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친구가 있다.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잠자리에서 딸아이가 그 아이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는 음대 교수고 아빠도 어느 학교 교수라는 사실은 들어들어 알고 있었다. 딸아이 친구는 바이올린을 전공한다. 다섯 살부터 시작을 했다고 하니. 점심 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죽고싶어. 잠들면 다음날 아침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어. 잠들다가 아무 고통 없이 죽고싶어. 그게 힘들다면 어느날 핵이 빵 터지는 거야, 그래서 모두 죽는거야, 그렇게 죽고싶어. 자살은 하기 싫어, 너무 아플 거 같아, 그래서 무서워, 죽고싶지만 내가 나를 죽이기는 너무 싫어, 난 너무 예쁘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딸아이 친구는 정말 예쁜 아이이고 겉보기에 구김살 없이 잘 자란 아이라는 걸 알 수 있기에. 음정을 하나 틀리면 엄마가 나가 죽으라는 말을 해. 완벽하게 그날 연습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열두 시가 넘어도 잠을 잘 수 없어. 어느 날인가는 또 음정을 틀려서 엄마가 나가 죽으라고 또 그러는거야. 바이올린을 바닥에 강하게 내팽개치고 가능하다면 엄마 얼굴에 집어던지고 집을 나가서 나가자마자 죽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 나는 민아, 바이올린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활로 엄마에게 맞을 적마다 이 세상의 바이올린이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항상 소원을 빌어.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잠을 자지 못했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딸아이 친구를 생각했다 아이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인지, 아이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는지 그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커피를 마시자고 해야 하나. 이 모든 걸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데 섣불리 나섰다가 아이를 더 궁지에 몰게 될까봐. 아는 이들에게 연락을 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봐야겠다. 만으로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죽음을 떠올린다는 게, 매일 눈을 감고 잘 적마다 다음 날에는 제발 하늘나라에 있게 해달라고 빈다는 게 어느 정도의 고통인지 헤아릴 수가 없어서 어젯밤에는 전혀 자지 못했다.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언제 그런 생각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하고. 엄마 아빠가 이혼을 준비할 때 그런 생각을 혹시 품어본 적이 있는가 하고. 아이는 아니 그때는 견딜만했어, 엄마가 사라질까봐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엄마가 없어지면 나도 없어질 거야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그때는 괜찮았어. 근데 2학년때 반에 제일 힘센 여자아이가 나를 따시켰어, 그래서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이랑 놀지 못했어, 나는 내가 뭘 잘못해서 아이들이 나랑 안 노나보다 했어 엄마, 같이 놀자고 해도 아이들이 모두 싫대, 그래서 정말 말이 하고 싶어지고 그러면 선생님한테 가서 선생님이랑 말하고 돌아오면 엄마랑 할머니랑 알바 언니들이랑 이야기하고 그랬지, 아이들이 놀 때 나는 책 읽었어, 책 읽으면 심심하지 않으니까. 왜 엄마한테 이야기 안했어? 엄마는 돈까스 만들고 손님들 때문에 항상 바빴잖아 친구들이 나 따 시킨다고 하면 엄마가 걱정할까봐.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 그때 같이 놀고싶었는데 왜 못 놀았냐면 걔가 너 따 시키자고 그랬어. 여자아이들한테 모두. 그래서 너 따 시켰어. 이 모든 이야기를 어젯밤 들었다. 아 맞다 엄마가 걔 아무개랑 놀라고, 아무개한테 잘 해주라고 했잖아, 엄마 이번에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근데 걔가 그때 나 따 시킨 걔랑 베프야, 그래서 난 걔랑 놀고싶지 않아, 엄마, 근데 엄마는 암것도 모르고 걔 불쌍하다고 잘해주라고 그러더라. 근데 왜 이야기 안했어? 엄마가 없으니까 불쌍하잖아, 잘해주고 싶긴 한데 마음은 안 그래. 그때 2학년 때 따 당할 때 그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스트레스 받았어. 이유도 없이 나랑 안 놀아주니까 와 완전 미칠 거 같았어. 아가, 만일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말야, 아냐, 그런 일 없어, 안 생겨, 걱정하지마. 만일 또 왕따 당한다고 해도 괜찮아, 책도 있고 엄마도 있고 내 친구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딸아이는 평화롭게 잠들었다. 내게도 왕따 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건 상황이 좀 다른 경우라 딸아이 왕따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이가 없다. 내가 우리딸 따 당하는 줄도 모르고 돈까스를 미친듯 튀기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미칠 거 같아서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사는건가 어떻게 살았던가. 아홉 시가 넘으면 친구에게 전화 걸어서 딸아이 친구를 어찌 해야할지 어떻게 도움을 줘야할지 일단 그것 먼저. 짬내서 독일어 공부도 잠깐. 딸아이 이야기 들으면서 그 친구에 대해서 들으면서도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생각이 났다.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딸아이 친구가 처한 상황이 수레바퀴 아래서_ 를 떠올려서. 그 아이가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가 그 도움을 주어도 괜찮을지. 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11-08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9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1-0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이에요, 수연님. 제 좋아요는 응원. 딸아이 친구와 딸아이와 수연님을 향한 응원입니다.

수연 2019-11-09 23: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응원은 언제나 든든하고 따뜻해요. 고맙습니다.

빵굽는건축가 2019-11-08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글에서 맘이 보이네요. 저도 응원에 한표 착 ~

수연 2019-11-09 23:03   좋아요 0 | URL
건축가님 응원에 따뜻한 겨울 한표 착!

syo 2019-11-0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딸에게 아팠을 것이 분명한 시간들인데 그 시간들에 대해 말하는 두 사람이 너무 다정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건 제가 제3자에다 사이코패스라서 그런 걸까요?? ㅠㅠ

수연 2019-11-09 23:03   좋아요 0 | URL
syo님은 사이코패스여도 아름다울듯 해요. syo님 팬이라서 그런가 ^^;;;;;

단발머리 2019-11-0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 마음도 민이 엄마 마음도 전해져서 종일 생각났어요. 어떤 형식, 어떤 방법이든지
수연씨의 고운 마음이 그 아이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열살도 안 된 그 아이의 지옥이 떠올라 맘이 아파요.
그 엄미는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을까.
모를 수 있을까, 모를 수도 있어...
머리가 복잡해요.... 나도 맘이 그래요.

수연 2019-11-09 23:05   좋아요 0 | URL
아이 엄마도 아는 거 같긴 해요.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는데 학교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었어요. 정신과에서 상담받고 있다고 너무 걱정말라고 하시더라구요. 어쩌면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드넓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이번 기회에. 단발머리님 너무 복잡해하지 말아요, 겨울이 곧 성큼 다가올 거 같아. 따뜻한 군밤 멕여주면서 한없이 걷고싶다.

책읽는나무 2019-11-09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조심스럽고 고민되는 일이겠습니다.
오해없이 수연님의 마음이 잘 전달되어 딸아이의 친구가 행복해졌음 좋겠네요.
가끔씩 수연님의 따님이 어려도 어른스럽다라는 생각을 문득 하곤 했었는데...안아주고픈 마음입니다.
그리고 수연님도 안아주고 싶네요^^

모쪼록 모두에게 일이 잘 해결되었음 좋겠네요....

수연 2019-11-09 23:08   좋아요 0 | URL
어디에서 들은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음 지나고나면 그 모든 게 아물 무렵에는 좋은 기억만 남는대요. 나쁜 건 모조리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한가득. 아이들이 나쁜 건 모두 깨끗하게 잊고 아름답고 단단하게 살아간다면 참 좋겠어요.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따뜻해요, 저는. 감사합니다.

아타락시아 2019-11-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애들은 학기초에 빠르게 끼리끼리 모이고 1년동안 가더라구요. 학기초에 무리에 끼지 못하면 학교 생활이 힘들어지는 경험을 우리 딸아이도 겪었죠.

왕따는 아니어도 계속 무리를 찾아야 한다는 이런 생각을 딸아이에게 주는 이런 현실이 안따깝네요.

수연 2019-11-09 23:10   좋아요 0 | URL
제가 왕따 당할 때에는 저 혼자 그렇게 무리지어 다니는 게 싫어서 일부러 혼자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점심도 혼자 먹고 야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혼자 다니고 그랬거든요. 나중에 다정한 친구들에게 엄청 욕은 먹었지만 한번 틀어박히게 되니까 소통하는 거 자체가 귀찮고 무의미하더라구요. 대한민국은 외톨이 문화라고 해야하나 그런 거에 더 날카롭게 대응하는 거 같아요. 마음 맞는 친구야 있으면 인생사 좋은 거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억지로 마음 맞춰가는 그 과정이 또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고. 아타락시아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