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민경 에세이를 읽다 말고 전족 이미지와 하이힐 이미지와 코르셋 이미지 보고 내가 전족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하이힐 신지도 않았는데 내가 코르셋 입지도 않았는데 발에서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고 뼈가 뒤틀리는 게 느껴지면서 입지도 않은 코르셋 착용감에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면서 다 덤벼_라고 흥분하고 말았다. 잘록한 개미허리는 과연 누구를 위함인가 싶어서. 제가 제 허리를 스스로 감싸안으면서 만족스럽고 황홀해서 아 내 개미허리여 이렇게 지랄맞은 광경을 연출할 일은 한 번도 없었으니. 개미허리를 위해서 현대여성들 중에서도 여전히 코르셋을 꾸준히 장기간 착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읽고 더 현기증이 일어났다. 브래지어 안 하다가 외출하려고 브래지어 하면 그것만으로도 숨이 컥 막히는 거 같아서 헉헉대는데 코르셋이라니. 나 어릴 때 처음으로 브래지어 할때 와이어 없는 브라는 없었던 거 같다. 스포츠브래지어라고 해서 와이어 없는 것도 있다 야 하고 친구가 알려줘서 그 다음부터는 주구장창 스포츠브라만 하고 다녔는데 이 와이어가 얼마나 끔찍했던지 아직까지 와이어 있는 브래지어만 보면 오금이 저린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코르셋이라니요. 결혼식 했을 때 딱 한 번 착용한 적 있다, 코르셋. 이런 미친 짓을 왜 하나요. 숨막혀서 진심으로 물었는데 허리가 개미허리처럼 나와야 사진도 잘 나오고 예뻐요. 개미허리를 가지는 건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잖아요, 호호호호. 라고 웃는 그 웃음에 나도 흐흐흐흐흐 저는 아닌데요 숨 못 쉬겠어요, 조금만 느슨하게 해주세요. 하니 웃음짓는 얼굴에 내천자 표시가 또렷하게 새겨지는 걸 마주하던. 스칼렛이 코르셋을 하는 걸 영화에서 처음 보았다. 동생들과 보면서 엄마아빠와 보면서 귤 하나둘셋 계속 까먹으면서 아니 왜 저런 미친 짓을 하는 거야 하고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젓던 게 아마도 중딩때였나. 중딩이었던 어린 시절에도 코르셋 저거 며칠만 하면 내장 금세 망가지겠구만 어이가 없구만 했던. 코르셋 하면 저 맛난 것들을 대체 어떻게 먹어? 위가 쪼그라들었는데 거기에다가 커피 몇 모금 마시면 끝나겠네. 헐. 저거 살인도구야 살인도구. 패션이 아니라. 흥분했던 기억. 패션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아름다움은 무엇이길래, 개미허리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기에. 속지 마, 제발. 거울을 보면서 코르셋 하고 강제로 잘록해져서 허리 17인치면 대체 그 허리로 뭘 할 수 있는데. 그 얇디얇은 종이인형 같은 몸매로 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건데 언니들, 하고 말리고 싶어진다. 아 언니들 아니겠구나 이제 동생들이겠구나. =_=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읽기를 시작했다. 쉽사리 접근할 수 없겠다고 여겼으나 두려움이 컸던 거 같다, 실비아 플라스를 읽는다는 일 자체가. [벨 자]를 읽고 난 후 일기를 읽는 동안 이라영 에세이와 조애나 러스의 책에서도 실비아가 계속 등장해서 지금이 읽을 타이밍인가보다 싶은. 단시간 동안 여러 권을 겹쳐 읽어 전선에 혼란이 오는듯.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읽었는데 나만 이제 읽는다고 허둥지둥거리는 걸 보면 아휴참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봄볕 아래 부지런히 공부하자. 



 


한편 패션의 필요조건은 잘 차려입은 여자는 보기에 그런 것처럼 실제로도 연약하고 장식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꽉 조이는 코르셋을 입는 스타일은 19세기 후반에 걸쳐 예절처러 요구됐는데, 여성의 몸에 심한 손상을 입히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과거 중국의 전족 관습과 비슷하다. 유행의 첨단을 걷는 여성의 코르셋은 내부 장기에 평균 21파운드에 달하는 무게의 압력을 가했고, 극단적인 경우에 그 무세가 88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여기에 잘 차려입은 여성은 겨울에는 평균 37파운드의 외출복을 입었고, 그중 19파운드는 억지로 조인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더해 보라.) 꽉 조이는 레이스가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호흡 곤란, 변비, 허약함, 극심한 소화불량 징후였다. 장기적 영향으로는 휘거나 부러진 갈비뼈, 간 이탈, 자궁 탈출증이 있었다. (어떤 경우는 코르셋의 압력 때문에 자궁이 점차적으로 압박을 받아 질 밖으로 나오곤 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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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08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수연님의 독서를 응원합니다. 진짜 멋지다 엄청 쭉쭉 읽는 수연님. 고고씽!!

수연 2021-04-08 12:36   좋아요 1 | URL
머리가 뒤죽박죽 ㅋㅋㅋㅋㅋㅋ 하나도 안 멋져요. 마니아 하나 올라가는 게 왜 이리 어렵습니까 대체;;;;;;

단발머리 2021-04-08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읽는 책이 2권이나 겹치다니 이건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필연!! 🤭

수연 2021-04-08 12:36   좋아요 1 | URL
39금 읽고 와서 머릿속이 더 뒤죽박죽입니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4-08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볕아래의 급한 독서! 노노~ 느긋한 독서!! 🐿 멋져요! 멋진 책 목록이다!! 수연님 퐈이팅🥰

수연 2021-04-08 14:25   좋아요 0 | URL
39금 읽고 노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 🤭

바람돌이 2021-04-0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라영씨 정치적인 식탁 재밌게 읽었었는데 새 책이 나와 있었네요. 아 왜 놓쳤지? 이 분 책 다 찾아서 읽어보자 했었는데.... ㅎㅎ 실비아 플라스는 읽으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자꾸 미루게 돼요. ㅠ.ㅠ

수연 2021-04-08 16:53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 책이 좋아서 찾아서 읽으려구요. 실비아 플라스는 가슴 아프셔도 나중에 꼭 읽어보시면 좋을듯 해요 바람돌이님

페넬로페 2021-04-08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저 위의 그림은 어느 책에 나오는건가요?
궁금해서 읽고 싶어지네요~~

수연 2021-04-08 22:01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저 사진은 구글링으로 업어왔어요 책에서 가져온 건 아니구요 ^^

페넬로페 2021-04-08 22:5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