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특별한 관문 - 아이비리그의 치열한 입시 전쟁과 미국사회의 교육 불평등
폴 터프 지음, 강이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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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교육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지, 그리고 그 결정 과정이 얼마나 민주적인지 혹은 엘리트주의적인지 선택하는 것은 국가 운영과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 사회는 지금의 대학 교육 제도를 만들어내기까지 개인이나 기관 차원에서, 그리고 정부 정책 차원에서 수많은 의사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소수에게만 대단히 유리하고 나머지 다수에게 상당히 불리한 계층이동 시스템을 탄생시켰다. 대학 입시 제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보통 부유하고 재능 있고 인맥이 넓다. 또한 혜택을 가장 적게 받는 사람들은 주로 빈곤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거나 결손 가정 출신이 많고, 세 가지 모두에 해당되기도 한다.

미국 국민이 지금도 100년 전과 다름없이 교육의 강력한 힘을 믿는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들어 달라진 점은, 사람들이 교육을 국가 전체가 아닌 개인의 측면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미국인들은 점차 대학을 경쟁 시장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자연히 목표는 나 자신과 내 아이들,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학 교육이 공공재가 아니라 사적 재화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대학 교육의 불평등한 현실이 크게 거슬리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큰 집이나 스포츠카를 살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을 받을 수는 없기에 그렇다.

하지만 고등학교 운동 시대와 제대 군인 원호법 시대처럼, 역사상 미국인들이 미래 세대의 교육을 달리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교육 기회를 경쟁적으로 독식하기보다 평등을 증진하고 사회이동에 동참하는 대학 교육을 지향했다. 만약 미국이 교육을 다시 그 방향으로 되돌리고 싶다면, 미국인들이 한 세기 전에는 명확하게 인식했지만 요즘은 쉽게 외면하는 하나의 원칙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공교육을 활성화하면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아주 간단한 원칙이다. 사람들이 고등학교 운동을 벌였을 때도 사실 일차적인 동기는 이타주의나 자비심이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였다. 그들이 앞다퉈 자기 지역에 공립 고등학교를 짓고 비용을 댄 것은, 교육을 통해 사회이동의 기회가 널리 공유되는 마을, 그런 도시, 그런 사회야말로 살기 좋은 곳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교육의 불평등은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정부가 앞장서서 개혁하고 개선해야 할 규제와 정책과 법률이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지방분권적이고 개별적인 교육 시스템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와야 한다. 개인이나 집단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변화를 위해 우리가 눈여겨볼 가치가 무엇이며 우리 시간과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해야 한다. 변화의 지렛대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학생으로서,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우리는 대학 교육의 변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방향만 결정하면 된다. (449-451)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아 후회되는 일들은 널리 쌓이고 쌓여 롯데 타워 못지 않을 정도로 많고 많지만 지금이 공부하기 제일 좋은 때이니 지금 해라, 지금이 아니면 힘들다, 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학생 시절 그때 공부를 하지 않은 게 제일 후회된다. 심장이 울렁거릴 정도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더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또 심장이 울렁거릴 정도로 공부를 하라고 한다면 아 정말 심장이 어떻게 될까봐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닌지라 더 겁이 나서 공부를 하지 못하겠다. 공부 못하는 데에는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폴 터프의 [인생의 특별한 관문]을 읽었다. 두 영혼이 격렬하게 다툰다. 청춘 시절의 순진하기만 하던 내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 대한민국에서 애엄마로서의 내가 존재하기에. 폴 터프는 말한다. 자 선택해, 결정해, 이쪽 저쪽 왔다갔다 해봤자 한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 하나뿐이야 하나뿐. 재촉한다. 공부해 공부해야지, 지금부터 공부를 해야 기초를 타박타박 쌓아서 공부에 맛을 들일 수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이렇게 놀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지금 정신없이 공부를 하고 있단 말이야, 이런 개같은 소리를 나는 딸아이를 앞에 놓고 신경질적으로 했다, 아 쪽팔려, 반성합니다. 공부는 습관이고 훈련인지라 습관만 잡히고 매일 훈련량을 정해서 하면 만사 오케이야, 물론 나름의 공부법은 있지, 그건 나중에 전문가들과 상의하면 돼, 일단은 습관을 들여야 해. 이런 말을 공부 잘했던 누군가는 말한다. 조금 더 애엄마로서의 욕망 속살을 드러내보자. 나는 딸아이가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더 가능하다면 장학금 받고 외국의 더 괜찮은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며 그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 눈이 아주 번쩍 번쩍 빛나는 구절.

키키는 원목탁자를 에워싸듯 놓여 있는 가죽 등받이 의자 중 하나를 골라 앉았고, 수업을 같이 듣는 다른 학생들이 속속 도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은 두세 명씩 무리를 지어 웃고 떠들며 들어왔고, 세미나에서 거창한 의견을 발표하기 위해 밑줄 치고 메모한 [오디세이]와 [일리아드]를 한쪽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인문학 연속강좌는 프린스턴대학이 신입생에게 1년 내내 제공하는 정규 강의로, 6명의 교수가 합동으로 1학년 학생 수십 명을 강도 높게 훈련하는 악명 높은 수업이었고, 수강 신청을 통과해야 들을 수 있었다. 1년 동안 학생들은 호머에서 출발해 플라톤, 단테, 니체를 거쳐 버지니아 울프에 이르기까지 총 60권의 고전 문학 및 철학 작품을 읽고 토론했다. 인문학 연속강좌는 일주일에 두 번 정규 강의 외에 프리셉트가 핵심이었고, 매주 두 차례 80분씩 진행되는 이 소크라테스식 세미나에 참가하는 똑똑한 10대들은, 원목탁자를 둘러싸고 앉아 서양 문명의 토대가 된 작품을 놓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150)

이런 기회를 딸아이가 지닐 수만 있다면! 질풍노도의 시간을 공부하는데 쏟았으면 한다. 공부하면서도 질풍노도 충분히 겪을 수 있지, 이렇게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괜찮은 학점으로 졸업을 무사히 하고 스스로 하고싶은 일을 업으로 삼았으면 한다. 물론 고액 연봉을 받았으면 한다. 전문직이라면 더 좋겠고 여유가 된다면 괜찮은 사교계 멤버가 되어 호화로운 인생을 영위해나간다면 좋겠다. 빛이 반짝반짝 난다, 상상만으로도. 하지만 과연 이게 옳은 길인가. 내가 엄마라는 입장에서 딸아이에게 바라고 원하는 게 이런 건가. 딸아이는 딸아이만의 인생 플랜이 있을 텐데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우겨도 되는가. 책의 부제는 이렇다. 아이비리그의 치열한 입시 전쟁과 미국사회의 교육 불평등. 아이비리그 못지 않은 치열한 입시 전쟁은 이 땅에서도 일어난다. 엄마들은 눈을 빛내고 아이들은 그 빛을 배신할 수 없어 주먹에 더 힘을 준다. 교육 불평등, 이 말은 정말 싫어. 사교육 진짜 싫지. 자정 넘어서까지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하느라 잠을 잘 수 없다, 한창 몸이 클 그 나이에. 또 왔다갔다 한다. 애엄마로서의 욕망과 꿈꾸는 청년 시절 자아가 또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한다. 좋아, 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아, 대신 책은 얼추 읽어야해, 영어는 필수야, 제2외국어도 능숙해야해. 그림은 네가 좋아하니 마음껏 그리도록 해. 몸이 곧아야지, 와서 스트레칭 같이 해. 그래야 더 오래 책을 읽을 수 있어. 동력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평상시 내가 한 말을 하나씩 주워담다보니 알겠다. 평등을 바라고 있노라고 주둥이는 떠들고 있지만 아주 심하게 왜곡된 불평등을 가정 안에서 조장하고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엄마집에서 밥을 먹었다. 조카딸과 딸아이와 남동생과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날 공부할 것들을 딸아이와 조카딸에게 말했다. 남동생은 말했다. 아니, 누나도 공부 안했잖아! 근데 왜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닦달을 하나!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 외쳤다. 내가 공부를 안해봐서 아는 거 아냐! 그래서 공부시키는 거잖아! 딸아이와 조카딸은 깔깔깔 웃었다. 스스로 해야지, 공부는. 닦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아가들아 삼촌이랑 산책 한 바퀴 하고 오자! 아 나도 알기는 아는데 선택을 하긴 해야하는데 다른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인생은 한 번뿐인데 고액연봉을 받는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그걸 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이 어미의 욕망을 어떻게 멸해야하는지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고 멀다.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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