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퀸의 공작과 나_를 다 읽고 내 인생 다시 이렇게 뜨거운 밤이 찾아오겠는가 이토록 뜨거운 대낮의 사랑이 다시 가당키나 하겠는가 물어보지는 않았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바로 펼치고 두 장 읽었다. 사랑 하면 좋지만 지금은 사랑이 아니어도 할 일이 많은지라 아마도 그래서 물어보지 않은 거 같다. 연애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너는 왜 연애 안 하니 자꾸 물어보고 연애하는 친구들에게는 적당히 사랑해야 해 적당히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연애가 없어도 연애 대신 하고싶은 일들 리스트로 쫘악 작성한다. 김혜수 언니는 연애 언제나 할 거 같지만 연애하지 않는 혜수 언니도 멋지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어느 곳에 있어도 그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을 거 같다. 혜수 언니 헤어진 전 애인이랑 공식석상에서 포옹도 하는 여자야. 아 이 사람들은 헤어졌어도 이럴 수 있구나 이게 가능하구나 이렇게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포옹을 해. 우정의 몸짓에서 그 무엇을 더하거나 뺄 필요 없어보였다. 이런건가. 나이가 들어 그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건. 봄이 오는 게 빗방울이 아스팔트를 찰박찰박 때리는 그 광경에서 느껴졌다. 보도블럭에 고여있던 물웅덩이 건드리면서 운동화가 다 젖는데도 기분이 좋은거다. 봄이라고 미니스커트 입고 나온 친구 예쁜 다리 훔쳐보면서 아니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왜 이렇게 옷을 얇게 입고 다녀! 감기 걸리게! 하니까 하나도 안 추워! 진짜로 안 추워! 하는데 운동화 젖어서 짜증 날 법도 한데 기분 좋아 배실배실 웃고 있는 나랑 똑같은 마음인 거니? 그래서 춥지 않은 거니?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나는 자꾸 눈물이 나왔다. 그냥 계속 눈물이 나와서 커피숍 냅킨으로 눈물을 찍으면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술 마시면서 들어야 하는데 하고 머리 속으로 쩜쩜쩜 찍었다. 외로울 새가 있어? 외로울 틈새가 없는 시간도 있다. 할 일은 많고 그 많은 할 일을 하지 않고 대충 지내려고 해도 꼭 일이 쌓이고 쌓인다. 그리고 문득 외로워하기도 한다. 베르그송은 잘 지내는지. 빛과 소금 노래를 끝없이 불러주던 기타를 잘 치던 첫사랑은 아직도 내게 안 좋은 마음을 갖고 있을지 가끔 궁금하지만. 영어공부 하던 남편이 서재에서 나와 나 커피 마실건데 커피 내려줄까? 또 알라딘에 일기 쓰니? 또 내 욕 하니? 지난 사랑 이야기 또 하니? 묻는다. 여보 만일 나랑 헤어지면 넌 또 재혼할 거야? 또 연애할 거야? 물어보니 아니 하지 않아, 나한테는 자기밖에 없어, 이런 거짓말은 필요 없을 테고 귀찮잖아. 읽을 책도 많고 해야할 일이 많으니까. 그리고 우리딸이 싫어할걸. 너나 나 연애 하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는 성인이 되어 딸아이의 인생을 꾸려갈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밤새워 술을 마시거나 밤새워 독서토론을 하지는 않겠지? 설마. 왜 너는 나랑 헤어지면 또 연애하고싶어? 아니, 나는 친구들이랑 놀 거야. 책 읽고 커피 마시고 맛난 거 해먹고 세계 방방곡곡으로 여행 다닐거야. 응? 그런 건 굳이 나랑 헤어지지 않아도 할 수 있단다. 앗 그렇군. 봄인지라 더 이상 사랑이 가당키나 한가 묻는 순간도 있기는 하더라. 페이지는 사각거리고 갓 내려진 커피는 입을 아직 델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해는 쨍쨍거리는데 황사가 심하다고 한다. 서울을 뜨고싶은 마음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일이 가능할까 홀로 묻는다. 말콤 글래드웰이 그랬다. 너는 너 혼자 잘나서 너 혼자 잘 사는 거 같지? 아니란다. 우주의 기운이 너 잘나서 너 잘 살라고 그렇게 다양한 각도로 에너지를 보내주고있는 거란다. 시간과 공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너를 잘나게 봐주는 너를 사랑해주는 이들 덕분에 그렇게 오늘도 네가 잘날 수 있는 거란다 그렇게 그렇게. 오늘 우주 에너지 받고 짱짱해져서 밀린 책 후루루루루룩 읽어나가자. 지금 사랑이 있어도 사랑이 없어도 우리는 모두 한때 그런 마음을, 그런 뜨거운 눈빛과 그런 뜨거운 몸짓을 주고받지 않았던가. 





Almost, this was freeing.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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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3-2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건 굳이 나랑 헤어지지 않아도 할 수 있단다. 그렇지. 그렇다니까요. 그렇다구! 지금해 지금 다해! 울언니 다하자!

vita 2021-03-29 17:34   좋아요 0 | URL
돈 벌어야 여행 가지요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3-29 17:36   좋아요 0 | URL
맞네 ... 나도 빨리 돈 벌어야지... (궁리중)

vita 2021-03-29 17:37   좋아요 0 | URL
여행 다니면서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합시다. 어때? 🤔

psyche 2021-03-3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스커트 입고 봄비 맞으면서 막 걸어다니다가 커피숍들어가서 따뜻한 커피랑 맛난 케익 먹고 그러는 거 다른 데는 모르겠지만 이 동네에서는 못 합니다. 비도 거의 안 오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데가 별로 없어요. 다 차로 이동을 해야....ㅜㅜ
특히 술 마시고는 집에 올 수가 없으니 밖에서 술도 못 마시고요. 지금은 코로나라 어차피 못 하지만. 엘에이 뉴욕 샌프란시스코 같은 큰 도시에서는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미국 도시에서는 못한답니다. ㅜㅜ

쓰다보니 막 한국가서 돌아다니면서 맛난 것 먹고 한잔하고 그러고 싶어요!!!!

vita 2021-03-30 11:23   좋아요 1 | URL
언니 한국 오시면 진짜 해요!! 맛난 거 먹고 막 걷고 커피 마시고 또 술 마시러 가고_저 대기조 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