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났다. 수능을 망친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린다. 순천은 잠깐이나마 내가 살았던 아름답고 소박한 도시라 좋아하는데 그곳 사는 아이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한다. 모든 가정에는 각자의 다종다양한 불행이 있노라고 톨스토이는 그랬지만 수능이 끝나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이 매년 있는 건 한결같다.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정답이 나오고 그걸 헤아리면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난 모르겠어서 굳이 그렇게 빨리 정답이 나와야만 하는가 볼멘 소리를 했다. 공부가 전부가 아닌데. 이 세상에 할 일이 공부 말고도 얼마나 많은데. 공부는 조금 뒤늦게 해도 무관하고 아예 하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는데 하지만 대한민국이란 무한 경쟁 사회에서 그런 말을 쉬이 해도 괜찮을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아이들 생각에 무슨 말을 못하겠다. 사랑도 해보지 못하고 그 앞에 얼마나 기나긴 여행길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며칠 전 통지표를 받아들고온 딸아이가 엄마, 우리 그때 여행 갔을 때 영어 시험을 못 봐서 영어 평가가 이렇게 나왔어요. 버벅거리며 설명. 너는 영어 잘하니까 이런 평가에 연연하지마. 그냥 즐기면 돼. 이건 숫자에 불과하고 너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몇몇 문제로 네 능력을 헤아릴 수 있다고 믿게 하는거야. 그러니까 민아 이런 거에 연연해하지마. 말하니 그제서야 활짝 웃음. 아 정말 공부가 뭐라고 아이들이 그렇게 하늘에서 뛰어내리나 싶다. 수능을 망치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낙오되고 자살하는 현상에 대해서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약해빠진 것들_이란 소리를 듣고 1년 동안 그 친구와 연락을 끊었던 적 있다. 그 나약해빠진 것들이 너와 내 딸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렇게 아이들에 대해서 막말을 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바들바들 떨면서 이야기했다. 그게 그저 뉴스에 나오는 다른 사람들 일이라 나와 무관한 이들의 일이라 선을 긋지 말라. 


 새벽에 빗발이 쏟아지는데 혹시 두려움에 떨며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그 불안에 떨고있을 아이들이 스스로를 놓아버릴까봐 웃기게도 자살하는 아이들이 올해에는 제발 아주 조금만 아주 조금만 중얼거리는 내가 웃겼다. 불행이 제로화되는 건 원치 않다는 뜻인가. 아니면 불행이 제로라는 숫자로 된다는 건 유토피아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식으로 이렇게 돌아가는 게 맞는 걸까. 헤세의 수레바퀴는 계속 이런 식으로 돌고 돌고 또 돌아가는건가. 독일어공부 한 시간 하고 영어공부 이어서 해야하는데 할 맛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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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5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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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5 2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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