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직전의 어느 날 저녁, 또다시 아이들의 귀에까지 들리도록 서로 악다구니하며 다툰 끝에 가보르는 바이올린을 가지고 떠나버렸다, 영영. 마치 창문으로 뛰어내려 땅바닥에 부딪혀 박살나는 대신, 그의 등에 창엄하고 커다란 검은 날개가 솟아난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자신의 바이올린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가보르는 나를 버렸다. 그토록 영롱하게 빛나던 우리의 사랑은 병들고 쪼그라들어 악취마저 풍기는 한 조각의 초라한 살점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가보르는 멀리 날아감으로써 나로 하여금 그에 관한 기억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나의 사진, 하나의 소리, 하나의 모습으로 남은 추억을. 만약 그대로 머물렀더라면 그는 모든 것을 망가뜨렸을 것이다, 추억까지도.

나는 아이들과 파리에 홀로 남겨졌다. 신생아실 간호조무사 교육을 받으면서, 무엇보다 이 새로운 삶에서 정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가보르에게는 하늘로 날아가 천사들을 위해 연주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냉장고를 채워주지는 못한다." (125)



잠깐 짬이 나서 쥘리 보니의 [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를 읽다. 얇아서 휘리리리릭 넘어가기도 했고 실상 서사라고 할 만한 것도 적어서. 그럼에도 깊이 다가오는 구절들이 있었는데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해서. 작가는 프랑스의 가수인데 첫 소설을 내자마자 문단을 뒤흔들었노라고 한다. 줄리의 이력으로 대한민국에서 이런 소설이 쓰여졌더라면 어떨까. 흥하거나 망했을듯. 근데 표지도 그렇고 한국어 제목도 그렇고 마케팅을 잘 못하신듯. 찾아보니 요조가 팟캐스트에서 잠깐 소개했네. 여자의 몸에 관련된 이야기는 여자들이 제일 잘 하겠다 싶다. 감성 뒤범벅이지만 산부인과 이야기, 출산 장면과 출산 이후 피폐한 상황들에 대해서는 담백하게 서술되어있어 좋았다.


























초반 기대한 것보다는 임팩트가 강해서 슬렁슬렁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초고층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나타난 결핍, 요거 건졌다. 잡스 - 소설가 역시 슬렁슬렁 거니는 마음으로 읽다보니 다 읽기는 했는데 아쉬움, 장강명 읽어보자 요거 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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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8-02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강명 전작 했는데 읽을 수록 실망한달까 ㅋㅋㅋ

수연 2020-08-02 14:32   좋아요 1 | URL
진짜? 읽지 말아야겠다 ㅋㅋㅋ 근데 왜 그렇게 많이 읽는거야? 아니다 그래도 한 권은 읽어봐야겠다, 한 권만 추천해주신다면? 유열님

반유행열반인 2020-08-02 14:45   좋아요 2 | URL
아직 책 많이 보기 전에 접하고 오 재밌는 작가네 하고 다 사다 보다가 다른 작가 읽기 시작하니까 비교되더라고요 ㅋㅋㅋ 그나마 문학성 있는 거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쌈마이인데 내부자들 보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본 건 ‘댓글부대’, 처음 보고 계속 봐야지 했던 건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요 ㅋㅋㅋ 그치만 제일 흥미 있는건 소설 아니고 뻔한 소리하는 르포 ‘당선 계급 합격’ㅋㅋㅋ 제가 담에 볼 때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 사지 마요 돈 아까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연 2020-08-02 14:52   좋아요 1 | URL
장강명 팬분들이 보면 어쩌려고 돈 아까움 함 ㅋㅋㅋ 🤣 응응 알갔소

stella.K 2020-08-02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강명이 인상은 참 좋더라구요.
착한 개구장이 같은 이미지라고나 할까?
얼마 전 tv에서 글쓰기에 관한 강연하는 거 봤는데
나중에 힘들어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라서 헉헉거리는데
갈수록 강연은 별로 였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더라구요.

강신주 강연 들으니 철학은 하면 좋겠다 싶어요.
지난 주까지 백승영이라는 여자 교수가 니체에 대해 강연했는데
물론 전 보다 말았지만 멋있더라구요.
잡스 책 관심가네요.ㅋ

수연 2020-08-02 22:57   좋아요 1 | URL
철학은 잠깐이라고 해도 공부하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근육이 되고 그러는 거 같아요. 세상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져서_ 하지만 애인은 철학책 읽는 자본주의자라고 놀리더라구요. 빌딩만 보면 저 빌딩 내꺼 하고 싶다 그 옆 더 높은 빌딩 보면 아니다 저거 내꺼 할래 맨날 건물주 욕심만 부린다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