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빵 바꾸기의 덫에 걸린다. 그러나 아무도 경비원 카티의 볼빵을 자기 빵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것도 빵 법정의 법에 속한다. 우리는 수용소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시체를 치우는 법을 배웠다. 사후 경직이 시작되기 전에 죽은 이들의 옷을 벗긴다. 얼어 죽지 않으려면 그들의 옷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아껴둔 빵을 먹는다. 그들이 마지막 숨을 거두면 죽음은 우리에게는 횡재다. 그러나 경비원 카티는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 해도, 우리는 그걸 알고 있고 그녀를 우리의 재산처럼 여긴다. 서로에게 저지르는 나쁜 짓을 그녀에게 베푸는 선행으로 무마해보려는 것이다. 그녀가 우리 틈에 살아있는한, 우리는 저지를 수 없는 짓만 남겨두고 온갖 짓을 다 저지를 것이다. 우리에게는 경비원 카티라는 인물보다 바로 이 점이 더 중요하다. (135-136) 



 






















 너무 배가 불러서 딸아이랑 조카를 데리고 부암동 산책.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라 사랑하는 블루블랙 하늘빛. 운이 좋았다.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 어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 종잇장 같은 인간의 세계. 헤르타 뮐러의 저 문장들을 읽는데 항상 더러운 짓을 하고 어딘가에서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착한 짓을 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애인 직장에서 비상령이 떨어져 어쩔 수 없겠다 하고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예약하고 취소하고 예약하고 취소하고 이게 뭐 나날들인듯. 예상했던 일이라 투덜거리지 않았다. 중국인들 많은 동네라고 해서 솔직히 가슴 콩닥거리긴 했다. 차라리 취소된 게 더 잘된듯. 이번 겨울에는 감기 두 번 독하게 걸렸다가 나았다. 내가 다 나아가니까 곧바로 딸아이 또 감기 도졌다. 계속 커피맛도 느끼지 못했는데 커피도 계속 마셨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아서 좀 덜 먹어도 괜찮았는데 미친듯 먹었다. 감기 떨어뜨리려고. 잠잘 때 우리 엄마 아프지 마라, 감기야 다 내게로 와라 하고 주문을 외우더니만 결국. 오늘밤 꼭 껴안고 주문을 외워야지. 감기야 절루 꺼져라, 내게 또 오지 말고 그냥 절루 아주 먼 데로 사라져버려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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