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슬럼프가 와서 이틀 동안 아 아니 하루 동안 영어책 읽기를 쉬고 있다. 그동안 한글책 미친듯 읽고 우와 오랜만에 눈알 뽀개지는줄 알았다. 취미로도 이런데 공부하겠다고 하면 매일 눈알 뽀개질 정도로 공부해야하나 그랬더니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뭘 그렇게까지 하니 하고. 아 그랬더니 막 욕망이 더 들끓어서 너 지금 나 조련하니 하니까 막 웃었다. 야근에 야근이라 얼굴 못본지 벌써 나흘째. 나흘 안 보니까 슬슬 보고싶어지네. 혹시 내게 피학적 성향이 있는가 아니면 가학을 하지 못해서 이러는건가 곰곰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어제는 산책을 하다가 아주 커다란 개들을 보았는데 우리 동네에는 엄청 커다란 개들 많다.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아 키우고 싶어 개 키우고 싶어 늑대개 키우고 싶어 강아지 욕망에 시달렸다. 고양이를 키우고싶어 어쩔 줄 몰라하던 어린 시절, 엄마아빠는 개도 고양이도 겁나게 싫어하셔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 때 역시 개도 고양이도 키우지 못했다. 매일 강아지 키우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다가 바로 아랫동생이 시골집에서 엄청 커다란 개한테 물릴 뻔 했던 적 있은 후 둘째도 개는 절대 안돼, 그런 짐승이랑 같이 못 살아 난리를 쳐서 포기. 둘째 여동생은 키워도 좋고 그런데 귀찮고 주의였고 드디어 셋째 우리 막둥이가 엄마 동생 낳아줄 거 아니면 강아지라도 키우게 해주세요 난리를 쳤을 때 역시 성공하나 했으나 모든 걸 자기 뜻대로 했던 막둥이도 강아지 키우기는 실패했다. 나중에 독립하면 난 개도 고양이도 다 키울거야 어린 시절부터 단언했는데 결혼이란 걸 해보니 이 남자는 짐승은 집 안에서 같이 살 수 없다 주의, 나 고양이 키우는 게 소원이라고 했는데도 꿈쩍도 안 하다가 독박육아 하면서 우울증 오니 그때 갈등하다가 결국 내 뜻에 넘어가 고양이를 입양했다. 우리 마리님. 우리 사랑스러운 마리님. 지금은 뚱냥이가 된 나의 아가. 딸아이도 맨날 아빠 야옹이 키우고싶어요 야옹이 떼를 써서 된 것도 있었고.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니 이제 강아지만 키우면 되는데 단언했으니 이루어질 텐데 언제 이루어지나 맨날 지나다니는 강아지들을 바라본다. 짐승은 특히 강아지는 절대 집 안에서 키우지 않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남편을 꼬셔서 우리 키울 거면 아주 커다란 멍뭉이 키우자 하니까 쪼꼬만 애들보다는 커다란 게 낫지 하다가 안돼 안 키워, 무슨 개야 개를 어떻게 키워 한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 키울거야 어마어마하게 커다랗고 아름다운 강아지. 우리집 야옹이랑 순둥순둥 같이 지낼 수 있는 순둥이여야 할 텐데 윗집 쪼꼬미는 맨날 짖어대서 아주 미칠 지경이다. 언젠가 참지 못하고 열 받아서 조용히 해 이 멍뭉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자를 봐야하나 지금 보고 있는 중학영문법 끝나면 고등학교영문법으로 들어가야 하나 근데 재미없다 솔직히. 넌 공부를 재미로 하니 할 수도 있지만 아 좀 재미있어야 자꾸 하고싶어지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나 영문법 사랑했는데 그랬는데 자꾸 틀리네 아 틀리니까 쪼그라진다. 이렇게 쪼그라지면 어떻게 영어 실력이 향상될지 알 수 없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대충 감으로 가면 맞는 경우가 많은데 탁 꼬집어서 왜 틀리는 건 계속 틀리는 건가 했더니 오답노트를 다시 안 봐서 그래 하고 우리집 영어 서열 1위가 이야기한다. 오답노트 싫어, 하니까 그래서 네가 지금 계속 중학영문법 보고 있는거야 태클을 걸어서 몰래 공부한다. 그래도 중간까지 왔으니까 끝내야지. 근데 실력이 향상되는 건 모르겠다. 중학생 때 틀리던 거 여전히 틀려. 대체 공부를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수능때 영어 다 맞았어? 아니 틀렸지. 아니 어떻게 틀릴 수 있지. 그렇지. 공부를 제대로 안했지. 그래서 아직까지 영어문법서 보는건가보다. 악. 아자로 공부하는 이들 인스타를 훑다가 영어욕망 극렬욕망에 나처럼 사로잡혀있는 친구에게 나 슬럼프야 슬럼프 끝나고 아자 볼까 하는데 아자 봤어 하니까 아니 안봤어 하고 수능특강 수능독해가 짱이래 그래서 팔랑귀는 아 그래 하고 있다가 강박증에 사로잡혀서 미친듯 공부하다가 어느 순간 모든 걸 손에서 놓고 싶어서 영어공부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그렇게 공부하시면 실력도 안 늘고 힘들기만 하고 자괴감만 깊어지니까 즐기면서 공부하시는 게 좋아요 라는 소리를 듣고 아니 언니 누가 그걸 몰라요 내참 그걸 알면서도 때때로 강박증이 생기니까 이건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걸까 한다. 할 건 많은데 시간은 아주 제한적이고 날씨는 봄날인데 나가서 놀고싶어지고 나가서 놀다가 들어오면 또 공부할 거 못했다고 자괴감 생기고 이렇게 순환 작업이 이어지니 아 그냥 공부 안 할 때가 편했어 하니까 영어 엄청 싫어하는 둘째가 맞아 언니 아예 안 하면 할 게 아무것도 없어 라고 말해서 웃었다. 안돼 영어 해야 해. 시칠리아 가면 이탈리아어만 쓸 수는 없을거야 영어를 쓸 때도 있을거야 그리고 영국영어 좋아 영국영어 공부해야지 하다가 오늘은 늦잠 자서 방송을 하나도 못들었다;;; 반성하고 일기 다 쓰고 방송 들어야지.

또 잽싸게 알라딘에서 아자 베이직 한권 얼른 담아놓고 수능특강 수능독해를 검색어에 쳐봤더니만 뭐야 왜 이렇게 많이 나와 그래서 너무 많아 네가 골라줘 하니까 나 지금 마트야 좀만 기다려 그래서 엉 하고 클릭하고 구매자 분포를 쓰윽 훑으니 역시 40대 여성이 압도적이다. 영어 욕망 극렬 욕망에 사로잡혀있는 대한민국 40대 여성들이 이토록 많다니 하고 놀라워하고 있다. 물론 본인들 책도 있겠고 자녀들 책도 있겠지. 영어를 안 하고 살려고 다른 외국어 계속 건드리다가 다시 영어로 돌아온 저로서는 저와 같은 이들이 정말 많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받았던 영어 교육은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었기에 스페인어 공부할 때 그때처럼 영어공부 하면 되겠다 했는데 아니 왜 이렇게 모르는 단어들이 많던지 영문법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발음은 왜 이렇게 제멋대로인지 너는 규칙이란 걸 갖고 있는거니 대체 따지고 싶어진다. 나는 영어 못하니 내 새끼는 영어 때문에 고생해서는 안된다 싶어서 맞은편에 앉혀놓고 이래저래 시키는데 아니 왜 자꾸 난 내가 예전에 배웠던 잘못된 영어공부법을 아이한테 강요하는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기 싫어 죽으려고 하는 딸아이 표정 보다가 딸아 나중에 후회한다, 엄마 말 안 듣고 영어공부 안 하면 하니까_ 몰라 그냥 후회하고 말래 해서 아 진짜로 후회한다고 아무리 타이르고 소리를 질러도 들어먹지를 않아요. 영어가 좋아서 죽을 것만 같다 이런 마음이 한번 확 들어와야 공부를 할 텐데 그런 마음이 현재로서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딸아 영어 잘 해서 나중에 네 딸아이도 영어 잘 가르쳐줘야지. 하니까 엄마처럼? 그래서 응, 그렇지 엄마처럼. 하다가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하고 알아듣지 못할 말로 쏼라쏼라대니까 으아아악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을 친다. 얼른 영어도 하고 이탈리아어도 해야지 우리 아가. 돌아오렴, 방구석에서 나오렴 아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책을 구매하는 연령층은 40대 여성들이라고 한다. 책의 힘을 여전히 믿고 있는 마지막 세대라는 이야기도. 미친듯 아이들 책도 같이 사고. 아자 구매자 분포만 있고 리뷰는 하나도 없다. 왜 이런 거 보면 채워줘야한다는 욕망이 들끓는걸까. 제가 아자 사서 공부하고 리뷰 써보겠습니다.

아자 리뷰 네이버로 훑다가 이런 글을 보고 한참 웃었다. 영어 공부 하기 싫어서 내 이번 인생 영어는 없어 하고 일문과 들어가 미친듯 일본어 공부하고 일본어 사랑만 하고 살았는데 자식새끼 영어 공부 도와주려고 내가 영어문법서를 구매해서 공부하게 될 줄이야 40대에 오 인생이여 정말 인간의 미래는 알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그래서 포복절도. 불문과 나온 내 동생은 영어가 너무 싫어서 불어가 너무 좋아서 불문과 가서 불어만 하면 영어는 안 해도 되겠군 이제 내 인생에 영어는 아듀야 했는데 아듀는커녕 영어공부 좀 해놓을걸 그랬나봐 나도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우리 아가들은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는데 하고 미친듯 영어로 된 만화를 보여주는 걸 보면서 아 인생은 돌고돌아 결국 순환이란 말인가 하고 발가락을 까딱거리면서 화면을 보다가 문득 미국만화는 우리나라 만화랑 되게 다르네 둘리랑 하니 영어로 된 건 없니 했더니 조카들이 이모, 둘리가 뭐야, 하니가 뭐야 한다. 이런 세대차이 오랜만이야. 대한민국뽕 나는 별로 없지만 둘리랑 하니 이야기만 나오면 대한민국뽕 생긴다. 왜 그런가. 그때 너무 좋았던 건가.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좀 유치한 게 많았던 것도 같은데. 오늘 할 게 꽤 많은데 어제 영어슬럼프 와서 영어 공부 안 할래 했더니 영어책 같이 읽는 한 친구가 푸쉬업을 해, 그래서 나 푸쉬업 못해. 차라리 영어공부 할래 하니까 미친듯 웃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럼프 타파 끝. 그래서 엄청 웃어댔다. 푸쉬업을 해보려고 아침에 요가 하다가 시도해보았다. 바들바들 떨리는 내 팔뚝과 거침없이 곧바로 바닥에 키스를 해대는 몸. 바디체크 한번 해야겠네 이렇게 헉헉대서야. 나가서 산책하고 기분 좋으면 또 미친듯 싸돌아다닐 거 같고 또 나가지 않자니 내 선글라스가 울 거 같고 모순이다. 우리집 집순이는 또 분명 집에서 놀자. 밖에 나가면 돈만 쓰고 그래 할 텐데. 어제 슬럼프 와서 이탈리아어 공부하니까 또 이탈리아어만 하고싶어지더라. 사람이 이렇게 줏대가 없어서 대체 어쩌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는거야 대체. 혼잣말을 한다, 커피를 마시며. 오늘 알라딘에서 책 온다. 책상 정리 하고 다시 안 읽을 책 정리해서 알라딘에 팔아야지. 눈 맛사지 해주고 시원하게 오렌지주스 한잔 짜서 마시고 슬럼프를 타파하고 영어를 공부하도록 하자 딱 한 시간만. 근데 원서 한 권 샀는데 뭘 샀는지 기억을 못하겠다 하고 나의 계정 들어가 확인해보니 줌파 라히리 언니 책이다. 권수에 집착하지 말고 딱 이것만 읽을까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읽기 실력이 비루한데 그걸 권수로 메꾸어보겠노라고 하는 건 무리수구나 깨달았다. 500권 채우기 전에 내가 먼저 죽겠다 그런 생각도 들어서. 욕망을 낮추면 될 일이다. 근데 내가 사춘기도 아니고 왜 이렇게 욕망이 들끓는건지 알 수가 없다. 하니 쌍둥이자리인 딸아이가 엄마 사수자리는 원래 욕망이 많대, 그래서 하고싶은 것도 많은거래. 시칠리아 가려면 얼른 이탈리아어도 하고 영어도 하고 그래야지, 알라딘 놀이터에서 그만 놀고. 잔소리를 하신다. 시칠리아 사진을 덤으로 얹어놓고 갈게요 영어공부하러 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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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4-10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푸시업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1개도 안 되는 건 아무래도 슬픈 일이야.....
근데 아자가 뭐예요?

수연 2021-04-10 18:45   좋아요 1 | URL
안 슬퍼. 영어 슬럼프 온 게 더 슬퍼. 풋. 아자는 베이직 잉글리쉬 그램머 빨강이 쓴 언니 이름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 문법서 이름을 그냥 아자라고 부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