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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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

 뮈

 만일 뫼르소가 신이라면 신을 믿을 필요는 없겠지신보고 신을 믿으라 강요하는 것만큼 지독한 코메디도 없을 거다이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문득 떠올린 망상그러나 뫼르소는 신이 아닌인간이지인간이라면 당연히 인간으로서 태어나 살아가며 죽기 직전까지 짊어져야 할 짐이 있노라지독히 세뇌교육을 받았다인간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도리가 있다인간은 인간 없이 살 수 없는 식인귀와 같이 (다른인간 없이 살 수 없도록 사회화되어 존재한다사회를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사라져야 하리라검사가 입에 검은 거품을 물고 악악거리며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동안 사회를 위하여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인간이란 자신이 선하다고 믿는가궁금해진다신을 믿지 않는 인간이 당연히 지옥의 활활 타는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재가 되고 어느새 다시 눈을 떠 다시 그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다고 신을 믿는 인간들이 열심히 사탕발림을 하는 것처럼


 자아뫼르소의 몸 안에 굵다란 대나무로 벽을 만들어 자꾸만 쑤셔넣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질문그들그리고 신알랭이 데카르트가 말한 구절을 재인용 –« 불확실함-결정내리지 못함-은 지상에 존재하는 惡 중의 악 »-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다구요그러나 꼭 무언가를 결정내리고 확실해지려고 해야 하는가물었을 때 아니물었다기보다는 데카르트가 이리 말씀하셨으니 우리그 말씀을 받들어 죄 중의 죄를 짓지 말고 살자고 부드러운 어조로 사랑하는 알랭이 말했을 때당연히 결정내리지 못하고 항상 선택을 꼴찌의 자리에 두는 것이 어느덧 인생의 모토가 되어버린 이 몸은 살짝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그리고 오랜만에 까뮈를 읽어보니조금 다시 뻔뻔해지더라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은 실로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 아니라기에선명한 윤곽을 지닌흐릿할 수 없는 존재는 이 세상에 실로 존재 중의 존재나 중의 나신이라고 불리우는 자

 

 누가 누구를 위하여 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처럼 누가 누구를 위하여 대신 벌을 받는다는 게 보통 인간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하나에서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만 확실히 알고 싶어하는 굳센 바보의 고집을 꺾을 자 수천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엄마가 죽은 게 제 잘못은 아니거들랑요사장에게 말했더니만 사장이 날개 세쪽 달린 닭을 쳐다보듯 쳐다보기에 사랑하는 마리 앞에서는 그저 입을 다물고 전날의 검정 넥타이를 매고 엄마가 어제 죽었어말했더니만 사랑하는 마리잠시 뒷걸음질치다가 이내 활짝 웃으며 죽음은 죽음일 뿐살아가는 이들은 살아가자구요뫼르소의 한쪽 팔을 부드럽게 잡아끌며 극장으로 향한다멍청하게 머리를 비우고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보름달님처럼 활짝 웃었더니만 그게 나중에 죄 중의 죄가 될 줄은 몰랐었지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요일을 맞이하고 끝내며서 엄마는 지금쯤 땅 속에서 편안히 잠들고 계시고 결국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일자리로 돌아가고 결국 아무 것도 변한 것은 없노라

 

« ……somme toute, il ny avait rien de changé. » 41, 

 

생의 진리를 또 하나 터득한 뫼르소가 불량하고 단순무식한 이웃사촌 레이몽과 친구가 되어 어찌어찌하다가 아랍인 하나를 죽이게 되었단다한 발만 쏘면 될 터인데 햇빛이 너무 강해서리 잠시 숨을 멈추고 네 발을 연이어 쏘았다사람을 죽였으니 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한 이치눈에는 눈이에는 이사회는 항상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엄중하게 판결을 내린다허나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기란 신중하고 오랜 시간을 두며 살펴야 하기에 뫼르소의 영혼의 무게까지 한번 들추어 보았더니만 맙소사제 아비를 죽인 놈과 별반 다를 바 없이 한없이 가볍고 추한 영혼을 가지고 있더라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며 뫼르소의 영혼을 갖고 이리 펼쳤다 저리 펼쳤다 에구에구저런 흉측한 영혼의 모양새 보게나 수군거린다제 어미를 돈 없노라는 핑계로 양로원에 처넣고 황금 같은 주말을 말 없는 어미의 주름살 세는 허망한 짓으로 보낼 수는 없노라 찾아가보지도 않고 젊은 시절을 더구나 어미를 땅에 묻은 다음날여자와 함께 몸을 섞는 끔찍한 짓을 했으면서도 그게 끔찍하노라 전혀 깨닫지 못하는 저 뫼르소를 이 건전하고 아름다워지려 애쓰는 사회에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가는 필시 사회의 질서를 온전케 하지 못하리라

사람들은 뫼르소의 영혼에 차마 사형을 선고하지 못해 그의 몸에 사형을 선고한다뫼르소는 다만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엄마를 사랑했었고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부양할 능력이 모자라기에 양로원에 모셔다 드렸을 뿐그곳에서 엄마는 행복하게 생을 다시 시작했고 행복하게 생을 마감했을 뿐인데뫼르소는 다만 눈물을 흘린다는 행위가 싫고 누구도 엄마를 위해서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노라 잠시 무언가를 닫아두었을 뿐인데뫼르소는 햇볕 너무 강한 날 잠시라도 정신을 잃을 수 없어 사람 하나를 죽였고 사람을 죽였으니 벌받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데 거기에다 왜 이미 죽은 엄마를 덧붙이고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믿고 속죄하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입을 다문다입을 가만히 다물고 있어도 죄가 되네드러내지 않노라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욕을 하네부조리하나에서 다른 하나까지 전혀 이치에 닿지 않고 이치에 닿도록 만들기 위해 애쓰노라 하지만 그 선한 의도는 자꾸만 부조리의 연쇄고리를 만들어간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감히 목을 내치라는 위협이 먹혀들리라 여긴다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달려 있는데 제 하나밖에 없는 영혼이 구원받지 못한다는데 어찌 감히 내치겠느냐며 키득키득 까마귀 날개로 쌈을 싸 어깨 뒤로 건넨다하나밖에 없는 목이 잘리면 하나밖에 없는 목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약한 영향력이라도 끼칠 수 있으니 그렇게 인간들은 서로를 위한다며 당신밖에 없노라며 친근하게 어깨를 툭 쳐댄다세상에 바위 밖에 존재하지 않아바위만 한가득인 보랏빛 세상에서 생각하는 사람의 폼을 취하며 오오아무 것도 생각에 생각을 덧대고 있는 중 작업을 방해하는 손이 하나 있어 고개를 들어보니 악마가 친근하게 힘내라며 어깨를 툭툭 쳐댄다이치에 맞지도 않는 엉터리 수작을 펼치고 있는 거라고 한다면야 아뭐 어깨를 으쓱거리며 사라지면 그만인 악마이기에그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악마의 왕이기에한편 그 친근한 기운으로 똘똘 뭉쳐진 그 손이 내 어깨 위에서 사라져 날개를 달고 저 멀리 날아간다면 또 혼자가 된 인간은 천 년동안 후회를 하며 자신에게 욕설을 내뱉을 거다부조리와 모순멀리 낯선 곳에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가까운 곳에서 그들과 함께 있어서는 안된다피는 단지 피일뿐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고 강요하려는 속된 가족주의를 경계할 것생각없이 받아들이면 편할 것을 굳이 생각하겠노라 굳이 입을 다물겠노라 굳이 떠나겠노라 굳이 마주하겠노라 할 때 느끼는 즐거움만큼이나 피곤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왜 인정하려 하지 않을까달리 선택할 수가 없었다선과 악신과 악마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 생존에 있어서 향수나 화장품과 같은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면 이건 좀 과장이 심한 경우일 것이다허나 생존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것거의 100%에 가까운 절대성을 지닌 것을 하나 집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상황에 있어 집게 손가락은 바로 맞은 편에 있는 것을 가리킬 것이다

 

 뫼르소는뫼르소의 애매함즉 마리와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엄마가 죽어도 그만 안 죽어도 그만사람을 죽여도 그만 살려도 그만그 모호한 선 밖에 자리잡고 있는 것들은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풍경몸과 시간의 합작품인 여름나날의 체험들그에 관해서 펼쳐지는 뫼르소의 안에 애매함이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하이데거가 푸른 책에서 말한 애매함이 실로 진실되게 느껴지는 것은 가장 얕은 깨달음체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가기 때문이다뫼르소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뫼르소의 영혼을 갖고 무게를 재는 건 아니다그럼에도

 

 « 모든 것이 진정으로 이해되고 파악되고 말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에서는 그렇지 못하고아니면 그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에서는 그렇다, (누구나 다 무슨 일을 당면하고 있고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또한 누구나 다 이제 일어나야 할 일이 무엇이고아직 당면하고 있지는 않지만 « 본래 » 했어야만 했던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할 줄을 이미 알고 있다. (이렇게 흔적을 따라다니는 것그것도 풍문에 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은 진짜로 사실의 « 흔적을 » 찾은 사람은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법이다애매함이 현존재의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가장 위험한 방식인데그렇게 해서 애매함은 이미 현존재의 가능성을 무력화시켜버리기 때문이다. »                    하이데거, 237-238

     

하이데거의 이 실존방식에 따른다면 뫼르소가 더 이상 살아있어야 할 이유따위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이웃에 살고 있는 노인 살라마노가 그의 사랑하는 개를 거리에서 잃고 숨죽여 우는 소리를 얇은 벽 틈새로 듣는 동안 뫼르소는 이미 땅에 묻혀 사라지고 있는 엄마가 불현듯 생각나고 왜 엄마가 갑자기 생각날까 궁금해하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하기에 생각을 멈추고 애매함이 애매함을 죽인다모래 사나이가 뿌려주는 황금빛 모래가루를 눈꺼풀에 묻히고 잠자리에 든다살아야 하는 일상살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도 너도 모르는 사이 굵은 뿌리를 깊이 심장 안으로 박아넣는다시스템은 무언가를 항상 막는다시스템은 살아가기를 만족스럽게 만들지만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과 살아가면서 불필요하다 여겨지는 것들을 거르는 거름종이의 역할을 행한다물론 그 거름종이의 역할이 시스템에 의해서 제대로 수행된다고는 믿지 않는다막아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것은 타자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들을 받아들인 대로 내보내지 않을 경우 받는 벌이 제 목숨을 내줌이라면 그곳에서 단 하나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을 듯 싶다받아먹은 대로 내뱉지 않을 경우 나란 존재의 자리는 이 세상이 사회에서 말끔히 거부되고 씻겨져 내려간다죽어도 그만 계속 존재해도 그만은 나 자신의 죽음과 삶의 범위를 벗어나는 모든 경우들에 받아들여진다신의 경우는 좀 색다를까 싶지만 신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대로 대입 가능하리라 본다현대사회에서 신의 자리는 다른 식으로 변형되어 대체되고 있다고대에서의 막강한 힘이 현대에 와서는 좀더 세련되고 깨끗한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거부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라는 것뿐신을 타자 취급해서는 결코 낙원의 첫 계단을 밟을 수 없을 터신의 이름을 빌리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 되리라고통을 받고 속죄를 하는 동안 잠시 괴로울 뿐불새의 생명력을 지니고 미래를 살아간다그렇게 신의 유일하다는 이름을 갖고 채찍질을 하고 모진 마음으로 그 채찍질을 기쁜 표정으로 당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아주 조금씩 피를 말리게 한다,   

 

  « Selon lui, la justice des hommes nétait rien et la justice de Dieu tout. 

  그의 말대로라면 인간의 정의는 아무 것도 아니다다만 신의 정의만이 존재할 뿐이다. » 179

     « Tout se déroulait sans mon intervention. Mon sort se réglait qu’on prenne mon avis. 

     모든 것들이 나와는 상관없이 진행된다내운명이 나와는 전혀 무관하게 결정지워진다.» 151-152  

  « Il n’était même pas sûr d’être en vie puisqu’il vivait comme un mort. 

   그것은 마치 죽은 자처럼 살아가기 때문에 살아있는 존재라고 감히 확신할 수 없다. » 182

 

인간이 제 자리를 찾기 위해 돌고 돌아가는 행위를 무수히 반복한다는 사실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뻔한 거지만 어쩐지 인간의 삶에서 인간을 제외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진행되고 있는 엄청난 목소리의 크기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죽음을 코 앞에 두고 세계의 무심함에 눈뜬 뫼르소가마지막에 할 수도 있었을 말안으로 들어오라는 초대장을 받은 당신인사이더insider로서 초대받은 자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혹은 아웃사이더outsider로서 그 바깥에서 그 밖을 택한 자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정글의 법칙을 깨칠 수도 있을 것이다까뮈의 급작스러운 죽음이 그렇게 빨리 그렇게 급하게 이루어지지만 않았더라면 까뮈가 죽기 직전에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던 그 스토리의 뼈대가 어땠을지 궁금하다아웃사이더로서 인사이더와 더불어 공존하기가장 흔하디 흔하게 사람들의 잡담 속에서 스물 네 시간 동안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이루어지는 그 하나의 열매가 씹히는 무수한 방식들살아있었다면그렇게 깜짝쇼를 하듯 사라지지 않았더라면까뮈는 어떤 식으로 그걸 베어물었을까.

 

Albert Camus, <L'étranger>, Gallimard, 1942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이기상 옮김까치글방,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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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03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글 항상 좋지만, 이 글은 참 좋으네요.
어려운데.... 어려운데 좋아요^^

수연 2020-09-03 08:2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 좋으시다면 좀 더 심플하게 써보도록 노력하지 말아야지 크크크크 이 독후감 원래 2003년도에 쓴 거라서 좀 겉멋이 많더라구요. 근데 다시 고쳐쓰자니 귀찮아서 그냥 올렸어요, 이방인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누구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