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그 길로 들어선 어떤 사람 이야기, 강릉에 머물고 있다. 일정이 빠듯해서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는데 자꾸 오다보니 나는 아마도 강원도를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기가 아니라 저기도 갈 수 있고 저기 너머도 갈 수 있는데 말이다. 


난설헌과 허균 생가를 다시 방문하면서 아이가 자신의 길을 향해 따박따박 걸어가면 좋겠다 여겼다. 재능이 있고 사람들이 한껏 우러러보건 하찮게 여기건 그와 무관하게 세상이 어디에 몰두를 하고 모두 한 곳만을 바라볼 때 다른 곳 너머도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졌다는 건 어쩌면 지독한 불행일지도 모르겠다 여겼다. 허균의 문장 하나를 오늘 담아왔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이나 써라. 
 나는 내 인생을 나대로 살리라. 

하지만 그렇게 살지 못했다. 그렇게 살아가려 했다가 팔다리가 모두 찢어졌으니. 사람들 사는 세상은 참 신기하기도 하다. 새삼 느꼈다. 자꾸 페미니즘 서적을 펼치니까 급진파만 안되면 괜찮아 말은 하지만 애인의 시선이 곱지 않다. 나댈 생각 하지 마라 애초에 경계를 한다고 해야할까. 이럴 때는 사랑과 참 무관하다 싶은 게 느껴진다. 너는 너 나는 나 이게 확연히 살로 와닿으니까. 그런 것과 무관하게 딸아이는 또 여성의 몸을 하고 이 세상을 살아갈 테니까_ 그 인생의 실패와 성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건 내가 할 일, 이건 내가 할 말, 이건 내가 꼭 해야한다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깃든다면 좋겠다 싶은 바람은 있다. 그건 어미로서의 바람보다는 같은 여성으로서의 바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읽은 책은 참 적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안고 갈 수 있듯 하다. 다행이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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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3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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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1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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