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훈이랑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많은 것들을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오늘 다니엘 슈틸 페이지 펼쳤다. 어쩐 일인지 데이팅 게임보다 훨씬 문장들이 쉽다. 이러다가 다니엘 슈틸 언니랑 나 사랑에 빠질라. 언니가 내 영어 인생을 구원해줄까 은근 기대도 해보면서. 세상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던 마리 앙쥬가 열한 살 되는 날 급작스럽게 부모님과 오빠를 교통사고로 잃고 고아가 되어 미국으로 넘어와 고모할머니 밑에서 노예처럼 고생하며 살다가 대학에 좀 가보겠노라고 하니까 고모할머니는 빈정거리며 대학에 가서 뭐 하게? 의사라도 해보려고? 할 때 왜? 왜? 왜 우리 마리 앙쥬가 의사가 되면 세상이 어떻게 되냐?! 읽다말고 나 혼자 벌떡 일어나 아 열 받아. 친오빠와 베프 그 사이 애매한 관계에 있는 빌리가 하는 말. 결코 교육받는 걸 포기해서는 안돼. 네가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배우는 거야. 라고 할 때 맞아! 이거지! 벌떡 일어나 포기하면 안돼! 마리 앙쥬! 

고아가 되어 세상에 들어왔을 때 따뜻한 품으로 마리 앙쥬를 품어준 건 같은 학급 친구 빌리였다. 타인이 타인을 품어준다는 것. 핏줄도 아니고 아 이건 학연인가 우스개소리, 빌리와 마리 앙쥬가 결정적으로 친해지게 되는 계기는 프랑스어다. 마리 앙쥬가 프랑스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 빌리는 내게 그 언어를 가르쳐줘 한다. 그리고 프랑스어는 그들의 시크릿 언어가 된다. 다니엘 슈틸 언니 아마도 프랑스어 엄청 사랑하는듯. 데이팅 게임에도 프랑스어 나오더니만 여기서도. 어느 날인가 빌리 여동생이 술에 취해서 왜 쓸데없는 불어 따위를 가르쳐줘서 오빠를 망쳤냐고 술주정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 프랑스어 따위 뭐 하러 배우냐 알리앙스 프랑세즈 선생님이 자조적으로 수업시간에 했던 말씀 겹쳤다. 맞아 내가 그땐 또 프랑스어에 목숨 걸겠다고 미친듯 공부했던 거 같은데 프랑스어 기억 하나도 안 나요. 다니엘 슈틸 언니 책에서 불어 조각 나오면 꺄꺄 하고 나 혼자 신나하는거지. 그래서 캐나다로 이민 갈 계획잡고 불어 배우고 있는 삼십대 초반 아줌마에게 맨날 이야기한다. 불어도 확실히 해놓고 영어도 얼추 해놓고 가야 가서 고생 안하니까 정말 애 어린이집 보내자마자 미친듯 공부해야해 라고. 아 또 이상한 대목으로 가버렸어;;;

대치동 교육현장과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것과 엄마 말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교육받은 여성으로서 우리가 하고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또 영어 이야기 하면서 내년을 기대해본다. 제일 큰 열망이 무엇인지가 중요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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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19-11-2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책도 맘껏 보시고 보기좋아요. ^^

수연 2019-11-27 09:30   좋아요 1 | URL
마음껏 ㅋㅋㅋ 음 3년 후에는 가능할까요? 건축가님 고구마빵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빵굽는건축가 2019-11-2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수연님도 즐겁고 유익한 하루 보내세요. ㅋㅋ
고구마빵. ^^

수연 2019-11-27 09:48   좋아요 1 | URL
고구마빵을 비롯해서 김장김치도 ㅋㅋㅋ

단발머리 2019-11-27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빠질것 같은 책을 만나게 되신거 축하드려요~~~ 수연님 리뷰 따라가다 보면 저도 다니엘 슈틸 좋아하게 될까요?*^^

수연 2019-11-27 18:27   좋아요 0 | URL
다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한 권 더 사서 읽으려구요. 막장 미국 소설에 빠져들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1-27 18:29   좋아요 1 | URL
어머머! 이런 기쁘고도 놀라운!!
진짜 인생 작가 만난거 아닙니까?
나도 나를 시험해보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9-11-27 18:31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까 저도 이 책 가지고 있더라고요. 순서대로 샀나봐요. 근데 왜 기억이 안 나고, 노란색 표지 산 것 같죠? ㅋㅋㅋㅋㅋㅋ

수연 2019-11-27 21:05   좋아요 0 | URL
만일에 내년에 다니엘 슈틸 다 읽고 영어 잘하게 되면 이건 다 내 사랑 훈님 덕분입니다 라고 세상에 외칠 테야요. ㅋㅋㅋㅋㅋ

수연 2019-11-27 20:32   좋아요 0 | URL
막장이라서 막 빠져들게 될 텐데 아직 빠져들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일단 읽어보시면~ 막장 스토리가 뻔한데도 너무 기가 막히게 전개가 빨라서 막 빠져들게 된다는!!!

단발머리 2019-11-27 22:35   좋아요 0 | URL
엘사 보고 나왔더니 이런 기쁜 댓글이라니 ㅋㅋㅋㅋㅋ 덕분이라기 보다는.....수연님이 생각한것보다 본인 실력이 훨씬 뛰어났던것 아닐까요? 마구 마구 부러운 밤!

카스피 2019-11-2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어책 맘껏 읽으시는 분들이 넘 부럽습니당.학창시절 영어를 공부했지만 왜 영어로 된 책을 읽을수 없을까요ㅜ.ㅜ

수연 2019-11-27 21:05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다니엘 스틸 언니 책 읽으세요. 딱 중딩 수준이에요, 중학교 2학년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