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소설 읽기 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읽을까 하다가 예전에 읽다가 다 읽지 못한 소설 생각나서 이거 먼저, [삶은 다른 곳에].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우리 아빠는 내 책장을 들여다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모두 한결같이 반체제적인지 쯧쯧쯧 머리속이 그대로 있는 거 같구나 못마땅해하셨다. 아빠가 오해하는 거라고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그때 아빠가 무서워서. 꽃무늬 패턴이 좋아지면 늙어가는 거라는데 그렇지 않았는데 날이 갈수록 꽃무늬 패턴이 좋아진다. 할머니 같다고 이모들이랑 엄마가 놀렸다. 키치를 모르는 할망구들이 더 유치하다고 했다가 엄마한테 한대 맞았다. 아야!


 에이드리언 리치의 에세이집을 쿤데라와 번갈아 읽는다. 순천에 사는 동안 처음 에이드리언 리치 읽었다. 그때 계속 에이드리언 리치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번갈아 읽은 기억 난다. 아주 잠깐 살았지만 순천에 살았을 때는 걸어서 도서관이 3분 거리였던지라 뭐 그닥 답답한 거 모르고 살았다. 독일어 공부 아침 일찍 하다가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_ 이라는 문장이랑 접하고 만일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_이라고 했을 때 순천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과는 어떤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그때 꾸었던 꿈과 그것을 현실로 만들려고 했을 때, 그때 내 머리속에 들었던 게 주로 '삶은 다른 곳에' 였는데_ 지금 그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나 싶으면 뭐 달라진 것도 없지만 자꾸 주저앉으려고 하는 태도는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 가만히 있는 게 모두를 도와주는거야, 이런 말을 매일 듣고 살다보니 저절로 각인될 지경. 전주로 턴백하는 것도 생각해보다가 일단 인 서울하기로. 북촌으로 갈까_ 한옥은 말고. 장마가 끝나면 맹렬하게 집을 찾으러 돌아다녀보자. 우리딸은 온라인수업 하다 말고 이어폰 꽂고 한 시간째 음악을 듣는중. 사춘기로구나. 


 백래시 읽다가 빡쳐서 집어던졌다. 이 무슨 개 같은 경우들인가. 그런데 뭐 좀 있으면 다시 읽어야지. 야로밀 이야기로 다시.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그린다는 건 좀 쉽지 않을 거 같다. 이렇게 묘사된 모성은 일면 사실이면서도 너무 극화되어서 거부감이 일기도. 이거 어쩌면 여성주의 책 읽은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싶다. 한편 나는 남자의 마음을 그리는 일 같은 건 이번 생 글렀구나 읽는 동안 알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손에 잡은 척 거짓으로 그려낼 수는 있겠으나 그게 어디 진실의 파편이나마 들어가있을까 싶어서.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서 다시 여름요를 빨고 꽃무늬 원피스를 빨았다. 엄마가 팥빙수 먹으러 가자고 전화 왔다. 어슬렁어슬렁 꿏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가보자. 야로밀, 야로밀, 처음 소설 읽었을 때도 야로밀이란 말 어감이 좋아서 소리내어서 계속 야로밀 거렸던 기억 난다. 오늘도 한 대여섯번 소리내어 부를듯. 그 이름. 



 



하지만 그녀가 야로밀이 자신의 선물을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건 오해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건 사실이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그는 자기 말에 늘 자부심을 가졌으며 허공에 대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그 말들이 정성껏 다시 쓰여 갖가지 색으로 채색되어 작품처럼 걸려 있는 것을 보니 그는 뿌듯한 성취감, 심지어 너무도 크고 기대하지 않던 성취여서 뭐라 답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문이 콱 막혀 버리는 그런 성취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대단한 말을 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아이는 이런 순간에 무언가 대단한 말을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다만 대단한 것이 아무것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푹 숙였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한 말들이 벽 위에 화석같이 고정된 채 자기 자신보다 더 지속적이고 위대하게 박혀 있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았을 때 그는 황홀하게 도취되었다. 자기 자신으로 둘러싸인 느낌, 자신이 무한대인 느낌, - P31

방 안을 가득 채우느 느낌, 집 전체를 온통 다 채우는 느낌이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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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01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정효?선생 번역이던가 생은 다른 곳에 라는 제목으로 된 옛날옛날 책 가지고 있어요 ㅎㅎ나도 다시 봐야겠다

수연 2020-07-01 15:30   좋아요 1 | URL
저도 그거 있어요. 근데 못찾음 ㅋㅋ 그래서 이참에 하나씩 사서 모으려구요. 같이 읽어요, 방금 초콜릿 마셔서 급조증~

반유행열반인 2020-07-01 15:31   좋아요 1 | URL
저는 카라멜마끼아또 원샷했는데도 조증 안 되네요. 민음사 저 표지 시리즈가 예쁘긴 하더라구요. 전 영감님 책 하나씩 모았더니 최근 나온 거 빼곤 다 옛날 거라 들쭉날쭉해요.

수연 2020-07-01 15:43   좋아요 1 | URL
맛난 거 드시면 좀 나아질 텐데_ 친구들이랑 꽐라 될 정도로 마셔서 전 다시 평상심 찾기 모드...

반유행열반인 2020-07-01 16:09   좋아요 1 | URL
퍼마시고 펑펑 하고 나아지면 참 좋겠다 얼마나 더 마셔야 하나요?! 데킬라 보드카 정도는 되어야 하는가 맥주 따위로 안 되는가! 그런데 저 술 되게 못 마셔요...ㅋㅋ

수연 2020-07-01 17:53   좋아요 1 | URL
저두 못해요 ㅋㅋㅋ 아이뽄이 제맘대로 써져서 오타 지금 확인 ^^

반유행열반인 2020-07-01 18:14   좋아요 1 | URL
오타 좀 나면 어때요 취중에 쓴 거 같잖아요 ㅋㅋ초콜릿에 취함...

수연 2020-07-01 18:29   좋아요 1 | URL
취중에 북플 ㅋㅋㅋㅋㅋㅋ 괜찮다_ 오늘 와인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