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혜윤을 읽었다. 가십거리 이야기를 막 하고난 직후였던 거 같다. 가십거리는 가십거리고 그가 쓴 문장들은 그의 것이니까 온전하게 분리를 한다. 공은 공이요 사는 사. 이거 꽤 중립적으로 잘 지키는 거 같아. 여름이불은 홑이불이 제맛이요, 겨울이불은 무조건 솜이 한가득 들어간 걸루다가. 친구가 아무튼, 메모_를 읽었다고 한다. 혜윤이 언니 멋지지, 그런 언니가 어디 대한민국에서 쉬이 발굴될 인물인가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쇼핑도 지겹고 얼추 살 것들도 다 샀고 낮잠도 잤겠다 그럼 어디 머리나 잠깐 식혀보자, 별 이야기 있겠는가 하고 아무튼, 메모_를 펼쳤다가 롯데백화점 본점 한복판 어딘가에서 막 꺼이꺼이 마스크 안에서 나 홀로 울었다. 


 네루다의 시구, "내 사랑이 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 누군가도 아닌 '내'가 '너'를 지키기 위해서 온 존재 다바쳐 사랑을 하고 그 무형의 '내 사랑'이 '너'를 지켜준다면 뭐 이번 인생은 성공한 거 아니겠느냐고. 이렇게 책은 끝맺는다. 그러면서 혜윤이 언니가 하는 말.


 "우리의 삶은 결국 평생에 걸친 몇 개의 사랑으로 요약될 것이다. 어떤 곳이 밝고 찬란하다면 그 안에 빛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해 한 해 빛을 따라 더 멀리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눈물자국이 마스크 안에서 바싹바싹 말라갔다. 호화스러운 조명 아래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앞으로 내가 몇 개 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몇 개의 사랑을 새로 할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행했던 사랑을 구분지어보자면 과거의 사랑 몇 등분과 현재의 사랑 몇 등분과 미래의 사랑 몇 등분이 고루고루 섞여 그 수는 짐작했던 것보다 조금 더 늘어날듯 싶다. 달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고 나는 몇 개의 사랑을 하든 온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랑을 해야겠다 다짐했다. 빛이 때로 어둠이 되기도 하고 어둠 아래 반딧불이와 같은 빛 정도밖에 낼 수 없을지라도. 읽고 쓰는 일은 오늘도 이어졌다. 사금파리 반짝거림 정도일지라 해도 스스로 만족했다. 지구를 사랑해야겠어, 좀 포동포동하게 근육을 키워서 나도 사랑해줘야겠고 아침에는 내 주변 사람들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투덜거렸는데 아니 이거 사랑 주고 그러는 일이 뭐 그렇게 유세 떨 일도 아니건만 그 바운더리 조금 더 넓힌다고 해서 어쩌겠어, 다만 사랑을 주는 형태를 달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마음을 달리 먹었다. 이렇게 해서 정혜윤의 아무튼을 읽고 저는 조금 더 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샤워를 다 하고 와인 반 잔을 따라놓고 이제 책상 앞, 까뮈와 사르트르가 기다리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0-11-1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 이 페이퍼요...

수연 2020-11-15 00:0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덕분에 의도치 않게 읽고 진짜 좋았어요. 오랜만에 책 읽다 울었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