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만난 날, 그에게 강하게 반한 내가 술에 취하기 전부터 맞은편에 앉게 된 건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그런 눈빛을 가진 남자를 사랑한다는 걸 번개를 맞은 것처럼 깨달았다. 그런 눈빛이란 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짐승의 눈빛과 현인의 눈빛이라고 하면 어떨까. 반짝거리면서도 뭔가를 집어삼킬듯한 그런 탐욕이 살짝 빛을 받으면 더 빛났다. 눈빛은 마음의 호수라고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거 같은데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기이하구나 마치 늑대를 마주하고 그 눈빛에 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 그 눈빛을 보지 않으려고 계속 술만 마시는데 왜 이렇게 말이 없어요 하고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셔요 알코홀릭이에요 술만 마시지 말고 안주도 좀 먹어요 물도 좀 마셔요 그때 그 자리 처음 나갔을 때 내가 유독 말이 없는 걸 두고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서도 언니오빠들은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실은 그때 그 사람이 맞은편에 있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아 못 참겠다 하고 집에 가야겠다 하고 벌떡 일어섰는데 비틀거리니까 다들 아이쿠 수연씨가 술을 많이 마셨네요 처음 모임 자리에 오셔서 그런가 언니오빠들이 제일 가까이 있는 그에게 버스 타는 정류장까지 바래다주라고 그랬다. 그럴게요. 담담한 목소리로 답하는 그를 잠깐 또 훔쳐보았다. 나가서 바로 고백할까? 나는 당신의 눈빛에 반했어요 라고. 찬 바람을 맞으니까 좀 살 거 같아서 심호흡을 하고나니 잘 갈 수 있겠어요 하고 묻는 그를 담벼락에 밀어부치고 강하게 입술을 부비고싶은 마음을 강하게 찍어서 발로 으깨어 밟았다. 술에 취해서 살짝 풀린 혀로 눈이, 눈빛이 원래 그래요? 하고 물어보니까 제 눈이요? 제 눈이 왜요? 아름다워서요. 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그냥 눈빛이 좀 독특한 거 같아요. 말하니 태어나서 그런 말은 처음 들어요. 하고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심장이 얼마나 미칠듯 뛰던지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담벼락에 밀어부치고 키스를 해버릴까 하다가 나만의 마음으로 나만의 욕망으로 상대방에게 그러는 건 폭력이라는 걸 깨닫고 처음 봤는데 취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도록 해요 하고 담배 한 대를 다 태우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반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말을 그렇게 많은 문장들을 만들어 연서를 쓴 건 당신이 처음이었다. 에고가 강해서 쉬이 섞이기 힘들었지만 당신과의 지난 시간들은, 당신과 주고받은 그 무수한 말들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힘든 시간 계속 손을 마주잡지 못하고 먼저 손을 놓아서 미안하고 미안했다는 말을 지금까지 하게 될 줄 몰랐지만 그 미안함은 두고두고.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했고 여느 연인들처럼 헤어졌고 서로 다른 사랑을 했고 다시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이내 제자리로 돌아갔다. 당신이 나를 찾을 때 나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고 내가 당신을 찾을 때 당신은 다른 여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10년이 흐르고 20년이 흐르고 30년이 흐르고 중년이 되어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그때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하고 궁금해한 적 있었다. 빛 아래에서 아이들처럼 서로가 좋아 어쩔줄 몰라할 때 그런 이야기도. 서로의 안녕과 서로의 행복을 바라면서 또 10년이 흐르고 20년이 흐르고 30년이 흐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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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15 18: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예뻐요ㅋㅋ 여기 담긴 상황들이요~특히 요즘 올려주신 글들 제가 편집자라면 당장 책으로 낼 수 있을텐데!

수연 2021-04-17 13:00   좋아요 1 | URL
미미님의 거짓말을 들으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

새파랑 2021-04-15 1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터널 선샤인~!. 수연님 글 아름다운 단편을 읽은 기분이 듭니다^^

수연 2021-04-17 13: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

얄라알라북사랑 2021-04-15 2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혈연이나 법적 관계로 맺어지지 않아도, 오랜 기간 누군가의 안녕을 기원할 수 있다면...참 아름답습니다. 새파랑님 말씀처럼^^

수연 2021-04-17 13:01   좋아요 3 | URL
같이 살면 지지고 볶는 아름다움이 있지요 ㅋㅋ 매일 아름다워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

붕붕툐툐 2021-04-15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느라 이 글을 못 읽었습니다. 하지만 옛사랑의 이야기가 가슴 찡하게 다가오네요~

수연 2021-04-17 13:01   좋아요 4 | URL
저는 이제 정신 차렸습니다 ㅋㅋㅋㅋ

2021-04-16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7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7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7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