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한다는 취지로 너무 너저분한 것들까지 모두 드러내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젯밤에는. 대중들에게는 이혼녀이고 삼류에로물에 다수 출연한 배우로 알려져있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참 좋았다. 당당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 눈빛이 제일 좋았던듯.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상 옷을 벗지 않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변신을 하는 모습들도 좋았다. 하지만 언제고 다시 작품 속에서 옷을 벗어야 한다면 벗지 않을까 다만 삼류에로물 따위 말고 일류작품이라고 불리우는 그런 작품성 있는 작품 속에서. 옆자리에서 밥을 먹으면서 힐끔힐끔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잠깐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옆에 앉은 딸아이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배우야, 짱 멋지지 않아? 귓속말을 했더니 저 아줌마 싸인 받고 싶어? 물어보아 응, 받고싶지만 지금 식사하시는데 실례잖아, 그러니까 괜찮아_ 했더니 그게 뭐 별거라고 하더니 종이와 펜을 갖고 냉큼 옆자리로 이동해서 실례합니다, 식사하시는데 죄송합니다, 배우님, 우리 엄마가 팬이라고 하는데 싸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극존칭 하는데 나도 풋 하고 웃고 맞은편 자리 앉은 애인도 풋 웃고 여배우와 동석한 이들까지 모두 웃음보. 너는 나를 모르겠지? 하고 물어보니 네, 몰라요, 근데 뭔지 모르게 엄청 멋져요. 싸인을 해주시면서 슬쩍 나를 쳐다보며 따님이 멋져요, 해서 감사합니다_ 더 이상 잘근잘근 깨물고싶은 순간들은 없다, 솔직히. 아가아가한 모습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나를 닮은 자그마한 아이가 어린이 틀을 벗어나려고 해서. 그런데 어제는 좀 근사해서 잘근잘근 깨물고싶었다. 


 강박적으로 영어공부를 하고싶은 순간들을 내다버리고싶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뭐가 있을까 하고. 노팅힐을 드디어 다 봤다. 나는 영국영어를 좋아하는듯. 그래서 찾다가 발견한 클립들에 넋을 놓고 보았다. 일단 아가들이 넘 귀엽고 영국아저씨 목소리 진짜 좋으며 한국언니 솔직발랄한 모습도 좋다. 영상미가 아주 제대로. 영상관련 일을 하는 아빠의 작품인듯. 순간들은 모두 꿈결처럼 사라져버린다. 그걸 알기에 소중하게 여겨야할듯. 작년 생일은 먹먹했고 2년 전 생일에는 죽고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행복해서 선물받은 카프카 책을 쓰다듬으며 토마토를 깨물고있다. 잘근잘근 깨물고싶은 순간들이 많아져야 나이들어서도 추억 꺼내들며 많이 웃을듯 하다. 이 모든 '꿈 같은 삶의 기록'들. 언니는 앞으로 꽃길만 걸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람 인생이 꽃길만 걸으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다만 절망스러운 순간들 잘 넘기시면 좋겠다. 고통을 어떻게 승화할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에 대해서 어젯밤 애인과 대화,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들일거야, 그래서 수시로 자살에 실패한 이들이 구급차 안으로 안으로. 어느 순간만 잘 버텨도 더 괴로운 순간은 닥치기 마련이다. 그걸 어떻게 형태를 바꿀 수 있을까 헤아릴 수도 없지만 인간이라면 그 안으로 들어가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할 수 없다고 여긴 일들을_ 하고 카프카를 읽으며 나는 헤아려본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지만 이해하고싶은 순간들 역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헤드랜턴을 켜고 굴 속을 탐사하는 탐험꾼이 된다. 언어를 공부하면서도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 되어 헤드랜턴을 켜고 굴 속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채 굴 속이 얼마나 깊을지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한채 하염없이 그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그런 마음을 품게 된다. 더구나 나는 여러 가지 언어들에 마음을 앗긴 상태인지라. 그래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영어공부를 하고 조금 더 영어를 잘하게 되고싶다. 독일어 진척이 된다면 오스트리아에 가서 일주일이라도 지내고오고싶다. 와인을 마시면서 아 오스트리아에서 한달 동안 살다오면 소원이 없겠다 하니까 나 같으면 가겠다, 민이 데리고 방학 동안에. 눈이 반짝반짝. 그렇지! 그렇네! 스페인어는 나날이 퇴보되어간다. 알던 단어들도 모조리 기억에서 사라져간다. 어떻게 문장을 만들어야하는지 그 구조도 모두 새까맣게 잊혀질지도. 아 어쩔 수 없어 나란 인간은 하고 어젯밤에는 자조했다. 그래도 술 취해서 독일어 단어 열개 외우고 잤다. 미친년처럼. 해가 밝다. 새벽에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모습을 창밖으로 가만히 응시했다. 죽고싶은 순간들에서 벗어나면 다시 잘근잘근 깨물고싶어진다,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어도 잘근잘근. 이 보잘것없는 모든 순간들, 이 되씹는 과정들, 그 모든 건 살아서야 가능한 행위들. 죽고싶어도 죽지 말자, 낯선 손을 잡고 속삭이고 싶은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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