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평화로운 여름 저녁이었다. 점심은 정말 맛없는 걸 먹었지만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 친구랑 삼십분 채 안될 정도로 통화를 했다. 카톡을 할까 하다가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싶어서 무턱대고 했다. 우리가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우리가 처한 지금 이 상황과 우리가 하고싶은 것들과 해야할 것들 사이에서 또 방황을 조금 하고 그러다가 우리 곧 또 통화해 하고 전화를 끊고 다 식어버렸으나 맛있는 카푸치노를 한 모금에 다 털어놓고 계속 섹슈얼리티를 읽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엄마와 딸아이에게 여신에게 바친다 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창녀가 되어버린 어린 여자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엄마는 이 무슨 개수작들이야 라고 버럭 하셨다. 우리 엄마도 신 좋아하는데 신의 이름으로 인간들이 꼭 어리석은 짓을 할 때면 버럭 하면서 이 무슨 개수작들이야 라고 한다. 이 무슨 개수작들이야! 엄마가 이 말 하면 카타르시스 느껴진다. 


 모처럼 오랜만에 와인을 마신다. 김목인 노래 오랜만에 들으니 왜 이리 좋아, 북에디터 일을 하는 나의 어여쁜 친구는 결국 제 애인을 차버리고 그토록 오랫동안 흠모하던 가수와 사랑에 빠졌다. 빠졌지만 안타깝게도 그 인기가수라는 녀석이 하고 다니는 일은 모두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여서 좋아하지 않지만 노래만은 또 기가 막혀서 개 같은 자식이지만 노래는 정말 끝내주는구나 하고 들을 적마다 감탄한다. 아 김목인 씨 아닙니다, 오해하실라. 어떻게 목소리 하나로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그게 정말 신기하기도 하지. 오랜만에 놀러간 고모댁, 고모는 콩국수를 뚝딱 만들어주셨다. 민이는 깨작깨작거리고 엄마랑 나는 흡입, 보통 하루 한끼 먹는데 오늘은 너희들이 와서 두끼나 먹고 말았다, 이러다가 돼지 되겠다 투덜거리셨다. 고모의 친구분들은 모두 여든을 갓 넘기셨는데 트롯트 신인가수들에게 몽땅 빠져버려서 모두 생의 에너지를 찾아 노래를 잘 때 빼고 계속 틀어놓으면서 흥얼흥얼 좋아죽겠노라고 어떤 년은 이것저것 만들어서 사무실로 보냈다고 자랑질을 하더라 어이없어하며 말씀하시는데 웃겨서 키득키득. 목소리 하나로 이렇게 모든 게 왔다갔다 합니다. 


 책을 읽으려고 모든 준비를 다 마쳐놓았는데 계속 김목인 듣느라 오늘 독서는 글렀다. 그래서?! 오늘의 요지는 뭐냐? 음 에 굳이 말씀드리자면 인간의 목소리. 그것이 가진 마성. 친구 목소리가 듣고싶어 친구 목소리를 들었고 그래서 행복했고 고모 친구분들은 트롯가수들 목소리를 들으며 또 행복해하시고 그리고 오늘밤 김목인 목소리를 들으며 또 행복해하고. 겁나 김목인 좋다. 요지는 이것. 김목인 들으면서 와인 한병 모두 비운다! 그리고 곧 내 아름다운 친구 자정이 넘어서 소주 마시고 전화 왔다. 벌써 자? 카톡_ 나 방금 와인 땄어, 두 시간 후에 잘 거야, 삼십분은 통화할 수 있어 말하니 바로 전화. 그에게 이 노래를 추천하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중에 한국 들어가면 우리 그때 모두 다 모여서 파티 하자! 시국이 이런 판국에 무슨 다 모여서 파티니? 정신 차려!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국제통화를 끝내고 그것도 꽤 괜찮겠다, 우리 모두 모여서 파티를 한다면. 아는 사람들 모두 초대하면 대략 70명은 오겠다. 이 시국에 무슨 파티야? 정신차려! 말했는데 회로에서는 어디에서 70명 수용이 가능한지, 그들에게 무엇을 멕이고 무엇을 마시게 해야할지 하나하나 리스트가 저절로 착착착. 친구가 물었다. 정말로 형 사랑했어? 사랑했으니까 그 끔찍하고 아찔한 모습도 다 안아주려고 했던 거 아닐까. 내 인생에 그렇게 찌질한 인간은 정말 최초이자 최후였는데. 세 시간 넘게 통화, 누가 죽고 누가 아프대, 이런 이야기들. 중년이 되니 또다른 세상이 이렇게 펼치는구나. 이러나 저러나 어쨌거나 김목인은 너무 좋아 좋아죽겠다. 파티에서 주된 배경음악은 김목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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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0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1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1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8-21 0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목인이라는 가수를 오늘 첨 알았어요. 그런 가수가 있었군요. 나도 들어봐야겠어요.
맨 밑에 <공부란 무엇인가>는 책을 걸지 않았네요. 궁금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연 2020-08-21 11:22   좋아요 1 | URL
술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다가 알았어요, 제 첫번째 애인이 제 친구에게 기타 스승이었다는 사실을 ㅋㅋㅋ 놀라웠어. 근데 왜 난 기타를 못 배웠을까 킁킁. 공부란 무엇인가_ 읽으려고 했다가 친구랑 통화하면서 와인 한병 다 비우느라 뻗어서 읽지 못했다는_ 딱 한 페이지 읽었지요 ㅋㅋ 오늘 펼쳐보려고 해요.

stella.K 2020-08-21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우리나라 욕은 좀 찰진데가 있어요.
얼마 전 지인하고 통화하다가 내가 지랄이란 말을 두어 번 썼더니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개수작도 좋죠.
이걸 영어가 되겠어요, 일본어기 되겠어요?
전 우리나라 욕 사랑합니다.ㅋㅋㅋㅋㅋ

수연 2020-08-22 09:16   좋아요 0 | URL
가끔 써야 멋진 거 같아요 욕설은 ㅋㅋ 저는 하도 딸아이한테 이년아! 했더니 몰상식하다고 뭐라뭐라 하더라구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0-08-22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나 김목인 좋아하는 데 (책도 삿음) 그게 다 외로워서래! 말투의 가시!!!!! 근데 현생에서 김목인 좋아하는 사람 두번째 만낫어요❤️

수연 2020-08-23 18:03   좋아요 1 | URL
김목인 다 모르던데 ㅋㅋㅋㅋㅋ 내 주변은_ 쟝쟝님은 아신다!!!

공쟝쟝 2020-08-23 18:23   좋아요 0 | URL
찌리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