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이 아프다. 여기저기. 이 약골들아 몸 잘 챙겨_ 잔소리를 하고 문득 좋은 것들만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안다. 동네 빵집 아저씨가 나랑 동갑인데 얼마 전 급사를 했다. 급사를 하고난 후 그가 나와 같은 나이라는 걸 알았다. 정신을 잃은 누나가 나 때문에 죽었다며 가슴을 치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울부짖었다고 한다. 다른 일을 하는 남동생을 불러다 같이 동업을 하자고 누나가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누나는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알 수는 없지만 그도 토박이고 나도 토박이니 아마도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일지도 모른다. 계산을 할 적마다 마주하는 동안 이 사람은 진짜 내 초등학교 같은 반 누구를 떠올리게 한단 말이야. 하지만 우리가 통성명을 할 일도 서로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한 것도 아닌지라 쇼핑몰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눈인사만 살짝 하고 스쳐지나가는 정도. 아 우리동네 빵집 사장님이다_ 아 우리 단골님이시다 정도. 성실하고 고객들에게 친절했던 그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당도하자마자 심장이 멎은 이야기가 동네 이곳저곳에서 떠돈다. 중학교 다니는 아이와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다고 한다. 아내는 전업주부라고 한다. 아 가장이 쓰러졌구나 어떻게 하나 하고 얼굴도 알지 못하는 그들의 생활이 걱정되었다. 좋은 것들만 보았을까. 초등학교 동창이었을지도 모르는 동네 빵집 아저씨의 급사에 대해서 생각을 쉼표를 곳곳에 찍으며 하는 동안 계속. 인생은 우리를 어디로 끌고 나아갈까. 내일은 정인이 양부와 양모 재판이 열리는 날이다. 정인이가 그들에게 입양 가는 동안 갓난아이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겠는가마는 느낌상 아 내게도 이제 엄마와 아빠와 언니가 생기는구나 제대로 된 인생이 펼쳐지겠구나 하고 잔뜩 들뜨지 않았을까. 악마들은 붉은 눈을 하고 있지도 머리에 뿔을 달고 있지도 않다. 딸아이와 정인이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동안 한 말. 정인이 죽음이 알려지고난 후 아동학대에 대한 기사가 여기저기에서 보도. 미혼모인지 이혼녀인지 알 수 없지만 홀몸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 대한민국에서는 고행길에 가깝다. 학대인지 방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영하 이십도에 가까운 서울 밤하늘 아래에서 아이가 홀로 엄마를 찾으며 부들부들 떨었을 모습을 떠올린다. 그 아이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세상은 어떤 곳일까. 아이를 하도 낳지 않아 대한민국은 망한다고 하던데? 엄마는 유투브를 보시다 말고 내게 물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싶어하는 게 신기한 거야 엄마. 너는 한국 사람인데 한국을 왜 이렇게 싫어하냐? 물어보시길래 전생에 한국인한테 맞아죽은 동남아시아 여자였나봐 대꾸했다. 전생에 무슨 짓을 했길래 다시 인간의 삶을 겪어보라는 형벌을 받은걸까 하고 고뇌에 사로잡힌 척 해본다. 치킨을 시키려고 했으나 또 눈이 내린다. 엽서와 열쇠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 하루였다. 다리를 흔들면서 아니 에르노 읽어야 하는데 아니 에르노 읽어야 하는데 하니까 사강이 째려본다. 아 맞아 사강 읽어야지. 생색내려는 건 아니지만 읽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윤리의식 이런 게 있다면 좋겠다. 그럼 언제 죽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죽음은 가능하면 떠올리고싶지 않다. 친구가 물에 퉁퉁 불은 시체를 검시하고난 후 며칠동안 악몽을 꾸고 며칠동안 고기를 못 먹고 며칠동안 생선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네가 본 최악의 죽음은 뭐야 하고 나는 가끔 묻는다. 최대한 죽음을 미루기 위해서. 인간이 인간의 몸을 유지하고 죽으면 그건 감사한 일이다 싶은 순간들. 에밀 시오랑 읽다보니 아주 술이 땡기는 하루다. 조증이었는데 젠장. 눈 쓸려고 패딩 입고 나갔는데 주인집 아저씨가 새댁이 무슨 눈을 쓸어, 어여 들어가, 날이 아주 추워. 하셨다. 새....새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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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1-12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프다.....ㅠㅠ
그래도, 새댁, 술 한 잔 해요~~~~^^
여기도 눈 와요.

수연 2021-01-13 13:43   좋아요 1 | URL
새댁 포르투갈 와인 두 잔이나 마시고 뻗었다고 합니다 ㅋㅋ

페넬로페 2021-01-12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 먹먹하네요~~
눈까지 펑펑 내리고 ㅠㅠ
새댁님!
술 한잔 합시다^^
저도 오늘 집에서 내리는 눈 보며
한잔 마셔야겠어요**

수연 2021-01-13 13:44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오늘은 날씨 따뜻한 거 같아요 비교적, 아침에 빵 사러 나갈 때 보니. 어제 각자 친친했군요! :)

단발머리 2021-01-12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댁!! 눈 쓸러 나가는 새댁!
오늘 와인 한 잔 해요!
해도 좋아요!

수연 2021-01-13 13:44   좋아요 2 | URL
그리하여 마셨습니다 ㅋㅋㅋㅋ

라로 2021-01-12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댁, 나는 늘 혼술,,,
다행히 여기는 눈 안 와요.

수연 2021-01-13 13:45   좋아요 1 | URL
새댁도 어제 혼술이었습니다, 같이 사는 남자는 일주일에 사흘 얼굴 보는 게 전부인지라_ 우리 언제 같이 진짜 마셔요 언니

유부만두 2021-01-12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댁! 저녁은 따숩게 먹었수?!
오늘은 따끈한 정종이 어울리는데 말이지요.

수연 2021-01-13 13:45   좋아요 2 | URL
얼마 전부터 새댁은 오뎅탕에 정종이 딱인데 계속 그러다가 그냥 집에 와인밖에 없어서 와인을 ㅋㅋㅋ

난티나무 2021-01-12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댓글이 새댁,에 주목한다. ㅎㅎㅎ 슝슝~~~~~~

수연 2021-01-13 13:46   좋아요 2 | URL
새댁이 되고싶은 건가 다들 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21-01-13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들어 주변 사람들이 아프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네요.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뜸해지고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몸에 적신호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수연 2021-01-13 13:46   좋아요 1 | URL
응 아무래도 이래저래_ 나이 영향도 확실히 있는 거 같아. 어린 아이들도 면역력 많이 약해져서 피부병도 많이 걸리고 그런대. 아프지 말자 해성아!!!

붕붕툐툐 2021-01-13 16:18   좋아요 2 | URL
저 지금 사이러스님의 본명을 알게 된겁니까? 예쁘다~ 이럴 땐 못본 척 해야하나?🙈

cyrus 2021-01-14 09:16   좋아요 1 | URL
To. 붕붕툐툐님 / 댓글을 못 본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ㅎㅎㅎ

붕붕툐툐 2021-01-13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그저 아는 사람의 부고만 들어도 싱숭생숭 해지죠..ㅠㅠ 모두들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 살아 갈거예요. 그러리라 믿는게 희망이라 생각해요... 주인집 아저씨의 호칭 센스도 희망을 주네요!!^^

수연 2021-01-13 21:23   좋아요 1 | URL
응 툐툐님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우리, 아픈 사람들 없으면 좋겠어요.

psyche 2021-01-13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다 새댁! 나한테 새댁이라고 하면 동네 눈 다 쓸어도 안 힘들만큼 힘이날텐데 ㅎㅎ 근데 눈이 뭐죠?? 본지가 하도 오래되서...

수연 2021-01-13 21:24   좋아요 1 | URL
이 새댁은 딱 1분 흉내만 내다가 들어왔습니다 언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1-1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명 페이퍼는 슬프고 가슴아픈이야기가 가득인데 ㅜ.ㅜ
주인집아저씨에 호칭 때문에 새댁에 댓글이 주르륵 ㅋㅋ

수연 2021-01-13 21:24   좋아요 1 | URL
새댁은 가슴이 막 아팠지요. 하지만 새댁이라는 말에 그만 환하게 웃고 말았다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