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기 전에 항상 책장 사진을 찍어놓곤 했는데 올해에는 그런 것들 없다. 이건 옛날 사진. [행복의 조건]을 추천받아서 곧 읽어볼 계획이다. 인스타그램을 못해서 그런가 알라딘 엄청 들어오는듯. 켁.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매년 같은 날짜에 찍은 사진이 있으면 5년 전 이 날 당신은 이런 사진을 찍었지요_ 하고 알람을 해준다. 4년 전 어제 찍은 사진이라고 인스타그램에서 알려주어 응? 하고 가서 확인하고 마상 입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품었던 때. 스스럼없이 좋아한다고 서로 그랬던 친구랑 나란히 사진을 찍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친구는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것들을 빼앗으려고 차근차근 준비작업을 하던 때였다. 그 모든 고통을 겪고난 이후에 타인에 대한 환멸이 어느 정도 크기였는지는 아직까지 묘사가 불가능하다. 웃고 있는 사람의 아름다운 얼굴이 하나의 가면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마상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 여겼지만 어제 알람을 받은 순간 내 손에 칼이 쥐어져있다면 난 이성이란 걸 놓을 수도 있겠구나 깨닫고 마상이 회복되기는 커녕 전혀 되지 않았구나 알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잔인한 말은 그때 모두 내뱉었던 것도 같다. 퓨즈가 나간 인간이 어떻게 괴물이 되어갈 수 있는지. 해남 땅끝마을에 자그마한 오두막을 지어놓고 여생을 보내자_는 말을 들었다. 나는 시티걸이지만 오두막 주변을 중심으로 하나의 시티를 만들어보는 것도 근사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늙어서 파파할머니가 되어서도 왜 무언가 일을 벌리려고 난리란 말인가? 는 말도 들었다. 왜 그런가. 혹여 그것은 행복의 조건들 중 하나가 아닐까.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공부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면 좋은 사회가 좋은 것이다. 늙고 병든 인간을 고물 취급 하며 폐품 취급 하며 골방에 가둬놓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드리는 건 인간이 할 노릇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경우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돈이 많이 있건 돈이 하나도 없건 그런 거랑 무관하게. 인간들은 홀로 살아가건 집단으로 살아가건 결국 원 안에 있구나 그걸 알게 된 건 꽤 어린 시절부터였는데 고통을 겪고 실패를 겪고 환멸을 겪고난 후에도 다시 그 문장으로 돌아가곤 했다. 인간은 결국 인간들로, 그 원 안으로. 원과 원 사이마다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문들이 있는데 그 원과 원이 맞닿을 적마다 숨어있던 문들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점은 그 문을 열고 옆에 있는 원으로 들어간다. 서로 방문을 하다가 우정을 쌓고 사랑을 쌓고 가족이 되고 연인이 되고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물론 그러다가 마상을 제대로 입히는 경우는 허다하기 마련인지라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일 수도. 그 문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점의 마음도 이해해줘야 한다. 그 시멘트가 자살이 될 수도 있고 영원한 고립이 될 수도 있지만. 시멘트로도 덧가려져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문을 또 누군가는 끈질기게 찾아내서 시멘트를 깨부수고 자물쇠를 열고 열리지 않는 문을 기어코 열려고도 한다. 그런 게 또 인간의 모습인지라. 언니에게서 [행복의 조건]을 추천받았다. 뭔가 주절거리고 싶어져서 맥락없이 주절주절. 원 하나를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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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2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의 조건 읽으면서 수시로 페이퍼 작성해주세요, 수연님. 괜찮으면 저도 읽어보려고요. 행복해야지.
행복합시다, 수연님. 행복하자요, 우리.

수연 2020-10-21 08:47   좋아요 0 | URL
언니랑 만나면 책 준다고 해서 언니 만날 날 기다리고 있어요. 읽고 페이퍼 쓸게요, 약속, 다락방님. 응, 더 행복해지자,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봐요 우리.

2020-10-20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1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