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빨래를 했다. 어제는 새벽 세 시까지 무리를 하는 바람에 아침 여덟 시 겨우 일어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한 시간 잠들었다. 밑줄 긋기를 새벽에 하는 동안에 내가 중얼중얼거리면서 타자를 쳐서 딸아이가 잠깐 뒤척였노라는 이야기를 아침을 먹으면서 들려줬다. 엄마 중얼거리지 않았는데 우리딸 깰까봐 하고 다시 되돌아가보니 그래 그랬다, 중얼거렸다. 아이쿠나 미안해라. 


 왼쪽 눈이 시큰거려서 잠시 쉬었다. 아침을 먹고 아메리카노를 한 잔, 청소를 하면서 따뜻한 물을 두 잔 연거푸 마시고 빨래를 탁탁 털어서 널고 이불을 영차 하고 햇빛 아래 놓아두었다. 숨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느꼈다. 새들이 끝없이 지저귄다. 마치 커피를 앞에 놓고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처럼 세 마리가 서로 동시에 짹짹짹거린다. 오늘은 까마귀가 와서 괴롭히지 않는다. 가끔 까마귀들이 나타나 아이들을 괴롭힌다. 


 집에는 아직도 치울 것들이 한가득이다. 왜 치워도 치워도 깨끗해지지 않나 쿨럭. 존 맥피와 알렉산드라 디아즈와 우에노 지즈코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기다린다. 코로나가 시작되고난 후 오늘 처음으로 친구들과 만나 학교 앞에서 놀기로 한 딸아이는 들떠서 어쩔 줄 모르다가 쌩하니 달려갔다. 아이가 까만 티셔츠를 입고 나가서 많이 더울 거 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저절로 떠올랐다. 잠깐 햇빛 아래 서 있었는데도 땀이 주루룩. 조금 더 놀고 싶다고 방금 연락이 왔다. 책을 열 페이지 정도 더 읽고 나갈 수 있겠다. 


 도서관이 7일부터 다시 대출을 시작하노라고_ 무심하게 쓰윽 스쳐 지나갔던 책들에게 가서 안녕 안녕 하고 인사를 해야겠구나. 도서관 가는 길에 튀김 넣어서 떡볶이도 먹어야겠다. 이제 딸아이도 매운 떡볶이를 먹는다. 짜장 떡볶이 말고 매운 떡볶이. 고추가루가 묻은. 에코백을 하나씩 어깨에 걸치고 도서관 가는 길 상상만으로도 들떴다. 일단 상상만 하고 오늘은 오늘의 읽을거리들에 충실하기로.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0-05-04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이불 빨래 해야하는데...ㅠ
속이 시원하겠습니다.^^

수연 2020-05-04 22:54   좋아요 0 | URL
아직도 이불 두 채가...... 남아있습니다 ㅋㅋㅋ

moonnight 2020-05-04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이불 잔뜩 쌓아뒀는데ㅜㅜ;;; 수연님 부러워용^^

수연 2020-05-04 22:55   좋아요 0 | URL
후딱후딱 빨고 여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할듯 해요 오늘 완전 여름인 줄 알았어요 달밤님 -_-;;;;

psyche 2020-05-05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여름 준비를 할 때가 되었군요! 코로나 이후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르겠어요.

수연 2020-05-05 10:31   좋아요 0 | URL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파하고 일상이 멈추는 비극이었지만 (얼른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과거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현재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건지 그 또한 멈춰서 질문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기회도 얻었어요. 저는 지구 정말 생각 안 하는 찰나주의자였는데 이번 기회로 환경을 진짜 생각해야하는구나 지구나 이렇게나 하나로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프시케님

라로 2020-05-05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숨
어쨌든 저는 오늘 남편에게 이불 빨래 하라고 시켰는데 이제 집에 들어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ㅎ

수연 2020-05-05 16:42   좋아요 0 | URL
감각은 다시 돌아와요 라로님 그럴 때는 릴랙스~^^ 이불 빨래 해주는 남편님이라니!!! 부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