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과 2장은 멍하니 읽었고 3,4,5장은 비교적 집중하면서 읽기. 혁명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비교적 밑줄을 쫙쫙 그으면서 읽었던 건 동의하는 입장에서였다. 입장차라는 게 있는데 주 30시간을 일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목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디스토피아주의자 이런 게 가능할까. 본질은 유토피아 쪽인데 나이 들면서 자꾸 디스토피아 쪽으로 시선이 나아가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려웠다. 다시 읽을 기회를 보고자 허둥지둥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달려가는 동작에 집중했다. 백일몽과 에른스트 블로흐와 니체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웬디 브라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은지와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할지에 대한 이야기.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온몸이 으스러져라 돌진하는 모습에 방점. 나는 실질적인 이론주의자가 되기는 글렀다. 그러니 조금 더 느리게 속도를 늦춰보는 쪽으로 몸을 만들어야겠노라고 작정. 혼자였다면 읽지 않았을 텐데 혼자가 아니라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다음 책은 조금 더 긴장을 하고 읽어보기로. 


 마흔 전후로 임신과 출산을 선택해야하는 이들이 주변에 꽤 있다.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아이 없이 살아가는 삶과 아이와 함께 하는 삶, 하나를 택한다.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생각을 말했다. 순간의 선택이지만 그 삶에 영향을 받는 주체들은 결정하는 이들만이 아니기에.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과 결혼으로 피폐하게 살아가는 친구와 아이 없이 살기로 결정을 하고 그 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친구들 모두 떠올랐다. 삼시 세끼를 먹기 위해서 일하는 건지 일하려고 삼시 세끼를 먹어야 하는 건지 우스갯소리도 이번 명절 내내. 모인 이들을 먹이기 위해서 종일 부엌에 서있고 부엌에서 무언가를 해야하는 몸짓이 나는 싫다. 그래서 결국 여동생들과 엄마에게 화를 내고말았지만. 최소한, 간결하게 이게 아니라면 누군가는 계속 부엌에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요리를 하지 못하는 나야 설거지를 하면 그만이지만 그 노동의 강도가 비교할 바는 아니니까. 부엌에서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인생을 갖게 되면서부터 읽는 태도도 달라진다. 겟 어 라이프, 마지막 문장들이 꽤 마음 속을 후벼파고 들어오는. 허난설헌과 허균 생가 왔다갔다하면서 강릉선교장 왔다갔다하면서 부엌에 꽤 오래 시선이 갔는데 아마도 명절 영향인듯. 공간과 시간에 매어서 평생의 태반을 한곳에 묶인 이들. 좀 달라질 수 있을까. 
























유토피아적 희망을 일구는 것은 블로흐와 니체가 생각했을 만한 야심찬 기획이다. 시간에 대해 이런 식의 태도를 갖는 것, 다시 말해 과거와 현재, 미래에 모두 걸쳐 있으며 과거로부터 탄생한 그대로의 살아 있는 현재와 그로부터 가능한 미래에 인지적이고 정서적으로 투자하도록 북돋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유토피아 형식 각각에는 분명히 고유한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이런 가장 역설적인 실천의 가장 근본적인 역설은 유토피아적 희망이 하나의 형식 안에 구현됨으로써 활기를 얻게 되면서 동시에 사그라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희망참이 이 형식들에 여전히 맴돌아 사람들을 다르게 원하고 생각하도록 유혹하는 것이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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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1-31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완독하셨군요. 쉽지 않은 책이고 쉽지 않은 내용, 책장 넘기기도 어려웠을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책은 돌봄노동 관련 책이니만큼 수연님은 더 잘 읽으실 수 있지 않으실까 해요.
고생하셨습니다, 수연님!!

수연 2020-01-31 11:01   좋아요 0 | URL
완독이라고 하기엔 좀 그래요 다락방님, 좀 어려워서 건성으로 읽은 페이지도 많아서. 2월에는 조금 더 바지런히 완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0-02-03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그런 경우도 있더라구요. 어른들은 이제 좀 덜 먹어도 되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른 거 먹고 나면 건너 뛰어도 되는데 이 자라나는 꿈나무 어린이들은 밥을 찾고 고기를 찾고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여동생들 식구들의 구성이라면 부엌에 그만 있으라는 수연님의 화내기가 적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리는 사람 있어야 합니다, 꼬옥!

수고 많으셨어요, 수연님! 대단하십니다그려!

수연 2020-02-04 15:09   좋아요 0 | URL
근데 아직 저도 고기 고기 또 고기 계속 이래요. 좀 덜 먹어도 될 텐데 ^^;;;; 제가 부엌을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부엌에 있으면 좋아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질리고 물릴 때가 있고_ 그렇다고 부엌을 아예 내 인생에서 빼먹을 수도 없고;; 맛집은 늘어만 가는데 가정식 맛집 좀 많이 많이 생기면 좋을듯 해요. 요리 못해서 부엌을 싫어하는 탓이 진짜 크지만;; 2월에는 좀 바지런히 읽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