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와 헤어져 딸아이에게 줄 꿀떡을 사갖고 집으로 가다가 첫사랑 어머님을 우연히 만났다. 장을 보고 집에 가시는 길이었나보다. 활짝 웃으면서 어머니, 안녕하세요, 하니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으시고 두 손을 잡아주셨다. 우리 수연이는 아직도 손이 이렇게 차구나, 하시면서 뜨끈한 손으로 감싸안아주셨다. 건강하시죠? 하니 응, 건강하다, 이제는 애엄마라고 살집이 있네, 해서 크득크득 웃으면서 네, 어머니 저 살 많이 쪘어요. 얼마 전에 아빠가 네가 그렇게 꿈속에 나온다면서 네가 그렇게 보고싶다고 돈까스 가게에 들리셨단다, 그래서 너를 찾아봤더니 너 없다고 이제 장사 안한다고 해서 네 얼굴 못 보고 오셨다고 하시더라. 아 그러셨구나 저 이제 가게 안 해요 어머니, 아버님은 전철역에서 몇 번 지나가시는 거 봤어요, 저는 항상 차 안에 있어서 인사는 못 드렸어요, 했더니 아 그랬구나. 안 그러던 사람이 네가 그렇게나 보고싶다고 계속 그러더라, 요즘은. 다음에 뵙게 되면 그때는 꼭 일부러 내려서 인사드릴게요. 응응 고맙다, 잘 살아라 우리 아가. 네, 어머니도 건강하셔야 해요, 아버님두요. 


 만일에 우리가 헤어지게 된다해도 나는 어머님, 아버님 장례식에는 꼭 참석하고 싶어, 그러니까 나 가도 내치지마 오빠. 난 엄마아빠가 우리 엄마아빠 다음에 제일 좋아. 응응 그래, 근데 우리가 헤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거야. 그게 스무살 때 일이다. 헤어진 첫사랑과는 한 동네에 산다. 그는 결혼을 해도 우리 여기서 살자, 난 이 동네가 아주 좋아 하던 사람이었기에 결혼을 해서도 여기에 계속 살고 있고 나는 엄마 곁으로 오고싶어서 다시 이 동네로 왔다. 그 사람의 둘째딸과 나의 딸아이는 한 학교에 다니는지라 학교 행사가 있으면 항상 마주치지만 번번이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쌩하니 스쳐간다. 너무 징글맞게 헤어져서. 어젯밤 꿈을 꿨는데 내가 첫사랑에게 얼마나 냉혹하게 굴었던지 잔인하게 굴었던지 그때 그 모습들이 모두 다 생생하게 보였다. 제3자의 관점에서 저런 년은 정말 아니다 했는데 그게 나였네. 꿈속에서 깨어 아침 커피를 진하게 내려서 마시면서 다 기억났다. 첫사랑이 얼마나 나를 지독하게 사랑해주었는지. 기억에서 모두 다 잊혀진 줄 알았는데. 어제 우연히 첫사랑 어머님을 만나고 돌아와 그 기억도 떠올랐다. 우리가 헤어지고 마지막으로 어머님과 동네커피집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우리는 오열을 했다. 어머니는 계속 미안하다 하셨고 나는 계속 죄송하다 했다. 그 모든 일이 꿈결처럼 느껴진다. 나는 오빠 엄마아빠가 정말 좋아, 사랑이 많으셔서 항상 따뜻해. 우리가 헤어져도 엄마,아빠 장례식에는 꼭 갈거야, 너와 나 무관하게 엄마아빠가 내게 주신 사랑이 있으니까 그 기억 모두.  20년도 훨씬 지났는데. 사랑은 가도 남는 게 있다더니. 너와 내가 나눈 사랑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데 엄마아빠 사랑은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하다 싶으니 나중에 네 엄마아빠 돌아가셔도 가고싶다 한 어렸을 적 내가 한 말은 지켜야겠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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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12-17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영화같은 이야기예요. @_@;;; 저는 첫사랑 어머님 만나신 게 꿈인 줄@_@;;; 어머님 아버님께서 수연님을 정말 사랑하셨나봐요 꿈에서 계속 보일 정도라니 놀라울 따름@_@;;;(계속 놀라고 있음;;)

수연 2019-12-17 17:48   좋아요 0 | URL
한동네 살면 이래저래 마주치게 되더라구요. 제가 어머님, 아버님을 많이 사랑했던 거 같습니다. 근데 그걸 어린 마음에는 잘 몰랐던 거 같아요. 나이드니 이제 알게 됐어요.그 사랑에 보답할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이미 끝난 인연인데도 예뻐해주시는구나 알게되고난 후에는 정말 바다와 같은 사랑이라는 게 뭔지 알 거 같아요.

stella.K 2019-12-17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단편 소설이네요.
첫사랑의 부모님이 그러기 쉽지 않으실 텐데. 서로 못 본 척할텐데
수연님은 인복이 있나 봅니다.^^

수연 2019-12-17 17:49   좋아요 1 | URL
첫사랑 둘째딸이랑 제 딸아이랑 같은 학교 같은 반 짝꿍이었다는 이야기 하면 다 안 믿더라구요 ㅋㅋ 저도 믿기지 않지만요. 악연이라고 여겼는데 헤어지고난 후에는 어쩌면 인연이란 게 정말 있기는 있나보다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