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을 읽어내는 방법

아들 피터와 함께 지내면서 글을 썼던 작가 레싱은 돌봐야 할 아이를 가진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다고 훗날 말했다. 아이가 없었다면 1950년대 소호("그곳에는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주로 술을 마시며 자신들의 재능을 이야기했다." 레싱은 이렇게 기록했다.)의 유혹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을 테니까. 레싱은 그 대신 피터를 돌보면서 글 쓸 시간을 낼 수 있게 삶을 조율했다. 처음에는 생활비를 벌려고 비서 일을 구했지만 다음 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일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나설 수 있었다. 레싱은 자서전에 런던에서 보냈던 이른 아침 일정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아이가 일어나는 새벽 5시에 나도 일어난다. 아이가 내 침대로 들어오면 이야기나 시를 들려준다. 이후에 옷을 갈아입고, 아들 식사를 챙겨주고, 길 위쪽의 학교에 데려다준다. 나는 쇼핑을 약간 하고 나서 진짜 내 하루를 시작한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열렬한 욕구 -"그걸 사야 하고, 아무개에게 전화를 해야 하고, 이건 잊으면 안 되고, 저건 기록해둬야 해."라고 말하는 주부의 열병-를 억누르고 글쓰기에 필요한 단조롭고 무난한 마음 상태를 찾아야 했다. 때로는 전화기가 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깐의 잠을 청했다. 수면은 이제 내 친구이자 회복 전문가이자 즉석 해결책이 되었다. 몇 분간의 잠수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나는 그때 알았다.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엉킨 타래를 풀고 나면, 이제 일할 시간이다.

하루 동안 레싱은 일하다 말다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집 안을 돌아다니고, 컵을 씻고, 서랍장을 정리하거나 차 한 잔을 끓여 마셨다. "걷고 돌아다니면서 양손을 가만히 놀리지 않아요. 그런 제 모습만 보면 집안일을 야무지게 챙기는 타입이라고 다들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레싱의 마음은 작업 중인 원고에 가 있었다. 전기 작가 캐럴 클라인 Carole Klein은 레싱이 하루에 최소 7000단어를 목표량으로 잡아놓았기 때문에 막연하게 글을 쓰는 모든 나날들이 놀랍도록 생산적일 수 있었다고 했다. 매일 멍하니 공상에 빠져 지냈던 나날 또한 레싱의 글쓰기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레싱은 그러한 물리적 과정을 '집중하는 길'로 취급했고, 그에 관해서 자신을 화가와 비교했다. "화가들은 붓 하나를 깨끗이 씻고, 다른 하나를 던져버린다. 캔버스를 준비할 때도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 그들은 창을 내다보고, 커피 한 잔을 준비한다. 양손으로 붓을 꽉 쥔 채 캔버스 앞에 한참 동안 서 있다가 마침내 작업을 시작한다." 레싱은 작가들의 구체적 일상과 집필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또 듣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구를 이해했다. 아마도 레싱 자신이 글을 쓸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려고 매우 열심히 노력했고, 무척이나 많은 것을 희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작가들)이 돌아다니다가 잠시 수다를 떨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언제나 이런 질문을 받는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나요? 아니면 펜이나 타자기를 쓰나요? 매일 글을 쓰나요?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되죠?

이런 질문들은 결정적인 핵심을 더듬어 찾으려는 본능이다. 그 핵심은 바로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절약하는가이다. 누구나 제한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나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잘 사용하는 법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 방법은 작가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마다 다르다. 매일 밤 파티에 갔다가 녹초가 되는 게 아니라 기운을 얻어 와서 하루 종일 행복하게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밤늦게까지 사람들과 있다가 오면 다음 날 일을 잘 하지 못한다. 어떤 작가들은 가능한 한 이른 시간부터 글을 쓰기 좋아하는 한편, 나한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오후나 밤에 쓰기를 좋아하는 작가들도 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양분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과 일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 (1919-2013)

영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 20세기 후반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고, 2007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풀잎은 노래한다], [금색 공책], [생존자의 회고록] 등이 있다. (28-31)




도리스 레싱 언니 말씀 완전 공감 이백퍼. 물론 나는 프로페셔널 작가도 아니지만 언니가 말씀하시는 게 무엇인지는 이백퍼 공감한다. 결혼 전 파티걸이었던 내가 만일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알코홀릭 히피가 되었을 게 확실하기에. 진짜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은 우리 딸 낳아서 키우는 일. 이건 단지 엄마로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나는 진짜 내 딸을 만나서 인간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기에. 딸아이도 이야기한다. 어쩔 때는 내가 마치 엄마 같아 엄마가 딸 같고. 애니웨이, 딸아이 등교시키고 청소 얼추 하고 잠깐 이런저런 잡무를 보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되어버렸다. 식료품을 사러 잠깐 나가야하는데 그때 산책도 30분 같이 하고 그러면 시간이 후딱 지나갈듯 하다. 조율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해. 다시 한번 느낀다. 오늘 읽은 도리스 레싱 언니 말씀은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야. 세상에는 너무 멋진 언니들이 많아. 책 그만 읽고 공부하자, 공부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0-02-04 15: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랑 읽는 책이 찌찌뿡이군요. 이 책 완전 흥미롭...!^^

수연 2020-02-04 16:14   좋아요 2 | URL
저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 막 이러면서 읽고 있어요, 목차만 봐도 막 숨막히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