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는 소방차 오빠들의 노래가 나왔다.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소방차 오빠들은 노래를 하고 정육점 사장님은 삼겹살을 썰고 나는 귤을 손에서 놀리며 귤향을 맡던 중, 마스크 너머로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아는 노래라서 가사를 알아서_라기보단 몸에 각인이 되어있었기에 저절로 방언 터지듯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가 부르니 정육점 사장님도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고 건너편 청과물 가게 사장님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고로케와 꽈배기를 튀기던 사장님도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이 노래를 듣고 자랐지, 그걸 증명하듯 갑자기 떼창을 부르며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춤까지 출 수는 없지만 소방차 노래 하나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아주 잠깐 동안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정육점 사장님도 청과물 가게 사장님도 수제고로케집 사장님도 나도 모두 40대 초중반. 소방차 오빠들 노래는 끝이 났고 떼창도 끝이 났고 마스크 너머로 서로를 향해 눈웃음을 짓던 우리는 다시 각자의 본업으로 돌아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갑자기 10대가 된 거 같아서 세포가 부글부글 젊음을 돌려달라 라고 소리를 내질렀다. 우리는 애매한 X세대, 어쩌다보니 나이를 이렇게 먹어서 모두 마흔을 훌쩍 뛰어넘었지.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더 이상은 몸이 마음을 따라와주지 못해. 그게 슬프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이겠지. 아직도 마음은 아니 쏘울은 엑스 세대거든.


 아침이다. 오늘은 오늘의 읽기를. 비가 내릴 거 같은데 영어공부를 해야하는데 하면서도 책을 조금 읽었다. 잘 지내나요_는 81쪽, 포도주병은 20쪽, 중년에 접어들며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당장 지금부터 시작해야하고 아닌 거 같다 싶으면 재빨리 포기를 하고_ 이게 적응의 한 과정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 않아. 커피 한 잔을 진하게 내리고 크래커를 아그작 깨무는 아침.



 


단단하게 결속됐다고 믿었던 남편으로부터 일시 정지를 통보받은 미아는 큰 혼란과 아픔을 느껴 잠깐 동안 정신질환까지 앓는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잠시 입원하게 되고, 퇴원하면 다음 학기 강의에 복귀하기로 직장과 약속한 뒤, 친정 엄마가 있는 자신의 고향으로 간다. 그곳에서 여름 동안 보리스도 딸 데이지도 없이 엄마 곁에 머물며, 고향 마을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기로 한다. 그녀의 나이가 55세니만큼 자신보다 더 나이 많은 엄마의 친구들과 또 시 창작 강의를 듣는 사춘기 소녀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보리스를 그리워한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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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17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은 이 시대 불후의 명저, 잘 지내나요 의 것이네요 ㅋㅋ

수연 2020-11-17 18:51   좋아요 0 | URL
불후의 명저에 빠져 읽는중입니다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