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치일까? (리커버 개정판) -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기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양지하 옮김 / 현실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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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에 교회 예배 시간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성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네 영혼은 안녕한가? 너는 자유롭고 온전한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면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더는 버려질까 봐 혹은 무시당할까 봐 두려워하지 않게 되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176)

엘리자베스 워첼의 [비치]는 성공한 젊은 여성이 공적 영역에서 쌍년 페르소나를 받아들이는 예를 보여준다. '매혹을 만들어내기'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그녀는 이렇게 선언한다. "여성이 페르소나를 만들어내는 공적 영역에서 소녀가 자신의 힘과 확고함, 자주성 - 자신을 자신으로 만드는 - 을 선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말이란 분명히 그녀의 부모를 울게 할 만한 나쁜 것이다." 워첼의 선언과 대조적으로 내면 깊이 자기표현을 원하는 대부분의 소녀와 여성은 나쁘게 보이고 싶어 하든 그렇지 않든 지배 문화와 맞서야 한다. 그리고 그 문화에는 물론 그들의 부모도 포함된다. (185)

자기애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지만 공동체 내에서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랑 또한 필요하다. 통념과 달리 권력이 있고 성취욕이 있는 여성들도 다른 이들만큼 사랑을 원한다. 우리 모두 사랑이 모든 영역, 특히 직업적 삶 또한 진작시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연인을 갈망한다. 잘못된 파트너를 선택하면 자존감이 약화되듯, 우리를 사랑하는 파트너를 고르면 끝없는 공격을 받더라고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중년에 이른 여성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내면으로부터의 혁명] 초판 출간 1년 후 개정판에 후기를 첨부해, 그녀의 글을 '약함'의 신호로 간주하며 책의 상징성을 약화시키려는 미디어의 공격에 대해 밝혔다. 초판에 대한 독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아니었다면 그런 미디어의 격렬한 공격은 성공했을 것이다. (중략)

강력한 공격과 배신은 자기애가 강한 여성의 자존감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인종과 계급을 막론하고 영향력 있는 여성은 언제나 공격당한다. 자기를 사랑하며 사회적 성취감도 맛본 여성은 잔인한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살핌에 의지한다. 우리는 사랑의 중요성을 말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종종 모든 테러리스트의 제1원칙이 사람을 고립시켜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많은 여성은 사랑받지 못한 채 혼자 남겨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성의 자아실현이라는 페미니즘적 과제를 외면했다. 물론 여성성에 대한 가부장적 평가절하가 훨씬 더 많은 여성을 사랑받지 못하고 홀로 남게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영향력 있는, 자아실현을 이룬 여성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유대에 의지한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이루어놓은 성취들에 기뻐하고, 나의 존재와 생활 방식에 만족한 채로 평온한 삶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다. 그리고 동반자가 없다고 해서 내 삶의 즐거움이 감소되지는 않지만, 만약 사랑하는 파트너와 함께라면 즐거움은 커질 것이다. 사랑하는 상대와 관계 맺고 있는 내 주변 여성은 모두 그 관계가 가부장제의 공격에 계속해서 저항하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데 동의한다. 수많은 페미니즘 사상가와 운동가, 예술가와 작가들은 가부장적 표준에 저항하고자 하는 여성이 고통받기를 바라는 무심한 대중에게 공격받아 고립되어본 적이 있다. 연대할 수 없는 여성들은 아프고 외로웠으며 고통받았다. 온전한 자아실현을 이루고 사랑을 알고자 하는 권리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191-194)





원제는 [연대]이다. 심심한 제목이지만 한국어 번역본 제목보다 더 책의 중심에 닿아있다. 신선했고 눈을 번쩍 뜨게 만든 대목들도 있었지만 충격도가 크지 않아서 별은 적게. 여성이 여성과 연대하고 남성과 연대해서 가부장제를 서서히 파괴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아직 페미니즘을 알 길 없지만 (지금 내 심정은 등불을 하나 들고 어두컴컴하고 깊은 동굴 속으로 막 들어가는 느낌이다) 공부해야할 것들이 정말 많구나 그리고 알아야 할 것들도 더불어 그걸 내 생활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고생도 꽤 할듯 한 느낌이다. 쉽지 않지만 포기하기에도 애매모호한 상태. 마흔을 갓 넘은 이들이 읽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구절들 꽤 있다. 페미니즘 책을 잔뜩 사갖고 읽을 준비를 하니 애인은 두려워했다. 농담조로 이 세상의 남성들을 모두 싸악 없애버리고 싶은 거야? 그렇지? 그렇지? 하고. 아니 이 사람아, 당신이 아는 그런 건 페미니즘이 아니야! 허허허! 웃었다. 같이 읽어볼래? 하니 싫어!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에서 벨 훅스가 말한 '자애로운 가부장'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이거 만만치 않겠는걸_ 느낌이 온다. 영어공부도 독일어공부도 마음이 급하지만 가능하면 느긋하게 최대한 속도를 늦추면서 읽어나가도록 하자. 벨 훅스의 이 책을 읽고 중년에 다다른 내가, 눈가와 입가에 주름이 서서히 깊이 패여가는 내가 어쩐지 전사처럼 느껴져서 괜시리 어깨를 쫘악 피고 등을 곧게 폈다. 힘을 주는 책이로구나. 다음에는 급하지 않게 정독하기로 나 혼자 벨 훅스 언니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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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4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4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05-10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리커버판 너무 예뻐요! 오랜만에 저도 꺼내서 한구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사랑은 사치 아니야~~ ㅎㅎㅎ

Vita 2020-05-10 18:32   좋아요 1 | URL
근데 어쩐지 사랑이 사치롭다는 생각을 종종 지울 수 없어요 ^^;;;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공쟝쟝 2020-05-10 22:44   좋아요 1 | URL
사치가 아니라 사기입니다(는 너무 흑화한 댓글 같지만... 드립 날려봅니다)

Vita 2020-05-11 21:0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댓글 봤어요 공장쟝님 길거리 한가운데서 빵 터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