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공부까지 하던 어떤 언니가 술자리에서 같이 석박사 하는 남자들과 술을 마시다 말고 문득 니넨 좋겠다, 밥 안 하고 공부만 하면 되니까_ 라는 말을 했다고 했지_라는 말을 언니가 들려주었는데 그게 갑자기 오늘 아침 밥 하는데 떠올랐다. 얼마 전에 시댁에서 설거지하면서 시엄마랑 민이 설거지 언제부터 시킬까 이야기하다가 퍼뜩 깨달았다. 엄마 그러고보니 저는요 스무살 넘어서 설거지라는 걸 처음 해봤어요! 시엄마는 자랑이다! 한마디 하시고 말았지만 그래 그랬구나 우리 엄마는 내가 설거지 안 하고 공부 잘해서 성공하고 그러면 설거지 하지 말고 살렴 이런 걸 바란건가 싶었다. 하지만 언제인가 친구랑도 이야기했던 거지만 이대 총장님도 두부랑 호박 사들고 퇴근하시는 모습 보고 아니! 어떻게 이대 총장님이 두부랑 호박을 사갖고 가시는 건가?! 했더란다. 너무 놀라서 앞을 가로막고 물었더란다. 아니! 선생님! 선생님도 된장찌개를 끓이신단 말인가요?! 그랬더니 깔깔깔 웃으시면서 그럼 내가 하지, 누가 해요. 남편도 밥 하긴 하지만 우리 아들이랑 남편 밥 멕이려면 내가 해야지. 라는 말을 듣고 아니 우리 총장님께서도! 하고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니까 그 모습 보고 더 웃으시던 모습이 퍼뜩 떠오른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 이대 총장님도 살고 계셔서 이웃사촌이었거든요. 남편이 파스타를 만들다 말고 문득, 우리 엄마가 나 이렇게 요리하는 모습 보면 막 가슴 아플거야! 아 그렇지. 어머님도 모르셨겠지. 내 아들이 공부만 잘 하지 요리도 잘 하리라는 사실을. 하지만 자기가 나보다 더 맛있게 하잖아. 민이도 자기 파스타를 원해. 하니까 그렇지, 내 새끼 멕이려고 내가 파스타를 이렇게 만들고 있지. 라고 대꾸.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요리 못하는 똥손인지라 나는 정말 쥐구멍으로 숨어들고 싶어져. 그러다 문득 딸아, 엄마 이탈리아 가서 파스타 만드는 것 좀 배워갖고 올까? 했더니 엄마는 한곳에 가만히 있는 거 싫어하잖아. 설령 파스타 만드는 거 배워온다고 해도 아마 취직하기 싫어할거야. 파스타집 차리는 것도 싫어할 거고. 이탈리아 가서 어차피 놀 거잖아. 이탈리아책만 잔뜩 사갖고 읽겠지. 파스타 맛집 다니면서 에스프레소 마시면서 와인 마시면서 젤라또 먹으면서. 라고 했다. 그렇지, 아마 나는 그럴 것이다. 보부아르 언니처럼 막 똑똑해져서 막 책 쓰고 돈 벌면 밥 안 해도 되니까 얼마나 좋아. 나 혼자 막 신경질을 부리니까 남편이 책 쓰고 돈 벌어오면 밥 내가 다 한다. 하지만 많이 아주 많이 벌어와야해. 음 영하 형님 정도? 딸기 먹다 말고 미친듯 웃었다. 김영하처럼 우리나라에서 돈 버는 작가가 김영하 말고 대체 누가 있니? 누가 있어?!

아 밥이란 무엇인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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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9 1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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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0 0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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