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가게 놀러갔다가 알바랑 잠깐 쉬는 시간 이야기, 우동 먹으면서, 스물다섯 치고 넘 듬직해서 형제, 자매 있냐고 물어보니 여동생 하나 있다고 답변, 친해요? 물어보니 다른 오빠, 여동생 관계랑 똑같아요 하면서 웃음. 그래도 이렇게 멋진 오빠가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난 멋진 오빠 있는 게 소원이었어, 어릴 때부터, 라고 이야기했더니 가만히 생각에 잠긴 알바생 이야기, 어릴 때부터 너는 오빠니까 항상 참아라, 참고 참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다, 그러니 참아라 항상 부모님이 이렇게 이야기하셨어요, 그래서 아무리 화가 나도 짜증이 나도 참고 참고 그랬어요, 근데 그게 어느 순간 성격이 되어버려서 학교에서도 불평등한 일을 당하고 밖에서도 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어느 순간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속으로 이러고 있는 거에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제가 제 자신을 보니까 속이 썩어문드러져있더라구요. 하고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참아야 멋진 사람이고 이기는 거다 그렇게 교육을 받아와서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냥 참고만 있더라구요, 미련스럽게. 그래서 속이 썩어문드러져 할 말도 못 하고 그러고 있는 자신을 보니까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이러다가 내가 속이 터져서 그야말로 홧병으로 죽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으니까 아 이건 아니다 싶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참는 게 좋은 게 아니더라, 참고 참고 참았는데 지금 내가 이런 상태다, 아무래도 이러다가 병이 나겠구나 싶어서 더 이상 참지 않겠다, 동생에게도 참지 않고 밖에서도 참지 않겠다, 참는 게 이기는 게 아니더라 하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조금씩 나아지더라구요. 멋진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모양새를 바라보았다. 멋진 사람이네, 정말루. 하고 손가락 하트 만들어서 보여줬더니 막 웃는 모습이 진짜 멋졌다. 돌이켜보면 나도 장녀라서 동생들이 주루루룩 있으니까 참아라, 언니가 참는 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동생이 잘못해도 내가 무조건 혼나고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어이가 없고 짱나서 엄마한테 대들었다. 내가 장녀가 되고싶어 장녀인 게 아닌데 왜 내가 참아야 하느냐, 싫다, 나는. 내가 막내 할 거다, 나는 참지 않을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들어서 엄마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 뒤로는 네가 언니니까 참아 이런 말씀 안 하셨다. 그 마음 그대로 이어가서 나는 좀 장녀 같지 않은 장녀, 나만 먼저 생각하고 그런 에고이스트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어느 순간 막둥이 같은 장녀, 우리 언니는 동생 같아 내가 언니고_ 이런 소리를 듣지만서도 나는 그게 너무 듣기 싫었다, 언니라서 나이가 많으니까 네가 잘 보살피지 않아서 그런 거니까_ 이런 말들 좀 같잖았다. 근데 내가 좀 참고 언니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그랬다면 포근하고 푸근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살짝 하지만 나는 뭐 지금의 내가 좋아서_ 동생들한테 막내 취급 받는 가장 큰 언니이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게 우리 4남매의 특징인데 이거 좀 지나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아빠도 자기애 엄청 강했고 이게 유전인 건가 싶기도 하지만 쭈그리 되어있는 것보다는 나아보인다. 철이 없어서 그런 거. 할머니 되어서도 철들고 싶지 않아 솔직히. 주변인들이 고생하는 거 알겠는데 좀 예의바르게 행동하자 말하자 이런 선은 지키자 그거 빼고는 솔직히 광년이처럼 행동할 때가 많은듯. 암튼 알바생이랑 나눈 이야기 넘 좋아서 너무 멋진 사람이라서 **씨는 정말 나중에 훌륭한 사람 될 거 같아, 큰 사람. 하니까 자기 꿈도 막 이야기해줬다. 사람들이랑 말을 주고받는 순간이 요즘은 참 좋은데 대화의 맛이라고 해야하나 즐거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소중하게 느껴진다. 알고봤더니 정말 근사하고 속도 깊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나눌 수 있어서 배우는 것들이 여러모로 많다. 여행 가면 그 모든 대화의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들이 모두 작은 요정들처럼 느껴질 테니까. 요즘 들어 낯선 이들과의 대화는 그런 걸 느끼게 하네. 요정님들이 마법 같은 순간을 주고 가시는 느낌. 하고싶은 일은 정말 많은데 다 하지도 못하고 죽을 거 생각하면 기록이라도 열심히 해놓자 그런 마음도 들 때 있다. 모든 인간들은 각자의 대하서사시를 쓴다. 그걸 기록하고 갈무리하는 이들이 별로 없어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거지만 주변에서 또 알아주고 기록하고 갈무리해주는 흔치 않은 경우도 있으니까. 그리고 모두 기록하지 않아도 그건 사람과 사람에게로 이어지니까. 외증조할머니 사진 볼 적마다 나는 너무 궁금하다. 이렇게 매력적이고 이렇게 카리스마 쩌는 외증조할머니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고 사진으로만 남겨져있어서 호기심 어마무시. 몇몇 기록들만 보면 그냥 그 시대 여인들 살아가는 보통 모습이랑 별반 다를 바 없는데 그 내면은 모르는 거잖아. 그 내면을 아는 건 오롯이 본인뿐. 그래서 나는 일기 무척 중히 여긴다. 얼마 전에 허수경 시인이 쓴 유고집 읽으면서도 그 생각 더 저릿저릿해졌다. 아 말이 많아졌어...... 오늘 인스타에서 마주한 문장 옮겨놓고 이제 슬슬 정신 차리고 밥해야지. 실은 저 문장 먼저 보고 그 후에 알바생이 떠올랐음. 그래서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써놓아야지 하고 기록. 영어는 아침에 30분 쉐도잉해서 이따가 한 시간만 더 공부하고 오늘은 팡팡 놀 계획이다. 아 맞다! 길냥이 어미가 또 새끼를 배서 또 새끼들을 잔뜩 낳아서 애새끼들을 데리고 또 먹이를 드시러 오신다 요즘은. 큰 새끼 둘은 매일 오시고 어미도. 아 아깽이들 세 마리 어쩔겨. 어미 보고 너 이렇게 막 이놈이랑 자고 저놈이랑 자고와서 애새끼들 낳고 막 아줌마한테 와서 밥 달라고 소리 지르고 막 이러면 아 너무 사랑스럽잖아, 이뇬아!!! 하고 애정 담뿍 담아 말 건네니 알아들은건지 못 알아들은건지 막 자기도 자기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고 냐옹냐옹거림. 집이 대체 이 산속 어디에 있는건지 궁금하다. 그래도 스치로폼 상자 큰 거 하나 사갖고 휴식처는 만들어줘야할듯. 아깽이들 발견하고 막 소리질러 딸아이 불러대니까 또 도져서 아 저 아깽이 한 마리만 훔쳐오고싶다 꺄악! 말 알아들은건지 아깽이 한 마리씩 목덜미 물고 보이지 않는 땅굴 속으로 타닥타닥 경쾌하게 이동하심. 일단 자기 사랑이 중요하고 그 후 주변인들 사랑도 중요한 거 같다. 어젯밤 휘리리릭 읽은 수녀님 글 다 읽고도 그런 생각. 우리집 매일 찾아오는 길냥이 아줌마 사는 거 보면 확실히 더 느낌.

The one thing that you have that nobody else has is you.

Your voice, your mind, your story, your vision.

So write and draw and build and play and dance and live as only you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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