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이건 거짓말이고_ 둘 다 늦게 샤워를 하는 바람에 온몸의 세포가 모두 다 깨고 말아서_ 뜨끈한 쏟아지는 물은 하나의 축복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픈 사람들은 치유를 해준다는 온천을 찾아서 여행을 다닌다 아주 오래 전부터 세상 곳곳에서. 뜨끈한 물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엄마의 몸 안에 있는듯한 최초의 기억이 저절로 몸 자체를 통해서 기억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너와 나를 탐구해보자_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_라는 영역이 비밀 일기장 안에 수십 개의 질문 형태로 있는데 민이 잠도 오지 않으니 뜨끈한 보리차를 마시면서 요걸 다 하고 자자고 해서 질문에 응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작가는? 물어보았는데 여기에서 입이 딱 마비가 되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작가는? 하는데 배수아와 버지니아 울프가 동시에 떠올라서 답하기 힘들었다. 전작을 읽지도 못했으면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작가라고 답하기가 애매하잖아 하고 뒤늦게 변명도 하면서. 두 사람 중에 한 명만 골라_ 하는데 차마 선택하기가 힘들었다. 자아를 형성하게 하는 페이지들은 무엇일까. 버지니아 울프의 연대기가 쉽게 그려진 만화책을 읽다가 자살하는 장면이 암시적으로 그려졌는데 그 그림이 하도 사실적이라 놀랐고 딸아이는 미친듯 울면서 왜 버지니아 울프 언니는 자살한 거냐고 까닭을 묻는데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끔찍하게 섬세하고 민감한 마음을 지니고 계셔서 그런 선택을 하실 수밖에 없었다고 둥글게 완화. 그런 마음을 지니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어떨까. 차마 상상할 수도 없어 그 결을 헤아려보기도. 사람들의 페이스북을 즐겨 보지 않지만 배수아 소설가의 새로운 글이 올라오면 사진과 함께 꼭 찾아보게 된다. 스며드는 순간에 편안함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닐까.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이렇게 날이 뜨거워지기 시작할 무렵 배수아 작가가 너희들 선배라는 사실을 아느냐 하고 문학 선생님이 처음 이야기를 꺼냈다. 졸고 있는 녀석들이 너무 많으니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지 하고_ 책 좀 읽는다는 애들은 배수아를 한 권씩 옆구리에 끼고 다닐 무렵이었던듯. 이해하기도 애매모호한데 이런 게 힙한 게 아니고 무엇이냐 뭐 그런 폼생폼사로 마치 유행처럼 선배들 후배들 동기들 모두 옆구리에 끼고. 공부도 잘하고 책도 항상 읽었다는 선생님의 상투적인 표현은 하품을 더 불러 일으켰지만 배수아가 우리들 선배였어 오! 이렇게 힙한 글을 쓰는 언니가 우리 선배였다니! 이렇게 힙한 눈빛을 지닌 모던걸이 우리 선배였다니! 오!! 하면서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도시락을 까먹으며 이야기했던 건 너무 아련하다. 밥통이 너무 무한정으로 늘어날 때라 도시락을 다 먹고도 배가 고픈 우리 어린 짐승들은 초록빛이 넘실대는 언덕 위 서울에서 제일 높다는 여고 교복을 입고 우루루 매점으로 몰려갔다. 설탕이 한가득 묻은 빵을 매점에서 사 전자렌지에 삼십초 돌린 후 하얀 우유와 함께 우걱우걱 씹으며 절경이로다 하고 마주한 초록빛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이 바다를 배수아 선배님도 보고 그런 감수성을 키우신 거 아니겠어?! 오! 감탄은 잠시뿐, 다 먹고 너무 배가 불러 졸려, 졸리니 얼른 밀크커피를 마시고 카페인을 섭취하자, 그래야 5교시를 준비하지 않겠는가! 장엄하게 외치고 밀크커피를 향해 돌진하라! 우_ 하고 다다다다 다시 매점 안으로. 아침 배수아 페북 열어보다가 문득 그때 그 아침과 점심과 저녁이 통으로 몸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넘실거리는 게 느껴지려면 마흔은 넘겨야 하는듯.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랑 영어, 철학 빼고 다 싫어했는데 싫어했던 시간은 모두 다 잊혀져서 새까맣다. 반면 좋아했던 시간은 그대로. 영어 시간에 틀렸던 기초 문법 문제 마흔 넘어서 또 틀리면서 이야 신기하다 감탄한다. 이 머리로 어떻게 책을 읽는다고 깝치는지. 행복한 돼지는 미래를 기약하지 않는다. 그저 찰나를 즐길뿐. 어머어머 멋져 이거 수첩에 적어놓아야지 혼자 깨방정 떨며 아메리카노를 들이붓는다. 틀린 영어 문법 문제 열 번 쓰기. 솔직히 아직도 애매할 때가 있긴 한데 읽으면 힐링되는 구절들 발견하기가 다른 소설에 비해서 쉽다. 그래서 배수아 좋아하는건가. 한국 작가 안 같잖냐 와_ 하고 감탄하면서 고딩 때 읽었던 기억도. 전작은 다 읽지 못해도 조금씩 읽어볼까 그런 마음이 든다. 좋아한다고 하고 실질적으로 읽은 건 세 권이나 되던가. 반성합니다 행복한 돼지는 배수아 좋아한다고 해놓고 세 권 밖에 읽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영문법 틀린 것부터 어떻게 좀 해보지 않으련, 이 돼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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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5-3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연님이시가요?^^

수연 2020-05-30 22:14   좋아요 0 | URL
앗!! 저 아니에요. 배수아 작가님이요 ^^

stella.K 2020-05-3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그럼 그렇다고 이름을 남겼어야지요 깜빡 속았잖아욧!ㅎㅎ

수연 2020-05-30 22: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제 사진을 조만간 올려볼게요. 다이어트 성공하면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