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45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 갈무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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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되새겨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성추행을 시작으로 여성의 몸으로 살아가는 동안 개인적으로 겪었던 모든 불유쾌한 일들부터 행복했던 순간들까지. 만일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알았더라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다른 선택을 했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딸아이에게 내가 계속 하고 또 하는 말이 있다. 가정주부가 되지 마, 가정주부로 너 자신을 안착시키지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보자면 여성적으로 보자면 가정주부는 최악이야. 그러니 너는 직업을 가지도록 해, 네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사람들을 만나, 네가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도록 해. 담담하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한다. 나는 직업이 없다. 가정주부는 직업이 될 수 없다고 여겼고 직업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는 제3세계 가정주부로 지금을 살아간다. 마리아 미즈를 읽는 동안 제1세계 가정주부인지 제2세계 가정주부인지 제3세계 가정주부인지 계속 헷갈렸는데 지점으로 따지자면 제1세계 가정주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듯 싶다. 읽는 동안 얼마나 터지고 터졌는지 얼마나 모멸감을 느끼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는지 모른다. 부끄러운데 그 부끄러움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서 그게 더 창피하기도 하다. 안락한 생활 기반을 스스로 버릴 수 있으려면 상상 이상의 고통을 체험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 상상 이상의 고통이 나를 자꾸 주저앉히는 건 아닐까. 새벽에 잠이 오지 않는다. 벌떡 일어나서 무언가를 읽어야 좀 안정이 되어서 뭔가를 좀 읽다가 끼적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결국 잠의 늪으로 빠졌다. 뜬금없이 분서 떠올랐다. 왜 그들이 책을 불태웠겠는가. 왜 그녀들을 불태웠겠는가. 왜 그랬겠는가 하고 꿈속에서 허우적허우적대다가 아침 눈을 떴다. 딸아이에게 얼추 좀 읽겠다 싶으면 이 책 꼭 읽어봐야 해, 이 언니 이름을 꼭 기억해놔 하고 이야기. 이 책을 다 읽고 어떤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몸짓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좀 변해야하는지 그걸 다 행동으로까지 엮어낼 수 있을까 회의감에 사로잡히면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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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3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3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3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3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3-23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수미님의 어머니가 밤마다 조수미님에게 그렇게 말했다죠. 밤마다 산책길에서 손을 잡고 말했다죠. 수연님이 아기에게 하는 그 말이요....

수연 2020-03-23 17:43   좋아요 1 | URL
주부로서 정말 대단하다 싶은 분들 있잖아요. 음식도 잘해, 아이들도 잘 키워, 집도 삐까번쩍하게 정리해놓고_ 물론 그런 이들이 몇몇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리고 그 사랑이 바탕이 되어서 그렇게 성실하게 애를 쓴다는 것도 알지만 저는 워낙 불량주부인지라 그 모든 것들 중에 잘 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음식도 못해,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쩔쩔매, 집은 항상 개판이고_ 결혼하기 전에는 손에 물 한번 안 묻히고 고이고이 공주처럼 살다가 결혼을 해보고 뭐야 왜 나 노예짓 하고 있음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초반에 진짜 갈등 많이 했죠. 중간에 사업한다고 커다랗게 말아먹고 음 나는 역시 이것도 저것도 잘 못하니 그냥 집에서 조용하게 살아야 하나보다 하고 반성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아직 막 가슴이 먹먹해질 때 있지만_ 결혼해서 직장도 다니고 집안일도 해야하는 여성들 보면 그냥 수퍼우먼들처럼 보여요. 무한한 존경심만 일어요. 좀 다른 맥락에서 신선하게 이야기를 해줘서 마리아 미즈 언니 글 더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미니즘 책 읽고 있으니까 애인이 곁에서 살짝 말하던걸요. 경제적으로 자립을 해야 진정한 페미니스트야, 그래서 노려봤더니 아니야, 그냥 조용히 있을게, 읽어_ 해서 화나서 씩씩거렸다니까. 아 정말 할 말이 많다, 단발머리님. 이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단발머리님이 나를 마리아 미즈 언니에게 인도하기 위해서 내게 온 거 아닐까, 마지막 페이지 읽으면서 그 생각. 물론 읽는 내내 자기 생각 많이 했지만요. 그대를 만나서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그래야겠다 해요. 코로나 얼른 꺼지고 봐요.

다락방 2020-03-24 0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가지로 쉽지 않은 독서였을텐데 말이지요. 이렇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드디어(!) 풍덩- 하셨군요. 환영합니다. 이 힘든 독서를 저희닌 작년 일년간 내내 해왔습니다. 으하핫(뿌듯뿌듯)
자, 이제 수연님도 발을 담그셨으니 4월도서도 같이 한 번 해봐야겠지요? 이런 놀라운 내용들이 매달 펼쳐질거라고 생각하면 막 짜릿하지 않습니까? 의욕을 불태우며 우리 함께합시다. 힘내요!!

수연 2020-03-24 10:20   좋아요 0 | URL
마리아 미즈 언니를 만나서 개안했어요, 다락방님. 1월 도서도 2월 도서도 읽히지 않아서 넘 어려워서 아 과연 어떻게 다 읽으시는 건가 하고 나쁜 제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았는데 저도 드디어 이렇게 완독을 했어요. 4월 도서도 구입했어요. 어렵지만 눈을 번쩍 떴으니 계속 함께 읽도록 할게요. 이런 좋은 시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다락방 2020-03-25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읽고 이렇게나 강한 영향 받으셨으니, [여자는 인질이다] 책 추천합니다. 세상이 뒤흔들릴거에요.

수연 2020-03-25 20:56   좋아요 0 | URL
넵! 장바구니에 담아넣고 4월에 구입할 도서 리스트에 넣어놓을게요. 세상이 뒤흔들릴 거라고 하시니까 두려워요 ㅠㅠ

공쟝쟝 2020-03-25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에서 나온 멋진 글. 앎을 앓아가시는 수연님께 독려의 댓글을 남겨요. 뒤척이는 밤들과 불편해지는 시간들이 힘들땐 함께 읽는 사람들을 떠올리시길 🙏 환영하고 응원합니다!

수연 2020-03-26 11:53   좋아요 1 | URL
가슴이 한없이 따뜻해져요. 공장쟝님 말씀 꼭 기억할게요. 뒤척일 밤들에 대한 두려움이 좀 가셨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