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가고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무서워서 다시 나왔다. 테이블 간격은 삼십센치도 되지 않아서 거부감이 심하게 들었고. 이러다가 막 모르는 사람들 미워하겠구나 싶은 마음도 살짝. 건물은 예뻤지만 오래된 단독주택 형태를 그대로 살려 거친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한 것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앉아서 커피를 주문할까 했지만 자리도 나지 않았고 앉아있는 이들 모두 20,30대 청년들이라서 아가 데리고 앉아있기도 좀 뻘쭘. 결국 바로 옆에 있는 창비 카페로 가서 마음 편하게 커피 주문하고 외따로 떨어져있는 자리에 앉아서 잠깐 책을 읽어볼까 했으나 동생에게 계속 전화 와서 책은 거의 읽지 못했다는 결론. 엄마가 수술 후 재활병원에 들어갔다가 식사도 못하시고 엉엉 울어서 어쩔 수 없이 넓은 집에서 사는 동생이 모시고 갔다. 장녀니까 내가 모시고 와야하는데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집이 너무 좁아서 엄마가 어떻게 견디실 수 있을까 했는데 동생이 먼저 이야기해주어서 고마웠다. 하지만 서로 생활 패턴이 너무 다르다보니 갈등이 끝없다. 결국 동생은 눈물을 터뜨리면서 모시고 가라고 내게 소리를 질렀다. 응응, 응응 알았다 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지만 엄마와 연락이 안 닿았고. 이래저래 마음이 착잡해서 하루종일 어쩔 줄 몰라하다가 밤 늦게 엄마와 잠깐 통화. 한없이 차갑고 쪼그라든 목소리로 나는 내 집에 가련다 하셨다. 한동안 살얼음판일듯. 그런 와중에도 구경은 이어졌다. 사람들은 모두 노트북을 앞에 두고 무언가를 쓰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공부하는 풍경이로구나 아름답다 하고 너무 조용한 분위기인지라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만 살짝살짝 했다. 만보 넘게 걸어서 뿌듯했지만 아이가 너무 피곤해해서 차 갖고 나올걸 하는 아쉬움도 살짝. 머리카락이 목을 모두 뒤덮어서 너무 더웠다. 헤어샵 들린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올해 두 번 정도 가지 않을까. 퀵보드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그것도 놀랐다. 무게 중심 잡기도 쉽지 않아보이지만 저렇게 빠르게 달려도 괜찮을까 괜시리 남 걱정. 연남동 뒤, 서교동 뒤 모두 예전에 자주 다니던 곳이었지만 모두 싸악 바뀌어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더라. 오래된 맛있는 김치찜 집은 그대로여서 그나마 기억. 휘휘 둘러보면서 서울도 그렇고 지방 신도시도 그렇고 다 비슷한 거 같아. 어디가 어디인지 잘 가늠하기 어려웠다. 민이 읽고싶은 책이 있었는데 쿠키 맛있어서 다음에 날 따뜻해지면 둘이만 다시 오자 약속하고 패스. 엄마 재활이 끝나면 같이 오고싶지만 엄마는 카페에서 시간 보내는 걸 제일 한심하게 여기시는지라......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저녁을 해먹고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면서 읽기. 읽은 구절은  이렇게. 가슴 아픈 구절들.














 


분홍 스웨터를 입고 어떤 협회의 브로치를 꽂은 소녀가 말했다.

아마도 공부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졸업해서 공부한 것을 활용할 수 없는 직장을 갖기를 바랄 사람은 없어요. 남편이 높은 직책에 오르려면, 여자는 너무 높은 교육을 받아서는 안돼요. 남편의 직업에 있어서 부인의 역햘은 몹시 중요하거든요. 예술이나 그런 것에 지나친 흥미를 가져도 곤란하지요. - P293

지난 15년 동안 교수들이 새로운 여성성을 지향하면서 일어난 변화는 미묘해서 거의 간과되었다. 여성성의 신화의 영향 아래, 여성 교육을 담당하는 일부 대학의 총장과 교수들은 학생들이 훈련받은 지능을 사용하는 미래보다 성적인 오르가슴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능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일부 주요 교육자들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지능을 이용하려는 유혹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비판적이거나 창의적이 되지 않도록 독창적인 교육 방법을 이용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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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4-29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연님도 가슴아픈 어제였군요... 이 책 읽으면서 자신이 아니라 남이 정한 틀에 인식과 행동을 맞춰 살아가는 여성들의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참 답답해졌어요. 이미 수십 년 전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런 게 남아 있는 거죠. 남성들은 물론이고 여성들에게도 어느 정도. 사회가 이보다 더 나아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Vita 2020-04-29 22:48   좋아요 1 | URL
더 기다려야 한다고 봐요 비연님, 자식이 있건 없건 가족이 있건 없건 그와 무관하게 나이들고 모든 이들이 갈 곳이 요양원이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듯 싶어요. 저도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요양원은 그저 감옥 같을 거 같아요. 그래서 가기 싫어요.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는 것도 싫고. 지금은 좀 안일하게 생각하는듯 싶은데 계속 생각이 짙어지니까 좀 방도를 찾아보고 싶어져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