군요! 하고 제인이 말한다. 제인의 무릉도원에는 신데렐라가 존재하니까. 제인의 남동생 마이클은 로빈슨 크루소를 만나고 오셨어요? 물어본다. 마이클의 무릉도원에는 로빈슨 크루소가 살아간다. 메리 포핀스는 코를 훌쩍이며 이야기한다. 신데렐라도 로빈슨 크루소도 만나지 않았노라고. 너희들은 알지 못하는구나,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무릉도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입을 닫는다. 인간이 참 신기한게 각자의 무릉도원이 이토록 다른데 또 그곳에서 타인들을 만나 자신의 이상적인 세계를 완성시키려는 것. 낙원이 존재한다면 하고 계속 꿈꾸고 바라는 것. 


 각자의 무릉도원이라. 책장을 덮고 나의 무릉도원은 어떠한가 잠깐 상상해보았다. 무릇 모든 인간들의 얼굴이 다른 것처럼 무릉도원 또한 다르리라. 내 무릉도원에는 커피와 와인과 치즈와 과일과 파스타와 바다와 어마무시한 책과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응? 그렇다면 바로 지척에 바다를 볼 수 없다는 걸 제외한다면 여기 아닌가. 하고 좀 더 사이즈가 다른 무릉도원을 상상해보고자 하지만 사이즈만 다를뿐. 아무래도 이건 사수자리 영향인가 목을 긁적이다가 물을 마셨다. 공간에 대한 개념이 좀 다른듯. 학교에서 처음 홍길동전을 배우고난 후 친구들한테 말했다. 친구들아 아무래도 홍길동은 사수자리인 거 같아. 세계관이 사수자리 세계관이야. 무정부주의를 지향하는 것도 그러하고. 친구들은 와아 하고 웃기만 했다. 저 너무 별자리에 집착하나요;;


 안드레아 데 카를로의 [불완전한 경이로움]을 읽었다. 아무래도 여기 등장하는 이 남자와 여자는 사수자리들인데 또 이 생각이 짙어지는 거다. 이건 사수자리 아니면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세계관인지라. 소설 구성은 심플한데 여기에서 주인공 둘이 말하고 생각하고 그 모든 것들을 나는 뭔지 알겠어서 이거 이탈리아어로 읽어도 나 백퍼 이해할 거 같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또 재빨리 안드레아 데 카를로의 별자리를 찾아보았다. 사수자리 아니면 어쩌지 하다가 아니면 아닌거지 뭐 하고. 역시 그는 사수자리였다. 굳이 그걸 좋고 아니고 기준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거 같다. 한평생을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하니까. 현실주의자보다는 몽상가들이 많다는 걸 또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불완전한 경이로움'이 되기에. 


 이탈리아어 단어들이 너무 어렵고 외워지지 않아서 아무래도 안되겠다 그냥 이탈리아어는 하루에 단어 10개만 암기하는 걸로 만족하도록 하자 하고 룰을 그어놓으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다. 절반은 경이로운 마음과 절반은 귀찮아 내팽개치고싶은 마음이다. 이걸 잘 조율하는 법을 어린 시절에 배웠더라면 조금 더 편하게 살아가고 있을 텐데 생각을 해보았다가 뭐 어쩌겠는가 하고 또 툭 내던져놓는다. 귀찮으면 잠깐 또 내버려두면 된다. 소설 자체는 술술 넘어가고 어떤 관념이 딱 들어가있는 것도 아닌지라 시간 재지 않고 읽었다. 이게 뭔지 다 알겠으니까 근데 이게 나이들어서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피곤합니다. 사수자리는. 그들은 각자의 무릉도원을 살아가고 있다면서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으나 전혀 예기치 않게 낯선 타인을 만나 그 타인에게서 자신의 무릉도원을 찾게 된다. 오래 행복하면 좋겠네. 사수자리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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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18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의 무릉도원은 뭐지 하고 생각하게 하네요. 전 여행만 가면 다 무릉도원인듯합니다. ㅎㅎ

수연 2021-04-19 09:07   좋아요 0 | URL
밥 안 해도 된다면 그곳은 다 무릉도원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