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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한 부부생활을 하던 한 부부가 있었다. 남자는 때때로 무능했고 자신의 무능이 세상 탓인지 스스로의 탓인지 알지 못해 서서히 알코홀릭이 되어갔다. 여자는 무능한 남자로 인해 생활력이 강해야했다. 자식들이 셋이었으니. 음식솜씨가 아주 빼어나서 크나큰 식당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무능한 남자에게 밥을 멕이고 옷을 입히고 술을 멕였다. 그들은 사랑했으나 그 사랑은 세월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여자는 코웃음쳤다. 사랑? 사랑이 밥 멕여주던가!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독립을 했다. 무능한 남자는 술을 더 자주 마시게 되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놓치고 여자를 때렸다. 여자는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다고 다짐했다. 무능한 남자를 더 이상 책임지기도 싫었고 그 남자가 이제 폭력을 휘두른다는 사실에 겁먹었다. 여자는 집을 나갔다. 이혼은 절대 하지 않겠노라고 남자는 소리소리질렀다. 남자는 여자가 며칠 밖에서 지내다가 당연히 자신의 품으로 들어올 줄 알았다. 이렇게 험한 세상에서 나이들고 능력 없는 여자, 곧 할머니가 될 여자가 밖에서 며칠 고생하다보면 당연히 내 품이 그리워 들어올 테지 자신만만해했다. 


 엄마는 살짝 그들의 사정을 아는 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여자는 집에 들어갔는가? 소식을 전해주는 이는 말했다. 아니, 파랑새가 자기 행복을 찾아 새장 밖을 날아갔는데 다시 새장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겠어요, 사모님. 이라고. 엄마는 전화를 끊고 깔깔거리며 말했다. 자기 행복을 찾아 날아간 파랑새는 이미 자유를 맛보았는데 진짜 미쳤다고 새장 안으로 다시 기어들어가겠어?! 그리고 한참동안 웃었다. 그렇지, 자유를 맛보았는데 어떻게 다시 새장 안으로 들어가겠는가. 죽을 때까지 그 새장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더더욱 안 들어가려고 하겠지. 소식을 전해주던 이는 여자가 혼자 사는 여자친구와 함께 반찬가게를 하나 열었는데 코로나 터지고난 후 입소문이 나서 꽤 돈도 잘 벌고 있다고 집을 나오고난 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이어서 덧붙였다. 남자는 어떻게 지내는가? 물어보니 계속 술만 푸고 있지요, 밥도 안 먹고 안주 먹는 걸로 끼니를 때우는 거 같은데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네요. 헨릭 입센도 떠올랐고 때마침 읽고 있던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안에 나오는 수많은 언니들 이야기도 한꺼번에 들려왔으며 마담 드 스탈 부인도 겹쳐진 순간이었다. 파랑새는 사랑을 해보겠노라고 새장 안으로 기어 들어갔는데 그 새장 안에서 갖은 고생 다 하고 사랑의 결과물인 자식들도 이제 다 독립해서 각자 잘 살아가고 있고 맨날 술만 퍼마시는 파랑새 한 마리만 죽을 때까지 바라보기에는 이제 사랑도 정도 다 식었고, 어쩌다 문이 열렸는데 (아니 그 스스로 열고 나간 거겠지)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았으니 어찌 다시 새장 안으로 들어갈까. 







 


시몬 드 보부아르가 지적했듯이, 아내 역할은 여성의 자유를 가로막는다. 비록 시몬 드 보부아르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진지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기는 했지만, 그녀는 결혼 제도가 부부의 관계들을 망가뜨린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자유롭게 생기는 감정들을 강제 의무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주장하는 권리로 변형시켜 놓는다. 결혼은 노예제도의 형태라고 시몬 드 보부아르는 말했다. 그것은 여성(적어도 프랑스의 부르주아여성)에게 "야망과 열정이 결핍되어 있는 번지르르한 평범함, 무한히 반복되는 목적 없는 나날들, 삶의 목적을 한 번도 의문시하지 않으면서 죽음을 향해 유연하게 흘러가는 인생살이" 정도를 줄 뿐이다. 결혼은 여성에게 만족감, 평온함,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그것은 또한 여성에게서 위대해질 기회를 박탈한다. 여성은 자유를 상실하는 대가로 "행복"을 얻는다. 여성은 점차 더 적은 것을 위해서 정착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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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9-21 0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자유를 거들떠 보지 못하게 촘촘히 겹겹이 막고 잇었나봐요. 하지만 파랑새가 자유를 알게되서 너무 기뻐요. 훨훨 날아가렴.

수연 2020-09-21 08:21   좋아요 1 | URL
그대도 다 할 수 있어요, 다 읽고 다 보고 다 여행다녀요. 반짝반짝 눈망울 보고싶다! (응? 근데 핏줄 터진 쟝쟝님 눈망울;;;;;;) 교차하는 관점들 두꺼워서 겁먹었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넘 잘해놓았어_ 휘리리리릭 읽고말았네!

2020-09-21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1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9-21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수연님.
시몬 드 보부아르 언급될 때면 우리가 11,12월에 제2의 성을 다시 읽기로 결정한 건 잘한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읽고 씁시다!

수연 2020-09-21 12:32   좋아요 0 | URL
다 읽고 리뷰는 힘들 거 같고 페이퍼 하나 더 쓰려구요. 언제나 든든하고 고마운 마음, 곧 만나서 소주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